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치게 그리운 ‘아버지’

누구라도 고이 보관된 소중한 시간을 지면에 싣고 그 안에 담긴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광양시민신문’은 <아날로그의 추억, 순간을 바라보다>를 통해 기성세대에게는 낭만에 젖은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일본에 자주 오고 가셨던 아버지는 무남독녀였던 김문자(83)씨를 살아생전 무척이나 아꼈다고 한다.

잠시도 떨어져 있고 싶지 않은 딸의 모습을 항상 품에 간직하고 싶어 당시 6살 이었던 김 씨를 데리고 아버지는 광주의 한 사진관으로 향했다.

김씨는“ 일본에서 사다주신 빨간 모자와 예쁜 원피스를 입고 아버지의 손을 잡고 사진관에 갔습니다. 무명저고리에 고무신 신던 시절에 모자에 원피스까지 입은 제 차림이 신기했는지 길에서 만난 사람들이 가는 길을 멈추고 절 바라봤어요. 그런 시선들에 수줍어하며 아버지 뒤로 숨었던 기억이 납니다”라고 전했다. 이어“ 나의 아버지는...”이라고 말을 잇던 그가 눈물을 보였다. 아버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이 책상에 놓인 사진 위로 뚝뚝 떨어졌고, 6세 소녀의 얼굴에 번져나갔다. 몸이 좋지 않으셨던 아버지는 김 씨의 중학교 합격 발표가 나던 즈음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김 씨는“ 자다가도 딸의 일이라면 벌떡 일어날 정도로 애지중지 하던 날 남겨 두고 떠나는 아버지의 마음은 오죽 했겠습니까. 형제, 자매도 없었던 나는 세상에서 가장 가까운 존재의 부재를 어린나이에 받아들여야 했지요. 아니오. 받아들이기보다 가슴에 묻어두고 그리우면 항상 꺼냈지요”라고 말하며 눈가를 훔쳤다.

“53세에 일본에 건너가 여태껏 살다 재작년에 막내아들이 있는 ‘광양’에 왔습니다. 광양은 내게 생소한 곳이지만 중마노인복지관 사랑방에 나와 다른 분들을 위해 신문을 읽어주기도 하고 커피판매활동도 참여하며 즐겁게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더 이상 혼자가 아닌 거죠. 힘이 닿는 다면 봉사도 하고 더불어 즐겁게 살 겁니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