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기부 할 벽화사업에 ‘1800만원’ 예산 투입

주민들 마음까지 불편하게 하는 ‘나쁜 예산’
“예산 세웠으니 꼭 써야 한다는 의식보다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자원봉사로 추진되던 마을 벽화작업에 광양시가 봉사자들의 그동안의 노력을 무시하고 제3자에게 막대한 예산을 지원해 빈축을 사고 있다.

수년 간 벽화 봉사활동을 펼쳐온 L씨에 따르면, 그동안 억만마을 자매결연 부서인 포스코 열연공장 직원들과 함께 3년여에 걸쳐 마을의 벽 도색 작업과 벽화를 그려왔으며, 때론 마을 청소 봉사등도 함께 펼쳐왔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곡버스정류장과 억만마을 경로당의 벽화봉사를 마친 뒤, 이어 마을 전체에 색을 입히고 그림을 그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꾸준히 추진해오던 중, 일부 벽면 도색 작업 후 페인트가 부족해 작업을 마무리 하지 못했다.

봉사자들은 남은 벽화 작업을 이어가기 위해 지난해 여러 곳에서 벽화 작업을 하고 남은 페인트를 모았고, 올 초엔 억만마을 벽면에 밑그림까지 완성해 봉사 일정을 잡았다.

그리나 막상 벽화를 그리기 위해 억만마을 찾았을 땐 다른 사람이 먼저와 벽화작업을 하고 있었다.

광양시가 18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며 모 업체에 벽화페인트 작업을 요청한 상태였고 한창 벽화 작업이 진행 중에 있었던 것.

L씨는 “벽화 작업을 위해 억만마을에 갔는데 우리가 칠해 놓은 벽면에 다른 사람이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황당했다”며 “남들이 열심히 칠해놓은 벽에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반발했고, 광양시 담당부서에도 항의했지만 아무런 조치도 없어 순수한 마음의 봉사가 짓밟힌 것 같아 억울하고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 답답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광양시 관계자는 “사라실예술촌 주변 경관 조성에 대한 의견이 있어 지난해 벽화사업비로 5천만원의 예산을 세웠고 ‘매천황현 생가’ 마을에 2천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남은 예산 중 1800만원을 지원한 상태”라며 “억만마을의 경우 예산집행 당시 시간이 여유롭지 못해 미리 이전 봉사자들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한 점은 있지만 마을 이장과 주민들에게 동의를 받아 시행한 것이고, 다만 겨울철에 벽화작업이 적절치 않아 현재 그리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시민단체 관계자는 “이미 자원봉사로 벽화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마을에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한 본질적인 이유가 궁금하다”며 “봉사자들이 재능기부로 벽화를 그리고 있는 곳에 구지 예산을 집행해야 했는지 의문이 든다. 사전에 현장에 직접 가서 상황을 먼저 파악했다면 이 곳이 아닌 꼭 필요한 다른 마을에 예산이 집행되고 분쟁 또한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 했다.

L씨와 함께 벽화봉사에 참여했던 광양제철소 열연부 관계자는“누가 하든 자매마을이 예쁘고 깔끔하게 변화한다면 기쁘지만 그동안 순수한 마음으로 땀 흘린 만큼 섭섭한 마음도 있다”며 “예산을 세웠으니 반드시 써야 한다는 의식보다는 꼭 필요한 곳에 적절하게 사용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봉사자는 “마을에 어르신들이 많은데 경로당 앞으로 난 좁은 길로 변전소 차량 등이 지나다녀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며 “마을 길 보수나 확장은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만큼, 이런 불편을 해소하는 데 예산을 쓰지 않고 왜 자원봉사로 그리겠다는 벽화작업에 큰돈을 들이는지 그 속을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억만 마을 주민들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한 마을주민은 “광양시에서 사라실예술촌 주변마을인 억만마을에 벽화를 그려주겠다는 전화를 했을 당시 기존 봉사자들이 벽화그리기를 잠시 멈췄던 시점이라 봉사자들과 이미 상의가 됐을 것이라 여기고 큰 거부감 없이 허락했다”며 “하지만 이 문제로 기존 봉사자들과 업체 간의 다툼이 있는 것을 보니 괜히 우리 마음이 다 불편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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