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가운데 있는 게 바로 나야, 왼쪽이 우리 동서고 오른쪽이 우리 큰 형님. 나는 여태 살면서 우리 큰 형님처럼 마음 넓고 이해심 많은 사람은 못 봤어. 또 우리 작은 동서처럼 형님들 말에 잘 따라주는 사람도 못 봤고”

강영순(79)씨는 광양시 진상면 어치마을로 시집왔다. 남편과 결혼하고부터 인연이 된 큰형님과 작은동서는 수십 년간 그와 함께 여느 집 자매처럼 지내왔다.

강 씨는 “같이 모도 심고, 벼도 베고, 밭일도 다니고. 같이 힘 보태서 일하고 서로 돕고 그렇게 함께 살았지. 요즘 사람들은 상상도 하기 힘들겠지만 예전에는 이렇게 항꾸네 살았다고”라고 말했다.

사진을 한참 들여다보며 이 날을 떠올렸다.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나 싶어 서운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

강 씨는 “이날이 정월대보름날이었어. 평소에는 이렇게 못 입지. 셋이 치마 차려입고 마당에서 다정하게 포즈 취하면서 얼마나 웃었던지”라며 “우애가 참 좋았어, 이날도 누가 사진기를 가져 왔길래 우리 한 장 찍어달라고 해서 이렇게 남겼지”라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은 이들을 보고 ‘삼박자가 잘 맞아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요즘엔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모두 건강을 잘 지켜 특별한 날이 오면 함께 만나 식사도 하고 안부도 묻는다고 했다.

강 씨는 “친 자매처럼 지냈거든. 생각해 보니 좋은 언니도 얻고 동생도 생긴 건 다 우리 남편 덕이네”라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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