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고 또 치워도 금세 바닥에 쌓이는 ‘담배꽁초’

버젓이 교복 입고 삼삼오오 모여... 지나다닐 때 ‘섬뜩’ 하기도
“학교와 교육청은 단속 안하고 뭐하나” 뿔난 인근 주민들

광양읍 신재로 백운탕 건물 옆 공영주차장이 청소년들의 흡연 장소로 전락해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공영주차장은 인근 도로나 인도에서는 눈에 띄지 않는 사각지대가 여러 곳 있으며, 낮 시간에는 차가 주차돼 있어 숨어서 흡연이 가능한 장소가 되고 있다. 이렇다보니 간접흡연과 탈선장소로 노출된 주차장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만이 나날이 높아가는 실정이다.

또한 주차장에서 이어지는 골목길 안쪽의 상황은 더 심각한 지경이다.

주차장 인근에 거주하는 정 모씨(40ㆍ광양읍)는 청소년들이 버젓이 교복을 입고 이곳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고 몇 차례 다그쳐 보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일부 청소년들은 정씨를 위협하는 행동까지 보였다.

정 모씨는 “대낮에도 학생들이 교복을 입고 골목길이나 주차장 구석에 숨어서 담배를 피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며 “무리를 지어 거리낌 없이 담배를 태우는데 좁은 골목길을 지나다가 담뱃불이 바지에 닿아 구멍이 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라 학교와 교육청에 여러 번 전화를 했지만 단속을 하거나 나아진 모습을 보지 못해 답답하다”며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치우고 다음날 나와 보면 어느새 수북히 쌓여있을 정도다. 흡연이 일상이 된 청소년들에게 하루빨리 단속과 금연할 수 있도록 학교와 관계당국이 도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다른 주민도 “단순하게 청소년 흡연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담배판매업체들을 대대적으로 집중 단속할 필요가 있다”며 “담배를 쉽게 살 수 있기 때문에 매일이다시피 흡연을 하는 것이다. 흡연한 청소년들보다 담배를 판매한 어른들이 나쁘다”고 말했다.

주민들 대다수는 본인의 집 앞이 청소년 탈선 장소로 전락하지 않도록 인근학교에서 등ㆍ하교 시간만이라도 지도교사나 단속반을 편성해 주길 바라고 있다.

정 모씨는 “어머니가 몸이 좋지 않은 상태인데 매일 시시때때로 담장을 넘어 오는 담배연기에 노출돼 걱정이 크다”며 “더욱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고 있는 애들 앞을 지나다니기가 섬뜩할 정도라고 불편해 한다”고 토로했다.

어른이 판매하니, 청소년은 피운다

공원에서 흡연하고 있는 청소년 A는 “담배를 사러 왔을 때 마스크나 헬멧으로 얼굴을 가리면 잘 몰라요. 헬멧 쓰고 들어가서 담배를 사면 무조건 통과에요. 신분증요? 없어도 되요. 한 번 보실래요?”라고 천진난만하게 담배 구매기를 영웅담처럼 쏟아냈다.

청소년이 담배를 주로 구입하는 장소는 편의점과 가게 슈퍼마켓 등인데, 담배 구입 시 성인여부를 확인 하지 않는 곳의 비율이 여전히 높다는 증거인 셈이다.

현행법은 청소년 여부를 확인했다 하더라도 신분증의 위조나 변조를 제대로 확인 하지 못하고 담배를 판매한 경우 신분증에 대한 정확한 검사내역을 업주는 증명해야 하고 이를 증명하지 못할 시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다. 때문에 담배를 판매하는 업주들 역시 불만의 목소리가 높았다.

광양읍에서 G편의점을 운영 중인 점주는 “담배가 없으면 손님이 안 오니깐 판매는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이 워낙 나이에 비해 성숙해 가끔은 혹시 나도 모르게 청소년에게 담배를 판매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며 “신분증 검사를 매번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래도 젊은 층에게는 묻지만 짜증을 내는 손님도 많아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아예 안 팔 수도 없고 자칫 잘못했다가는 영업정지니 우리도 절대 안 팔고 싶다”고 말했다.

때문에 일부 편의점에서는 위조신분증 검사기기나 지문인식기와 같은 장비를 구비하기도 하지만 비용 문제로 업주들은 대부분 꺼리는 실정이다.

이밖에도 청소년 흡연문제를 조사하던 중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는데, 얼마 전까지 청소년들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하던 ‘전자담배’의 인기는 저물고 요즘에는 ‘수제담배’가 뜨고 있다고 했다.

불법으로 유통되는 수제담배를 인터넷 카페나 SNS를 통해 구매하는 데, 담배의 맛도 고를 수 있고 시중에 유통되는 담배 가격보다 저렴한 것이 큰 특징이었다.

청소년 금연 위한 ‘광양시’의 대책

학교흡연예방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광양교육지원청은 지난달 26일에 교육청 및 학교와 보건소 관계자 9명을 대상으로 ‘소확행 자문단 협의회’를 개최했다.

‘소확행’이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말의 줄임말로 자문단 운영을 통해 시작은 작을지라도 ‘금연’ 또는 ‘학생 및 교직원의 건강’이라는 확실한 행복을 맺고자 구성된 광양교육지원청 학교흡연예방사업의 자문단이다.

협의회는 2017년도 학교흡연예방사업 원만한 추진을 위해 학교 현장과 보건소의 의견 및 자문을 구하고, 올해 교육지원청 특화사업인 협력학교군 연계체계 구축과 교직원 금연지원 사업 및 공모전 사업의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광양교육지원청은 협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흡연예방사업을 추진해 학교와 지역사회에 금연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앞장 설 계획을 밝혔다.

이밖에도 광양시 보건소는 청소년 흡연예방교육을 실시해 흡연의 폐해성과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함으로써 금연에 대한 동기부여의 효과를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보건소 관계자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미성숙한 청소년의 흡연은 발암물질과 유해 화학물질에 노출되므로 흡연에 쉽게 중독되고 건강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청소년 흡연은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고 자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무엇보다 청소년 흡연자의 대다수는 성인 흡연자로 이어지면서, 평생 니코틴 의존도를 증가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음주, 본드흡입과 같은 행위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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