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켓에서 플라네타륨까지

정호준 별박사

오늘은 제가 번역해 출판한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원작은2003년 일본의 ‘오오히라다카유키’가 쓴 『플라네타륨을 만들었습니다』입니다.

2008년 늦은 봄 어느 날 저는 도쿄 신주쿠에 있는 기노쿠니야라는 서점에서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당시는 제가MBC 일본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임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는데, 대부분의 업무가 마무리되던 시점이라 심적으로 여유가 좀 있었습니다. 책은 단숨에 읽어나갔고, 문체가 쉬워 번역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곧바로 번역에 착수했는데, 처음 해보는 번역이라 쉽게 진행되질 않았습니다. 읽기는 쉬워도 번역은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요하는 작업임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온 몸이 뒤틀리고, 자꾸 핑계거리를 찾으며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임기종료 한 달을 남겨둔 시점에 가족들이 먼저 귀국하게 되어 저만 혼자 한 달을 살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오히려 잘됐다 싶었습니다. 매일 밤 퇴근하면 방에 혼자 앉아 노트북컴퓨터를 앞에 놓고 번역에 몰두했습니다. 다행히 귀국할 무렵 그럭저럭 번역을 마칠 수 있었고, 출판권을 가지고 있는 출판사와 저작권계약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귀국 후 출판사를 수소문하는 것도 처음 해보는 일이라 빨리 진행되질 않았는데, 다행히 여동생이 해보겠다고 나섰습니다. 여동생은 디자인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고맙게도 이런 기회에 출판사도 해보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두 남동생들도 함께 가세해 출판이 형제들 모두의 관심사가 돼 버렸고, 너도나도 의견을 제시하며 빠르게 일이 진행됐습니다. 가장 마지막까지 논쟁이 된 것은 책 제목이었는데, 동생들의 아이디어로 위와 같은 제목으로 낙찰됐고, 2009년8월 출판됐습니다.

책의 내용은, 저자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학교 앞 문구점에서 100엔짜리 야광페인트를 사서 가지고 놀다가 우연히 동전 크기로 동그랗게 오려낸 종이에 야광페인트를 칠해 천정에 오리온자리 모양으로 배열해 붙여놓고 방의 불을 껐을 때 나타났던 천정의 오리온 별자리가 너무도 멋지고 감격스러워, 플라네타륨을 직접 만들기 시작하게 됐고, 독자적인 아이디어로 세계 최 정상급의 플라네타륨을 개발해가는 과정을 소개한 것입니다.

저자 오오히라는 초등학교4학년 때 시작한 야광 플라네타륨에 이어 5,6학년 때는 바늘구멍 플라네타륨을 만들었고,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렌즈식플라네타륨과 병행해 로켓에 흥미를 느껴 상당한 수준의 로켓도 만들게 됩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도 로켓과 플라네타륨 개발을 병행했고, 대학에 진학해서는 렌즈식플라네타륨 개발에만 전념하게 됩니다. 결국 대학 졸업 후 세계 최고 성능의 플라네타륨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일본의 교육 시스템이 오오히라 같은 사람을 만들어 냈다는데 주목했고 무척이나 부러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오히라 같은 사람이 나올 수 있을까요? 그렇게 되길 진정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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