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꼭 배우고 싶었는데”

누구라도 고이 보관된 소중한 시간을 지면에 싣고 그 안에 담긴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광양시민신문’은 <아날로그의 추억, 순간을 바라보다>를 통해 기성세대에게는 낭만에 젖은 추억을, 젊은 세대에게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선사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친구들은 다들 자전거 타는데 우리 엄마는 여자가 자전거 타면 못쓴다고 못 배우게 했어. 그래도 어떻게 해~ 배워서 친구들처럼 쌩쌩 내달려보고 싶고. 별 수 없이 몰래 자전거 끌고 나와서 중학교 운동장에 갔지”

17살 소녀는 엄마 몰래 자전거를 끌고 나와 친구들 틈에서 자전거에 올라탔다. 페달 위에 발을 올리기도 전에 자전거와 소녀는 바닥으로 자꾸만 넘어졌다. 집중 해 균형을 잡아보려고도 했지만, 어디선가 성난 얼굴을 한 엄마가 불쑥 나타날까 조바심이 들고 손에 땀이 났다.

엄마는 귀신같이 알고 학교 운동장에 나타나 소녀를 꾸짖었다. 울어도 보고 떼도 써봤지만 엄마의 반대는 완강했다.

자전거에 얽힌 사연이 담긴 사진 한 장, 사진 속 소녀인 이영엽 씨는 올해 77세가 됐다.

이 씨는 “이렇게 나이를 먹었는데도 난 아직도 자전거를 탈 줄 몰라. 지금도 배우고 싶지만 이젠 다리도 아프고 힘에 부쳐서도 불가능하지. 이 사진 보니깐 자전거 타고 들판을 한번 씽씽 달려봤으면 싶네”라고 말했다.

또 “예전에는 동네에 돌아다니면서 돈 받고 사진을 찍어주는 사람들이 있었어. 자전거를 잘 타는 날을 상상하면서 사진사 불러서 아마 30원인가 주고 찍었던 것 같아”라며 “그땐 엄마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안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내가 다치기라도 할까 걱정됐나봐”라고 덧붙였다.

무엇이든 배우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그는, 요즘엔 중마노인복지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하루하루를 배움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이 씨는 “내가 다음 생에는 꼭 자전거를 배워서 쌩쌩 내 맘 내키는 대로 달려 볼 테야”라고 말해며, 사진 속 소녀와 같은 미소를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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