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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자연의 꿈황호룡 황안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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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3  10: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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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향기가 드나드는 작은 숨구멍들이 보인다.

숨구멍들은 늘 열려있기도 하고

늘 닫혀있기도 한 회전문이다

회전문으로

깃털처럼 부드러운 바람이 드나들어

바람이 흘리고 간 얼룩이 남아있다

가을 잠자리 파르르 떨고 있는

풀잎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토마토국물 같은 자국이

떨고 있는 것도 보인다. (조창환 시인)

황호룡 황안과 원장

이 시를 읽어보면 풀잎 속에 있는 작은 숨구멍까지 살펴보는 시인의 현미경적 탁월한 안목에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또한 이름 없는 잡초 하나에도 오묘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작용하여 생명의 신비를 담고 있음을 엿보아 알 수 있습니다. 2천 년 전에 예수님도 이와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하여 보라. 수고도 아니 하고 길쌈도 아니 하느니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도 하나님이 이렇게 입히시거든 하물며 너희일까 보냐?

인간의 역사는 그 시대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걸출한 몇 사람만을 기록으로 남기지만 하나님의 주 관심사는 그런 몇몇 영웅들이 아니라 오히려 들풀과 같이 이름 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기억하여 주시고 관심과 사랑을 쏟아 부어 주십니다. 예수님도 당대의 지도자들보다는 사회의 밑바닥 인생인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 그리고 죄인과 세리들의 친구가 되셨습니다. 히말라야와 같은 높고 웅장한 산도 좋지만 동네 뒷동산과 눈높이 정도의 앞산이 더욱 친근하게 보이고 태평양과 대서양의 넓은 바다가 우리를 압도하지만 광양만의 잔잔한 바다와 개펄 그리고 섬진강변의 하얀 모래사장이 우리 눈에는 더욱더 아름답고 다사롭게 느껴집니다.

예전에 내가 어릴 때만하여도 우리 고장에서 나는 수산물은 무얼 먹어도 맛이 있었고 싱싱하였습니다. 섬진강의 맑은 물과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남해바닷물이 만나 형성된 천혜의 어장에서 나온 해산물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지금은 광양특산물이던 태인도 해우(김) 한 장 맛 볼 수 없고 하포 앞바다 뻘밭의 그 흔한 고막 하나도 먹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된 것은 성경의 창세기 말씀 중의 한 구절인 <땅을 정복하라>며 아담에게 들려준 한 마디 말씀을 곡해하여 바다 밑의 모래를 퍼 올려서 공장을 짓고 건너편 바닷가에 온갖 화학공장들을 건설한 대가로 생긴 부작용입니다. 선대에 심은 씨앗이 자라서 열린 열매를 오늘의 후세대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아 먹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실은 당시의 조급한 산업화 물결과 무분별한 개발에 의해 파생된 온갖 자연훼손 중의 일부에 불과할 뿐입니다.

성경에는 수많은 말씀들이 있지만 나중에 생략하거나 아예 삭제해버린 말씀도 있습니다. 창세기 1장과 9장을 대조해 보면 아담에게 축복하시면서 <땅을 정복하라>고 하였다가 노아홍수 이후에 노아에게 말씀하실 때에는 이 구절을 삭제하여 버린 것입니다. 그런데 근세에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이 나와서 실험으로 입증되는 경험론을 주창하고 나서자 그 이후 지금까지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한 나머지 그의 평생의 소원처럼 이제는 자연을 완전히 인간의 손에 넣게 되었습니다.

그와 동시대의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늘날 온 지구가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게 될 줄을 그들이 미리 알았더라면 그리고 성경을 좀 더 세심하게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예전의 보리밭에는 아지랑이가 일렁이고 하늘에서는 종달새가 노래하였습니다. 불과 사오십년 전의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아지랑이 대신에 미세먼지가 가득하고 종달새는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백운산이 저렇듯 턱 버티고 있고 섬진강물이 유유히 흐르고 있는 한 아직도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오늘날 혹시 하나님이 천사의 모습으로 우리 고장을 방문해 오신다면 김상용 시인의 시 한 수로 말씀해 주실 것만 같습니다. 이웃 할아버지의 푸근한 미소를 머금고서.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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