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들의 다정한 ‘벗’이자 ‘대변인’

광양시에는 280여개의 마을이 있으며, 각 마을 마다 고유의 특성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시민신문은‘ 이장님 막걸리 한 잔 하시죠!’를 기획해 직접 지역내 마을을 찾아다니며각 마을의 이장님을 만나 뵙고 생생한 마을의 소식과 각 마을의 보석 같은 숨겨진 이야기,아쉽게 잊혀져가고 있는 이야기, 골목과 토담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며 기록한다. <편집자 주> 막걸리 협찬: 광양주조공사

▲ 중마 19통 강정훈 통장

옛 길호 마을 주민들을 비롯해 19통 주민들이 강정훈 통장이 운영하는 ‘길호횟집’에 모여들었다. 강정훈 통장의 연락을 받고 길호 앞바다에서 한창 굴 작업을 하다말고 새참을 하러 온 참이었다. 큰 솥에서 막 삶아 나온 돼지머리 수육을 큰 도마 위에 놓고 쓱쓱 썰어 낸다. 썰기가 바쁘게 젓가락들이 덤벼든다.

막걸리를 한잔 씩 들이킨 주민들의 입에서 “역시 새참에는 막걸리를 곁들여야 제 맛이지~”, “안주가 죽여주네”라는 감탄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비가 내리는 오후, 중마 19통에서 도심 속에서 찾기 힘든, 우리네에게 오래 전 잊힌 ‘사람 사는 맛’을 만났다.

모락모락 김나는 수육은 막걸리 잔을 연거푸 채우게 했다. 기분 좋게 막걸리를 나누며 강정훈 통장은 옛 주민들의 접시가 비기 바쁘게 채우면 챙겼다.

강 통장은 “난 본래 길호 마을 출신이야. 지금은 행정구역상 통으로 변경됐는데 옛 마을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우리 주민들은 요 근처에서 함께 소식을 나누고 정을 나누며 살아가고 있지”라고 말했다.

대대적인 간척사업으로 커다란 변화를 겪은 중마동, 19통의 통장으로서 그는 자신의 마을과 주민들의 생활터전인 바다 등이 변모돼 가는 것을 직접 봐오고 체험했다. 하지만 아직도 19통 주민들의 일부는 길호 앞바다에 기대 겨울철과 봄에는 굴을 채취해 서울과 광주에 보내고, 4월 말~ 5월에는 일본에 수출하기 위한 바지락 작업을 한다.

중마 19통은 400여 세대가 살고 있으며 다양한 연령이 거주하고 있다. 원룸과 주택, 상가가 즐비해 있으며 강 통장 역시 30여 년째 횟집을 운영하고 있다.

강 통장은 “상가들이 즐비해 있기 때문에 타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많은 편이야. 이곳에서 8년차 통장일을 하면서 참 많은 인연을 맺고 많은 일들을 경험했지”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19통 통장직 외에도 2017년 광양시 이ㆍ통장지회 부지회장과 중마동 협의회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도 ‘새마을 지도자’, ‘새마을 협의회장’, ‘광양시중마동환경감시원 위원장’, ‘광양시 선거관리위원회 위원’, ‘중마동 선거관리위원장’, ‘광양시바르게살기 감사’, ‘동부수협 길호 어촌계 계장’, ‘남해지방해양경찰청 해양환경감시원’, ‘중동 초등학교 지역위원장’, ‘동광양상공인회 8대회장’등 다양한 곳에서 역할을 다해왔으며 현재도 이어오고 있다.

그를 두고 중마 38통 이정아 통장은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항상 앞장서는 자세가 후배 이ㆍ통장들의 귀감이 되곤 한다”며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고생을 한 적도 많다. 자신을 먼저 챙기면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강 통장은 2013년에는 3년간 모은 통장수당 중 일부를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의 실천의 일환으로 (재)광양시사랑나눔복지재단에 전달하기도 했다. 다양한 활동과 공로를 인정받아 광양시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표창장을 받기도 했다.

그는 “부부간의 합의가 없었더라면 활동이 힘들었을 것인데 아내 역시 내가 봉사 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며 “횟집 운영에 많이 신경 쓰지 못할 때도 있어 혼자서 힘이 들만도 한데 싫은 내색 한번 없이 응원해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날 모인 주민들은 잔을 채우고 강통장의 건강과 앞으로의 무궁한 발전을 위한 건배를 청했다.

주민 한 사람이 “우리들의 영원한 ‘벗’이자, 주민들의 불편사항에 귀 기울이고 대신 해결해주고자 앞장서는 ‘대변인’. 강정훈 파이팅”을 외치자 주민들 모두가 잔을 부딪치며 함께 웃었다.

강 통장은 “통장직을 맡고 있는 한 19통을 위해 또 나의 옛 마을을 위해 역할을 다하고, 몸과 마음을 바쳐 일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몸은 바치지 말고 건강 좀 챙기라”는 질책이 이어졌다.

강통장이 준비한 새참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를 아끼고 챙기는 이웃들 간의 정은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 ‘중마 19통’을 빛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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