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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은 없다정은영 광양시민신문 독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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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3.13  10: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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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영 광양시민신문 독자위원장

후한시대 관서의 공자라 호칭을 얻은 양진이라는 사람이 있다. 양진이 동래군의 태수로 임명되어 지로 가던 중 창읍에서 하루를 묵어가게 되었다. 은 시간, 혼자 남은 양진에게 창읍현의 현령으로 는 왕밀이 찾아왔다. 양진이 형주 감찰관으로 있을 때 그의 학식과 재능을 인정하여 관리에 등용하고 출셋길을 열어준 사람이다. 옛이야기로 회포를 풀던 중 왕밀은 슬며시 옷 속에서 황금 열 근을 꺼내어 양진에게 건네며 말했다.

“옛 은혜를 갚을 방도가 없어 급하게 준비 했으니 작으나마 받아 주십시오.” 양진은 나지막한 음성으로 타일렀다.“ 내가 자네의 인품을 확실히 기억하고 있네. 자네는 내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을 잊었단말인가.” 왕밀이 말했다.“ 태수님의 고결한 품성은 항상 마음속 깊이 알고 있습니다. 이곳엔 태수님과 저 둘 뿐이지 않습니까. 뇌물이라 생각지 마시고 은혜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하시고 받아 주십시오.” 왕밀의 말이 끝나자 양진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대와 나 둘 뿐이니 아무도 모른단 말인가?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그리고 자네가 알고 또 내가 아네. 어찌 둘 뿐이라 말하는가?” 양진의 말에 왕밀은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하고 물러갔다. 훗날 양진의 청렴하고 강직한 성품은 널리 알려져 태위의 지위까지 올랐다. 잘 아는 사지(四知)의 고사이다.

엄하기로 유명한 싱가폴의 부패방지법은 매 해마다 싱가폴을 국가경쟁력 최고의 순위에 올려놓는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현재는 그들만 알고 있을 것 같던 부패가 일파만파 고구마줄기처럼 만천하에 알려져 결국 대통령이 파면되었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은 비밀이 있을 수 없는 부정부패와 적폐는 법과 제도로 극복될 수 있다는 희망을 국민들 마음에 심어 주었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역사상 단 한 번도 국민 눈높이에 맞추지 못한 적폐척결의 절호의 기회라 외친다. 작금은 시민의 힘으로 물꼬를 트고 사회모순을 바꿔나가는 21세기 시민혁명의 시대이다. 역사를 거꾸로 돌려 19세기 민란의 시대 1869년 3월 24일 밤, 광양으로 가보자.

밤이 되자 머리에 하얀 수건을 두른 70여명이 총을 쏘며 조직적으로 성안으로 돌진하였다. 이전의 민란처럼 몽둥이와 쇠창만 가진 것이 아니었다.

통제사 이현직의 기록에 의하면 짧은 시간에 성을 점령한 이들은 군기고와 창고를 열어 무기와 곡식을 탈취하였다. 그리고 현감 윤영신을 잡아 항복문서를 바치도록 위협하면서 성문을 굳게 지키고 갇혀있던 죄수들을 풀어주고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누어 주었다. 신체 건강한 사람 300명을 뽑아 반군에 가담시켰다. 휘하의 사람들에게는 만약 백성들을 살해하거나 그들의 재산을 함부로 빼앗는 경우가 있으면 반드시 중죄로 다스리겠고 호령하였다. 난리 통에도 한사람의 평민도 살해된 자가 없었다. 광양변란은 비록 3일에 그쳤지만 시정혁폐를 관철시키고자 무력으로 관아를 점령한 병란이었다.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당시 수없이 많이 기도된 변란모의 가운데 처음으로 거사에 성공하였을 뿐 아니라 변란의 전개과정에서 나타난 조직성과 연계성으로 19세기 극에 달한 봉건왕조의 모순에 맹렬히 저항하는 반봉건 투쟁사의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부조리는 중앙과 지역 그리고 시대를 가리지 않고 나라 전체에 동시에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광화문광장과 중마동 23호 광장이 다를 수 없고 19세기 민란의 시대와 21세기 시민혁명의 시대는 괘를 같이 한다.

비밀이 없다하여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제 바로잡기 시작했을 뿐이다. 시민은 촛불을 들고 외치며 조직되고 연계하여 적폐가 청산되지 않을 때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그들 스스로 총포가 되어 성으로 향한다. 민란의 역사는 동학농민혁명으로 발전하였으나 끝내 미완에 그쳤다. 그러나 이제 시민은 끝내 길었던 시민혁명의 역사를 –주권재민의 민주주의를 완성할 것이다.

옷깃에 황금을 숨긴 구실아치와 그들을 기다리는 벼슬아치들은 이제 성안에도 성 밖에도, 현재엔 더더욱 설 자리가 없다. 비밀은 없다. 하늘이 알고 신이 알고 네가 알고 내가 안다. 더 이상 국민 삶을 피폐하게 하는 적폐를 지켜봐줄 국민은 없다. 그것이 지금의 우리사회가 비밀은 없고 희망이 있는 이유이다. 겨우내 광장에서 희망을 관철시켜내고 봄을 맞이하는 시민들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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