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면 방동마을 인근 ‘구 철길’ 가로막은 철조망

추락방지 위한 ‘통행 차단’ 더 큰 위험 불러

진상면 방동마을 인근 다리 위 폐 경전선 일부 구간에 얼마 전 철조망을 설치해 통행이 차단됐고 이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 같은 통행차단으로 주민들은 마을에서 면소재지로 나갈 때 마다 수십 년째 이용했던 가까운 길을 두고, 먼 길로 되돌아 다녀야 하는 실정이다.

주민들 대다수는 비록 한쪽 난간이 없지만 기차가 지나다닐 정도의 폭으로 큰 사고 없이 다리 위(폐 경전선)를 이용해 면소재지로 통행을 해 왔다.

하지만 철조망이 생긴 이후부터는 이곳을 곡예라도 하듯 철조망을 잡고 좁은 난간을 밟고 넘어 다니는 위험천만한 일이 늘어나고 있어, 더 큰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 곳을 통해 면소재지로 나갈 경우 일반 성인의 걸음으로 10여분이 걸리지만, 되돌아 갈 경우 그 거리가 상당해 40여분이 넘게 걸린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70대 이상의 고령이라 이에 따르는 불편함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김 모 씨(74)는 “목욕탕을 한번 가려고 해도 쉽지 않아서 주민들끼리 몇 명 모아 택시를 불러서 나간다”며 “도저히 우리 같은 노인들이 걸어 나갈 거리가 아니다. 왜 갑자기 저걸 막았는지 참으로 답답하다”고 말했다.

조명진 방동마을 이장은 “젊은 사람들은 차가 있으니 상관이 없지만 어르신들에게 40여분 동안 걷는 것은 큰 무리”라며 “마을에 버스가 자주 다니는 것도 아니고 하루에 세 차례 정도 밖에 들어오지 않는 곳이니 문제가 크다”고 설명했다.

주민들 대다수는 과거 경전선에 기차가 다니던 시절에도 기찻길을 가로질러 면소재지로 통행을 했지만 사고 한번 나질 않았는데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는 현 시점에 갑자기 세워진 통행을 막기 위한 철조망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에 대해 진상면 관계자는 “통행을 막은 근본적인 이유는 다리 밑으로 추락사고가 발생 할 수 있다는 위험이 제기됐기 때문”이라며 “실제로 몇 년 전 그 곳에서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인명피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평생을 그 길로 다녔는데 주민들의 의견도 들어 보지 않고 사고가 날 수 있으니 먼 길로 되돌아 다니라고 하는 것은 정서상 맞지 않다”며 “정말 추락 사고를 막기 위한 것이라면 통행을 막는 철조망 대신 다리 옆을 감싸서 안전하게 통행하도록 설치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지난 17일 현장을 찾았을 때는 이미 누군가 일부를 잘라내 무용지물로 전락한 철조망을 볼 수 있었으며, 사고방지를 위한 대책으로 세운 것이라고 하기에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였다.

김 모씨는 “노인들이 다리 위까지 올라가는 것도 불편하고 차라리 다리 밑에 돌다리라도 하나 만들어 주면 마음 놓고 통행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면 위험하지도 않고 굳이 다리 위 철길로 다니려는 사람도 없을 것”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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