친구들아, 모두들 잘 있니?

누구라도 고이 보관된 소중한 시간을 지면에 싣고 그 안에 담긴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광양시민신문’은 <아날로그의 추억, 순간을 바라보다>를 통해 기성세대에게는 낭만에 젖은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맨 왼쪽부터 강흥자 씨, 김양심 씨, 장영엽 씨.

몇 달 뒤면 시집가는 딸의 짐을 정리하던 중 먼지가 켜켜이 쌓인 자신의 앨범을 발견했다. 먼지를 걷어내고 앨범을 펼치자, 그 곳에는 낯선 자신이 웃고 있었다.‘ 꿈많던 소녀 시절’이 담긴 사진을 보니 새삼‘ 나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잊고 지낸 자신과 마주한 김양심 씨(56), 35년의 결혼 생활 동안 세 딸을 얻었다고 했다. 그 시간들에만 충실하다보니 자신뿐만 아니라 너무 많은 것들을 잊고 지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씨는“ 딸들과 친구처럼 지냈어. 함께 여행도 다니고 영화도 보고, 때론 싸우기도 했고 울기도 하지만 외롭지 않았는데 이제 딸들이 하나씩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 떠난다고 생각하니 기쁘면서도 허전한 마음이 큰 것 같아”라고 전했다.

앨범 속‘ 중학교 졸업사진’을 꺼내 보여주며“ 그러고 보니 진짜 내 친구들을 잊고 지냈네. 애가 강흥자, 그리고 가운데가 나. 내 옆에 애가 장영엽이야”라고 소개했다. 1977년 1월 8일, 단짝이었던 세 사람은 순천 여중을 졸업했다. 이날 김 씨는 성적이 우수해 받은 상장과 꽃다발을 들고, 친구들과 동네 사진관에 들러 이날을 기념했다.

김씨는“ 졸업 기념으로 손목시계도 선물 받았던 것이 기억나. 너무 좋고 아까워서 사진 찍을 때만 얼른 차고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니깐”하며 웃었다.

“내 어린 시절을 함께 공유하는 친구들을 만나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듯 마음껏 수다를 떨고 싶어. 친구들아, 모두들 잘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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