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필 광양시 환경관리센터 생활폐기물과 관리팀 주무관

광탈이라는 단어가 주는 좌절감은 생각보다 컸다. 1차 서류는 무조건 붙을 수 있을 거라는 확고한 확신이 있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탈락이라는 두 글자였다. 눈앞이 캄캄했다. 어떤 직업을 가져야할까 고민 끝에 그는 공무원의 길을 걷기로 한다. 현재, 광양시 환경관리센터 생활폐기물과 관리팀 주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김재필(30)씨를 만났다.

연이은 서류 광탈에 멈추지 않는 좌절

▲ 김재필 광양시 환경관리센터 생활폐기물과 관리부 주무관

김 주무관은 여수에서 태어나 순천 팔마초, 팔마중, 광양고, 순천대 사범대 환경교육과를 졸업했다. 사범대에 입학을 할 때만 해도 큰 걱정거리는 없었다. 하지만 공부를 하다 보니 교육학과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학은 어려웠다. 복수전공으로 환경공학을 선택했다. 4학년이 되자 조급해졌다. 환경교육은 임용 TO(table of Organization: 임용고사에서 뽑는 인원) 가 많지 않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임용이 아닌 취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하지만 이력서를 쓰려고 보니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곧바로 서울로 올라가 두 달 동안 토익점수 만들기에 주력했다. 종로3가역 고시텔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하지만 무조건 잘해낼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영어 점수를 만들고 다시 고향으로 내려왔다. 대기업 위주로 수십 군데에 서류를 썼다. 하지만 광탈했다. 슬럼프에 빠졌다.

당시 나이 27살, 스스로 압박감이 너무 컸다. 자문을 구할 곳도 없었다. 슬펐다. 난처했다. 나는 무얼 해야 할까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때 뇌리를 스쳐지나간 것이 바로 ‘공무원’이었다. 인터넷을 뒤져가며 공무원 시험접수를 찾아봤지만 접수마감이 된 상황이었다.

좌절의 끝은 보이질 않았다. 좌절에 허덕이고 있던 순간, 군무원 시험 접수는 2주가 남아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곧바로 군무원 시험에 지원했다. 시험은 두 달밖에 안 남아 있던 상황.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다.

시험 과목부터 꼼꼼하게 살펴봤다. 다행히 영어시험은 토익으로 대체됐다. 운이 좋게 예전에 미리 따놓은 화공기사 자격증으로 가산점도 받았다. 해놓은 것이 없다고 생각해도 다 쓸모가 있는 날이 오는 법이다. 김 주무관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전공과목에 치중했다. 그는 두 달 만에 군무원에 합격했다.

첫 직장 근무지는 ‘백령도’

그는 2014년 11월 11일 백령도로 발령을 받았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4시간 반을 가야 하는 섬. 집에서 제일 먼 곳으로 간 것이다. 익숙해지기를, 시간이 가기를 바라며 스스로를 타일렀지만 백령도에서 오래 생활할 자신이 없었다.

김 주무관이 퇴근 후 매일 밤마다 한 것은 지방직 공무원시험 준비였다. 2015년 지방직 공무원시험을 접수하고 시험 날에 맞춰 휴가를 냈다. 하지만 설상가상이라고 김 주무관의 휴가는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바로 메르스 사태로 나라가 발칵 뒤집혔기 때문이다. 당연히 휴가는 취소됐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2016년도 시험을 목표로 다시 마음을 잡고 전략적으로 공부를 했다. 그는 “공부하는 시간을 점점 늘려가는 식으로 준비를 했다. 초반부터 힘을 쓰면 지치기 때문이다”며 “성적을 확 올려야할 때는 거의 잠을 못자고 공부를 했다”고 설명했다.

군무원이 아닌 공무원의 삶을 선택

결국 그는 백령도를 탈출했다. 2016년 7월 지방직 공무원에 합격. 10월 1일 자로 광양시 환경관리센터 생활폐기물과 관리팀으로 발령받았다.
그는 “다시 공부를 하라고 하면 절대 하지 못할 것”이라며 “그만큼 정말 절실하게 했다”고 말했다.

당시를 떠올리면 아찔하다.
김 주무관은 “절실함이 있으면 안 되는 일은 없는 것 같다”며 “힘든 과정도 어떻게 헤쳐 나가느냐가 관건이다”고 설명했다.
김재필 주무관이 맡은 업무는 주로 서무일이다. 재활용선별과정, 행정업무를 하고 있다.

어떤 공무원으로 남고 싶냐는 질문에 김 주무관은 “업무적으로 크게 성공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며 “끝까지 청렴한 공무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주무관의 인생관은 힘들 때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환하게 웃는 그의 미소 속에서 광양의 밝은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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