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아람 기자의 호루라기

아주 먼 옛날 하늘과 땅이 만들어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때는 세상이 혼돈스러웠다. 세상의 질서가 제대로 잡히지 않아서 모두가 다 제멋대로 살아가던 시대였다. 그 혼돈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하나님이 해에게 “따스한 봄볕을 세상에 고루고루 뿌려줘라”고 말했다. 해는 바로 햇살을 뿌려주었다. 하지만 워낙 질서가 잡히지 않던 때라 쏟아지는 햇살 위로 갑자기 구름이 나타났다. 구름은 소나기를 퍼부으며 심술을 부렸다. 화가 난 해는 “봄에 봄비가 아닌 왜 소나기를 내리냐”고 화를 냈다. 하지만 구름은 적반하장으로 나오며 ‘번개와 천둥’까지 불러와서 장대 같은 소나기를 퍼부었다.

보다 못한 하나님은 구름을 물러 타이른 후 ‘봄의 천사’를 보내 망가진 산야를 가꾸게 하였단다. 하지만 천사 혼자서 그 넓은 산야를 가꾸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봄의 천사는 예쁜 꽃들에게 다가가 “망가진 곳에 예쁜 꽃을 피워주겠니?” 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예쁜 꽃들은 모두 다 거절했다. 봄의 천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어디선가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봄의 천사님, 그 일을 우리에게 맡겨주지 않을래요?” 하는 소리가 들려 둘러보니 그 곳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꽃잔디가 있었다던 한 일화가 있다. 그때부터 생겨난 꽃잔디의 꽃말은 ‘희생’이라고 한다.

서두가 길었다. 광양은 지금 온통 꽃 천지다. 보랏빛 물결이 넘실거린다. 꽃 옆에는 꽃만 있는 것이 아니다. 꽃잔디를 식재하고 있는 사람들도 함께 보인다. 얼마 전, 순천을 갈 일이 있어 덕례리를 지나고 있었다. 저 멀리서 꽃잔디로 만들어놓은 광양시 홍보 문구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토록 눈부시게 예쁠 꽃잔디가 하나도 예뻐 보이지 않았다. 꽃잔디의 꽃말인 ‘희생’처럼 민선 6기 정 시장의 공약사항에 대한 ‘희생’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꽃잔디는 다년생이다. <본보 3월27일자. 사방천지 꽃잔디 열풍, 뒷마무리는 ‘시들’ 기사 참조>

민선 6기 출범 이후 꽃길 가꾸기에 불이 붙었다. 경진대회도 벌였다. 하지만 꽃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수상식과 함께 사라졌다. 잡초는 무성히 자랐고, 꽃잔디는 생육이 어려워졌다. 그렇게 꽃잔디가 죽은 자리에는 또 죽어갈 꽃잔디가 심어졌다. 더 이상 낭비는 안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눈요깃거리가 아니다. 지속적인 관리다. 밖에서만 일을 성취하려는 행정보다 안을 잘 다스리는 행정이 절실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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