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똘히 생각에 빠진 최 기자,
사무실 내부를 어수선 하게 서성거린다.

최기자: (혼잣말로) 구봉산 전망대를 갔다가... (고개를 절래 절래) 아니야 먼저 계곡을 가는 게...
박대표: (그 모습을 유심히 살피더니) 어딜 자꾸만 가겠다고 중얼대면서 사무실만 빙글빙글 도는 거니?

최기자: (생각에서 빠져나와) 네? 저요?

박대표: 정신 사나우니까 그만 돌고. 무슨 일인지 말해봐.

최기자: 저번에 서울에 사는 친구가 광양의 대표적인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무엇이냐고 질문해서 대표님께 여쭸던 거 생각나시나요? 그때 광양의 9경과 9미에 대해서 알려주셨잖아요.

박대표: 그래, 그랬지.

최기자: 이번 주에 오겠대요.

박대표: 어딜? 광양을?

최기자: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여 보인다)

박대표: 좋겠구나, 친한 친구라고 하지 않았니?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맛있는 것도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지 않니.

최기자: 토요일과 일요일 1박 2일 동안 광양의 ‘9경’을 모두 구경하겠다고 코스와 안내를 부탁했는데 제가 또 큰소리 쳤거든요. (가슴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두드리며) 나만 믿어, 라구요.

박대표: 뭐 어렵니? 네비게이션이 다 안내해주는걸.

최기자: 그래도 정확하게 설명도 해주고 해야 하지 않겠어요? 우선 그래서 1박 2일 코스를 만들어 봤는데요. 첫날 오후에 도착하게 되면 광양읍 버스터미널에서 옥룡면 동곡계곡에 데려가서 계곡 물에 발을 담그게 해주려고 해요. 서울 촌년이라 바다보다 계곡에 더 로망이 있더라구요. 그렇게 광양 동곡계곡 방문으로 ‘1경’ 클리어!

박대표: 그리고 옥룡면에 ‘3경’인 백운산자연휴양림, ‘7경’에 속하는 옥룡사지 동백나무 숲을 이어 탐방하면 좋겠구나. 백운산자연휴양림은 잘 보존된 원시림과 삼나무, 편백 등 인공림이 조화를 이뤄 그 누구라도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곳 아니니. 옥룡사지 동백나무 숲은 활짝 동백이 폈을 시기가 아니라 아쉽다만 그 의미를 알려주면서 함께 걷는 것도 낭만적이지 않니?

최기자: 의미요? 그런데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곳에 동백꽃을 심게 된 이유가 있나요?

박대표: 세상만사에 이유 없는 것이 어디 하나라도 있겠니? 옥룡사지는 신라의 고승 도선국사가 중수한 사찰로 입적할 때까지 35년간 수백 명의 제자를 양성한 곳이야. 중수할 당시 땅의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동백나무 만 그루를 심었고 그것이 숲을 이룬 것이지.

최기자: 우와~

박대표: 현재 7천여 본의 동백나무가 사찰지 주변에 넓은 군락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곳은 경관적, 학술적으로 보존할 만한 가치가 높아 10년 전 천연기념물 489호 지정돼 보호 관리되고 있단다.

최기자: 음... 그 다음에는 친구에게 광양은 낮만큼이나 밤도 아름다운 도시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규모로 치면 세계 4번째이자 국내 최장이라는 ‘4경’ 광양이순신대교의 장관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해양공원에 데려갈래요.

박대표: 그거 참 좋은 생각이다. 그럼 여기서 퀴즈! 이순신대교의 주탑과 주탑 사이의 거리인 1545m는 무엇을 의미한 것일까?

최기자: 아니, 그것도 의미가 있단 말이에요?

박대표: 정답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탄신해인 1545년을 기념하기 위해 일부러 그렇게 설계했단다. 양쪽 주탑의 높이는 270m인데 그 높이가 63빌딩보다 높고 콘크리트 주탑으로는 세계 최고 높이야.

최기자: 그런데요 대표님, 갈등 되는 것이 하나 있어요.

박대표: 뭔대?

최기자: ‘8경’인 구봉산 전망대를 밤에 가는 게 나을까요? 아니면 다음 아침에 가는 게 나을까요? 구봉산전망대는 아침에 가면 순천, 여수, 하동, 남해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잖아요. 그런데 또 밤에 가면 ‘6경’에 속하는 광양만 야경을 볼 수 있는 야경 포인트잖아요.

박대표: 다음날 가는 게 낫지 않겠니? (핸드폰으로 검색하더니) 날씨도 맑다고 하니 구봉산에서 일출을 보는 것도 좋겠구나. 그리고 ‘2경’인 광양매화마을로 향하는 거지.

최기자: 지금가도 볼거리가 있을까요?

박대표: 꽃보다 사람이 아름다운 곳 아닐까? 3대에 걸쳐 매화를 가꿔온 명인의 혼이 담긴 2500여개의 전통옹기, 그리고 섬진강. 또 최근에는 맥문동, 구절초 등 야생화가 활짝 피어 사계절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지.

최기자: 그 후에는 섬진강을 따라 드라이브를 즐기면서 ‘5경’인 망덕포구로 향할 거에요. 가서 ‘물 회’도 먹고 망덕포구를 유유히 산책할 거에요. 또 제 친구가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 윤동주 거든요. 정병욱 가옥을 선물로 짠~ 하고 보여 줄래요.

박대표: 그거 잘됐구나.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윤동주 시인의 유고 복사본이 정병욱 가옥에 전시됐거든. 더불어 정병욱 박사와 윤동주 시인의 우정에 대해 설명해주면서 두 사람의 우정도 튼실하게 다지거라. 그럼 마지막 코스는 광양읍 유당공원과 인서리 숲이겠구나.

최기자: 네~ 마지막으로는 ‘9경’인 천연기념물 235호로 지정된 광양읍수와 이팝나무를 보러 갈 거에요.

박대표: 광양읍수는 1528년 광양현감 박세후가 읍성을 쌓은 후 바다에서 보이지 않도록 만들었는데 풍수상의 결함을 보완하려고 늪에 못을 파고 수양버들과 이팝나무 등을 심었단다. 우리 조상들의 군사적 목적과 바닷바람을 막는 지혜를 볼 수 있는 문화적 자료이기도 하지.

요란하게 울리는 핸드폰 벨소리,
최기자, 주머니를 뒤적여 핸드폰을 꺼내 받는다.

최기자: (무척 반갑게) 이번주에 오는 것 맞지? 다 준비됐어. 내가 뭐랬니. 나만 믿으랬지? (갑자기 시무룩) 뭐... 못 온다고? 왜 갑자기? 알았어..(전화 끊는다)

박대표: 못 온다니? 어쩌니.. 열심히 준비했는데.

최기자: (수첩에 적힌 내용을 보여주며) 그러게요. 친구에게 제대로 안내하려고 수첩에 대표님 깨알 같은 말씀 하나도 빠짐없이 적었는데.

박대표: (최기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힘 내거라. 다음 기회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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