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옥곡면 장동마을 친정집에서 올린 혼례, 당시 19세였던 유옥남씨.

어느새 6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올해 78세인 유옥남씨는 소중히 간직해온 자신의 결혼사진을 꺼내다 새삼 그 시간을 실감했다. 19살에 자신보다 9살 많은 신랑 김안국 씨와 혼례를 치렀다. 다정한 성격의 남편은 자신보다 어린 아내를 살뜰히 챙겼고, 두 사람은 슬하에 아들 둘과 딸 둘을 놓고 다복하게 살아왔다.

유옥남 씨는 “그 시절은 지금처럼 남녀가 만나 연애해 결혼하던 시절이 아니야. 집안에서 정해주는 신랑 각시가 또 집안에서 정해주는 날에 만나 혼례를 올리지. 신랑 얼굴도 잘 못 봐”라며 “그래도 내 평생을 함께할 신랑인데 심장이 요동치듯 떨려도 궁금한 게 새 신부 마음이지 않겠어? 요로큼 살짝 해서 얼굴이라도 볼라치면 왜 이리 얼굴이 화끈 대던지... 결국 제대로 보지도 못했네”라고 그 날을 회상했다.

남편은 3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다시금 부부가 연을 맺던 그 날로 돌아가 가슴이 ‘쿵쿵’ 뛰던 새색시가 된 기분이다.

“옥곡 장동마을이 친정이거든. 거기 마당에서 예쁘게 차리고 족두리 쓰고 맞절을 했지. 떨렸어. 떨릴 수밖에 없지. 기나긴 인생 함께할 사람과 일가친척 다 모인 자리에서 약속 하는 자리고, 평생 다시는 안 올 단 한번 뿐인 날 아닌가”라고 유 씨는 수줍은 미소를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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