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사랑꾼 강용근·권상분 부부

▲ 강용근·권상분 씨 부부

“당신 그때 생각나?”

남자가 여자에게 나지막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때는 바야흐로 79년도. 한 유명 잡지에 남자가 직접 시은 시 한 편이 실렸다. 시 아래에는 남자의 주소도 함께 실렸다. 남자의 시에서는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짧은 시 한 편이 여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여자는 펜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여자는 용기를 내 남자에게 편지 한 통을 썼다.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서 살고 있는 권상분이라고 합니다’ 로 시작한 담백한 편지였다. 누가 볼까 몰래 봉투에 꼼꼼하게 풀을 붙인 뒤, 마지막으로 우표를 붙였다.

며칠 뒤, 편지 한 통이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천천히 읽어 내려가는 여자는 미소를 짓고 있다. 부부의 사랑은 그렇게 시작됐다.

당신이라는 편지에 사랑의 우표를 붙여

첫 만남은 서면의 한 다방에서였다. 1년 넘게 편지를 주고받아온 터라 만나도 어제 만난 사람처럼 친근했다. 어색함이 없고 편안했던 것이 아내 권상분(60)씨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남편 강용근(63) 씨는 “편지를 주고받을 때도 많이 느꼈었지만, 이해심이 깊은 여자였다”며 “대화를 하면 할수록 마음이 통해서 놓치고 싶지 않았다”고 멋쩍어했다.

데이트는 주로 부산에서 했다. 남편 강 씨의 직장이 부산에 있었기 때문이다. 대구에 있는 한 공장에서 일을 하던 아내 권 씨는 쉬는 날이 많은 편이었다. 쉬는 날이 거의 없는 남편의 시간에 맞추다보니 부산으로 오는 것이 더 편했다. 권 씨는 첫 차를 타고 부산으로 왔다가 막차를 타고 대구를 돌아갔다. 터미널로 데려다주는 길 강 씨는 항상 권 씨의 손에 차표를 쥐어줬다.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던 권 씨가 남편을 향해 말했다.

“그래서 범어사 내려오면 있는 공원에서 뽀뽀했구나?” 남편 강 씨는 쑥스러운지 고개를 돌렸다. 부부의 첫키스는 범어사 아래 공원에서다.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때 그 시절의 추억은 잊을 수 없다. 1980년 12월 27일. 부부의 결혼기념일이다. 결혼은 아내의 고향인 의령의 한 작은 마을 사진관에서 했다.

강 씨는 “그때는 정말 많이 가난해서 가족들만 불러 사진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며 “지금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하지만, 신혼방도 여관에서 시작했다”고 아내에게 미안해했다. 하지만 그래도 부부는 행복했다. 서로만 바라볼 수 있고 의지할 수 있어 더없이 행복했다. 부부 사이에는 든든한 아들도 하나 있다.

연애라는 꽃이 부부라는 열매로

남편을 처음 봤을 때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른체격에 구겨진 옷을 입고 나온 남편은 더없이 힘이 없어보였다. 권 씨는 “저 사람을 믿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게 됐었다”며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였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정말 믿음직스럽다는 느낌을 받게 됐다”고 털어놨다.

부부의 취미는 ‘낚시’다. 서로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도 대단한데, 취미까지 같아 마을 주민들은 이 부부를 ‘잉꼬부부’라고 부른다.

강 씨는 “어려운 시기에 고생을 너무 많이 시켜서 미안할 뿐이다”며 “어렵고 힘든 순간을 다 참고 견디고, 나를 믿고 따라줘서 정말 고맙다. 앞으로도 영원히 아내만 사랑할 것이다”고 말했다. 남편 강 씨는 아직도 아내를 보면 가슴이 뛴다. 오래전, 그리워하며 밤새도록 지우고 또 지우며 마음을 써내려가던 손편지 덕분에 얻은 가장 소중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부부는 현재 광양읍에서 작은 만두가게를 하고 있다. 매일을 곱게 빚는 만두처럼 부부의 행복도 빚어지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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