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잘 맡겼다. 제 격이야!”

골약동 통사마을황영통장

정확한 그 시기는 가늠할 수 없으나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약 천여 년 전부터 이곳에 마을이 형성됐을 것이라고 한다. 골약동 통사마을은 그 오래된 역사를 뒤로 하고 일부는 개발에 들어간다. 현재 49세대 8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이곳은 과거 목 씨 성을 가진 사람이 수군통사의 벼슬을 했다해 마을 이름을 ‘통사’라고 불렀다고 전한다. 이처럼 과거부터 인재 배출이 많은 마을로, 올해로 3년차 이 마을의 통장직을 맡고 있는 황영 통장(53)에게 그 이야기를 자세히 전해들을 수 있었다.

황 영 통장은 “교장, 해군대령, 경찰서장 등 다 언급 못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인물들이 쏟아져 나왔지. 우리 마을이 옛날부터 이 일대에서도 살기 좋은 마을로 통했지”라며 “농토가 많다보니 벼나 보리농사가 많았고 자연스레 자녀교육이 뒤따랐기 때문 아닐까 싶어”라고 말했다.

지난 30여 년간 부녀회장을 시작으로 농촌생활개선회장, 새마을골약동회장, 학교자모회장까지 각 분야의 활동과 더불어 단체의 수장을 맡아온 그는 남다른 포스를 지니고 있었다. 주민들을 비롯해 이날 함께 자리한 강태원 동장과 골약동 관계자들은 황 통장에 대한 칭찬을 쏟아냈다.

강동장은 “골약동 통장님들의 공통된 특징이 ‘부지런함’인데 특히 우리 황 통장님은 그 중에서도 가장 부지런하다”며 “마을이나 주민들을 위한 일에도 욕심이 있어 동에서 펼치는 사업이나 혜택들은 놓치지 않고 참여하는 열성 통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구장’ 출신으로 황 통장의 대 선배 격이라 할 수 있는 이장수 노인회장이 입을 열었다.

이 회장은 “내가 선배라면 선배지. 옛날에 마을 구장을 아주 오래 맡았으니깐. 우리 황 통장은 본인의 이익은 안중에 없고 봉사정신으로 똘똘 뭉친 아주 강한 여성이야”라며 “세월이 바뀌었고 여자들도 남자들을 능가할 만큼의 실력과 능력을 갖췄잖아. 마을의 리더로써 마을을 잘 이끌어 갈 것으로 여겨져 나를 비롯한 주민들이 적극 추천해 통장직을 맡게 된 것이야”라고 밝혔다.

또 “3년간 지켜보면서 우리는 모두 ‘참 잘 맡겼다. 제 격이다’라는 의견이야. 그동안 고마운 마음이 속에 한 가득 있어도 표현 못했는데 오늘은 해야겄어”라며 “황 통장보다 나이도 많고 경험도 많지만 난 사실 많이 배운다네. 본받을 점이 정말 많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황 통장 부부는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선도 농업인으로 선정돼 ‘새 농민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며, 그동안의 공로를 인정받아 국무총리상, 장관상 등 화려한 수상경력을 지녔다.

이날 경로당은 잔칫집을 방불케 했다. 주민들이 명절 때나 꺼내 쓰는 전기 프라이팬을 들고 나와 전을 부쳐 막걸리 안주를 마련해 함께 나눴다.

그동안 통장직을 맡아오며 힘든 점은 없었는지 질문하자 “보다시피 주민들이 이렇게 단합이 잘되고 한 몸처럼 움직이는데 힘든 일이 무엇 있겠냐”며 “하지만 마을 주민 대부분이 고령인지라 농사나 생활에 어려움이 따르긴 한다. 그러나 이 부분도 서로 돕고 내 가족, 내 부모처럼 챙기면 문제 될 것도 없지”라고 말했다.

또 “포스코 제2제강공장과 25년 넘게 자매결연을 이어오고 있는데 말로 다 할 수 없을 정도로 참 많은 도움을 준다네. 농번기 일손 돕기뿐만 아니라 매월 2-3번씩 방문해서 청소도 해주고 페인트칠도 해주고, 농기계수리, 전기공사 까지 세세한 손길로 마을을 돌봐줘”라며 감사를 전했다.

마을에는 매년 ‘대동계’를 치른다. 이날은 마을 주민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맛있는 음식을 먹고 한데 어울려 회포를 풀며 건강을 다짐하는 날이라고 했다. 이 노인회장이 ‘대동계’에 대한 유래를 설명했는데 “옛날에는 누가 죽거나 하면 ‘상’을 치룰 때 마을 주민들이 모두 힘을 보탰어. 삼베옷 마련하는 ‘삼베계’, 초롱불 써주는 ‘초롱계’, 관을 짜야하니 ‘널계’, 사람들이 모이면 배고프니 죽 써서 나누는 ‘죽계’까지. 먹고 살기 힘든 시절 조금씩 걷어 이런 계를 만들어 궂은일을 함께 헤쳐 나갔지”라며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이런 분산된 계가 번잡하기만 하니 하나로 통일을 시킨 것이지. 그게 바로 오늘날의 ‘대동계’라네”라고 말했다.

따뜻한 봄날 같은 주민들과 보내는 시간이 막걸리와 함께 무르익어 갔다. 주민들은 소소한 개인적인 안부를 나누기도 했으며, 고충을 나누기도 했다.

황 통장은 “마을 하나를 이끌어 가는데도 여러 사람들의 도움이 절실하지. 나보다 앞서 12년간 마을 통장을 맡았던 남편을 비롯해 노인회장님, 골약동장님과 직원들, 그리고 마을주민들이 함께 이끌어 가는 거야”라며 “나는 그저 앞으로도 좀 더 부지런을 떨고 어르신들 한 번 더 살피는 일, 또 마을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는 것에 앞장 설 생각이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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