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람 기자의 호루라기

대학원을 다닐 때였다. 함께 공부한 동기들은 전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서울촌놈들이었다. 내가 광양을 간다고 하면 늘 하던 주문이 있다. 빵 좀 사오라는 소리였다.

웬 빵? 의아한 내 표정에 동기들은 지방에는 유명한 빵들이 많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도 그럴게 전주하면 풍년제과 초코파이나 군산하면 이성당 야채빵, 목포하면 코롬방제과 등 요즘은 유명 관광지랍시고 역사적인 빵가게가 없는 곳이 없다.

친구들과 여행 일정을 짜던 중에도 근데 여기는 유명한 빵집이 없나? 하고 빵집을 검색하면서 여기는 꼭 가야한다며 군침을 꼴깍 넘긴다.

어느 순간부터 빵집도 하나의 관광 코스로 자리 잡았다. 아무튼 나는 동기들의 성화에 못 이겨 서울을 가기 전 순천에 들러 SNS에서 유명하다던 순천의 한 유명 빵집에 들러 볼카스테라라는 빵을 사서 올라간 기억이 난다.

하얗고 폭신폭신한 볼카스테라를 먹던 동기들은 볼카스테라와 광양의 연관성에 대해 묻기 시작했다. 광양이 아니라 순천에서 사온 빵이라고 설명을 했더니 광양에는 유명한 빵집이 없다는 것을 나보다 더 아쉬워하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 곶감빵

암튼, 왜 광양에는 지역을 대표하는 빵이 없을까 궁금했었다.
부산에는 찰보리 반죽에 문어와 새우, 전복, 감태 등 6가지 해물과 흑미 앙금을 넣고 문어와 조개, 생선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해물빵이 있고, 전주에는 비빔빵이 있다. 15가지와 무농약 고추장으로 맛을 낸 저칼로리 웰빙빵이다.

경주 신라미소빵, 속초 아바이 오징어빵, 강릉 오징어빵, 담양 죽순빵, 완도 전복빵 등도 인기가 아주 좋다. 빵을 별로 즐겨먹지 않는 나도 이상하게 여행을 가면 지역 대표 빵 맛은 꼭 보고 와야 직성이 풀렸다.

그런데 광양은? 매실도 좋고 곶감도 좋고 밤도 좋은데 왜 빵은 없냐는 말이다. 그때 당시에는 왜 없을까 라는 일차원적인 고민으로만 끝났다.

몇 년 후 다시 돌아온 광양에는 희소식이 들렸다. 지역 특산물을 이용해 빵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름도 예쁘다. 매화 빵이라니. 얼마 전에는 국회까지 진출한 자랑스러운 광양을 대표하는 빵 중 하나다. 매실과육과 팥소가 적절히 조합돼 상큼하고 담백하다.

매화빵과 더불어 이번호 업체탐방으로 김신희 기자가 취재한 곶감빵과 매실쿠키도 인기몰이 중이다. 곶감빵은 곶감의 식감이 좋고, 매실 쿠키는 새콤달콤하다.

뒤늦게 매화 빵 출시를 알게 된 나는 그토록 ‘광양빵’을 갈망했던 동기 몇 명에게 봄날을 맞아 빵을 보냈다. 빵을 받은 동기는 ‘이거 완전 광양 맛인데?’ 라는 문자를 보내왔다. 광양 맛? 이어지는 말, 봄이 느껴져. 내가 들은 시식평(?) 중에 최고였다.

광양 빵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광양의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길 바란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빵에서 봄이 느껴진다는 동기에게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이거 여전히 광양 맛인데?’ 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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