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드립 카페 & 핸드메이드 가죽 공방

가내수공업에 오시려거든 ‘약간의 시간’과 작은 일에도 웃을 수 있는 ‘여유 한 줌’을 들고 오세요.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고 싶은 주인장의 착한 고집 때문에 조금은 시간이 걸릴지도 몰라요. 조급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커피거품을 구경해보세요. 하나 둘 떨어지는 진갈색 커피 방울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으면, 복잡하고 무겁게만 느껴졌던 삶의 고민들은 어느새 실타래 풀리듯 스르륵 스르륵…

‘손’의 가치를 알아보는 가게 ‘가내수공업’

‘가내수공업’을 찾으려면 눈을 번쩍 뜨고 거리를 세심히 살펴야 한다. 숨은그림찾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빨리 찾을지도 모르겠다.

소란스러운 것을 즐기지 않는 주인장의 마음을 대변하듯 간판에는 커피와 망치 그림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아주 구석에 하얀 글씨로 ‘가내수공업’이라고 바르게 적힌 글씨는 단골이 아니면 찾아내기 쉽지 않다.

커피와 가방이라니. 어찌 보면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지만, 이곳에는 단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손’이다. 이 가게의 모든 소품과 음료 중에서 주인장의 따뜻한 손길을 거치지 않은 것은 단 하나도 없다.

핸드드립 레시피 : 필수재료 ‘주인장의 정성’

가내수공업에는 △다크블랜딩 △케냐AA △만델링 △브라질 세하도 등 4가지 종류의 원두가 준비돼 있다.

김경애 대표가 대구에서 직접 선별해 가져오는 원두로, 볶은 날로부터 15일을 넘기지 않는 것이 철칙이다. 보름을 넘긴 원두는 직접 먹거나, 지인들에게 나눠줌으로써 항상 신선한 원두를 고수한다.

‘다크블랜딩’은 고소한 넛트맛으로 핸드드립에 입문하는 이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원두다. 가격은 4천원으로 가장 저렴하다. ‘케냐AA’는 신맛과 단맛이 어우러진 맛, ‘만델링’은 짙은 고소함에 약간의 신맛이 가미돼 있다. ‘브라질 세하도’는 견과류의 고소함이 짙게 느껴지는 원두로 가격은 5천원.

핸드드립 커피는 HOT/ICE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손님들은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신맛이 강한 커피는 아이스로 먹었을 때 가장 청량한 맛을 느낄 수 있으며, 고소한 맛이 강한 커피는 아이스보다 뜨겁게 먹는 것이 훨씬 더 풍부하고 중후한 맛을 발휘한다.

“이 가게에 처음 오신 분들에게는 온도에 따른 맛 차이를 느끼실 수 있도록 세 가지 커피를 내어드립니다. 먼저 주문하신 커피를 드리고요, 작은 비커 2개에 뜨거운 원액과 얼음을 띄운 차가운 원액을 따로 드립니다”

김경애 대표의 세심한 배려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뜨거운 커피를 주문한 손님에게는 컵에 얼음 하나를 동동 띄워준다.

커피의 온도가 너무 높으면 바로 넘겨버리기 때문에 향을 잘 느낄 수 없기 때문. 김경애 대표는 핸드드립 커피도 ‘와인’ 마시듯이 입안에 머금고 향을 음미하며 먹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내수공업에는 또 하나, ‘스페셜 싱글’이라는 특별한 메뉴가 있다. 한마디로 ‘제비뽑기’ 같은 것.

가끔씩 주인장 손에 특별한 원두가 들어오면 맛볼 수 있는 커피로, △하와이안 코나 △파나마 게이샤 △짐바브웨 △사향 등이 예고도 없이 손님들을 기다리곤 한다.

세상에 하나 뿐인 ‘손 때’ 묻은 내 가방

가내수공업은 카페와 가죽공방실로 나뉘어 있다. 평소 핸드메이드 가방에 관심이 많았던 김경애 대표는 서울과 부산에서 전문수업을 수료하고, 전문가들을 수소문해 찾아가 기술을 배우는 등 2년의 시간을 오로지 가방에 쏟았다.

재봉틀 대신 직접 손으로 가죽에 구멍을 뚫어 박음질을 하고, 염색과 자연태닝으로 멋을 낸다. 오로지 소가죽과 염소가죽만을 쓰기 때문에 5년~10년까지 쓸 수 있다.

직접 가방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은 수업을 신청하면 된다. 본인이 만들고 싶은 가방 사진을 가지고 오면, 김경애 대표가 1:1 맞춤형 수업으로 제작방법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전수해준다.

입문자는 열쇠고리나 팔찌 같은 작은 아이템부터 만들어 기본을 다지고, 지갑과 파우치 등을 제작하며 실력을 쌓아간다.

정규수업은 한 달에 8번, 주 2회로 진행되며, 강의시간은 2시간이 기본이지만 수강생의 진도에 따라 3시간까지 자동연장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수강생들은 한 달 동안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가방을 가지게 된다.

김경애 대표는 “획일화된 음식이나 상품보다는, 가내수공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맛과 감성을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많은 손님을 바라지는 않는다. 다만 꾸준히 즐겨주는 사람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며 “핸드드립커피와 일반 아메리카노의 차이를 소통을 통해 알려주고, 누구나 쉽게 가죽 공예를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 작은 공간에서 사람들이 손으로 빚어가는 재미를 느끼고, 삶의 여유를 맘껏 얻어가시길 바란다”며 “소상공인들의 다양성과 네임밸류가 널리 알려진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은 있을까. 꿈이 있다면 여수에도 가내수공업 2호점을 열어 공방의 가치를 일상에 퍼뜨리고 싶다”고 소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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