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임순(82)씨는 가방 속에 남편과의 추억이 깃든 사진을 항상 넣고 다닌다. 기쁜 날에도 슬픈 날에도 그리운 날에도 언제나 만나는 남편. 40년 전 설악산 흔들바위 앞에서 부부가 나란히 서서 찍은 사진을 보면서 그날을 회상했다.

정 씨는 “당시 우리 남편이 진월면 진목마을 이장을 했었어. 따뜻한 봄날 마을 주민들과 같이 설악산에 봄나들이를 갔지. 올라가는 길에 지지미(부침개) 사고 술 받아먹고 한참 놀다가 또 오르고. 흔들바위가 진짜 흔들리나 흔들어도 보고. 참 좋았던 시절이었어”라고 말했다.

그의 남편은 22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추진력 넘치고 활달한 성격이라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정씨를 보면 남편의 이야기를 하곤 한다.

정 씨는 “주변 사람들이 남편이야기를 할 때면 가방에 항상 넣어 다니는 사진을 꺼내 보여줘.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아직도 살아 있는 것 같아”라고 미소 지었다.

함께 대화하는 내내 남편에 대한 그리움의 크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정씨는 “보고 싶긴 뭘. 하나도 안 보고 싶어. 사는 내내 애만 태운 사람이야. 술 좋아해서 건강 상할까 술 마시지 말라고 내가 매일 같이 잔소리 한 기억밖에 안나. 안 보고 싶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진 속 남편을 바라보는 눈빛이 애잔하다. 그는 소중하게 사진을 가방에 넣으며 “그래도 남에게도 내게도 참 좋은 사람이었어. 그리고 이 날도 참 행복했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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