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의 추억 25

“이게 우리 딸 첫 돌 사진인데 사진 속 이 아이가 올해 50살이 됐어”라며 사진 한 장을 꺼내 든 김완예 씨(71)에게 이 사진은 소중한 딸아이에 대한 추억과 동시에 아픈 시절에 대한 기억이 담겨져 있기도 하다.

남편의 사업 실패로 어린 딸과 서울의 산동네로 이사를 해야 했다. 이전의 생활과는 너무 달라졌지만, 김 씨와 그의 남편은 가족을 위해 현실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만 했다.

김 씨는 그 당시를 회상하며 “방 하나에 부엌 하나. 겨울이면 연탄불을 아무리 때도 바닥이 냉골이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벽에 서리가 낄 정도였어. 철없는 딸아이는 자꾸만 오줌을 싸고. 감기라도 걸릴까 싶어 이불에 꽁꽁 싸매면 금세 이불 밖으로 나오고. 이제는 머나먼 이야기라 이렇게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지만 아직도 그 시절을 생각하면 마음이 찡해”라고 말했다.

▲ 김완예씨와 첫돌을 맞이한 그의 딸 지영씨.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인데 부족한 살림에 마음대로 쉽지 않아 기르는 내내 미안한 마음이 컸다.

김 씨는 “내가 안 해 본 것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했어. 그림판매상으로도 일하고, 보험회사부터 자식들 제대로 교육시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지”라며 “그래서 그런지 자식들이 다 잘 커서 잘 살아. 얼마 전 서울에 사는 딸아이는 내게 고맙다고 하더라고. 그 말을 듣는데 그 시절의 고생이 보상 받는 기분이었어”라고 말했다.

양장점 하는 언니가 자투리 천을 친정에 가져다 놓으면 그 천을 모아 딸아이의 옷을 지어주곤 했던 시절, 그는 아직도 한 번씩 그 시절을 떠올린다. 힘들고 못 살았어도 그 때 아장아장 걸으며 내게 기쁨을 주던 아이들.

김 씨는 “그때도 지금도 내 소원은 하나야. 모든 엄마의 마음이지. 내 자식들이 건강하고 앞날이 평온하길. 나는, 엄마는 그것이면 충분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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