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준의 별 이야기_ 82

저는 수도권에서 50년 가까이 살았습니다. 특히 아파트에서는30년 정도 살았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망원경을 구입한 2003년에도 아파트에 살고 있었는데, 매일 밤 직경10인치 반사경을 장착한 무거운 망원경을 들고 낑낑거리며 계단을 통해 옥상에 오르내렸습니다.

당시 꽤 비싼 물건이었으므로 혹시라도 어디 부딪혀 상하기라도 할까 조심조심, 이웃에게 방해라도 될까 조용조용, 아무튼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영하10도를 오르내리는 추운 겨울날씨에도 불구하고 꽤 열심이었습니다. 당시 목표는 안드로메다 은하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광해가 없는 지역에서는 맨눈으로도 보인다는 안드로메다 은하가 보이질 않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머릿속에 그리는 이미지는 멋들어진 타원형 모양의 밝은 것이었습니다. 그런 형태의 것을 시야에서 찾을 수가 없었는데,대략 한 달 만에 눈에 어렴풋이 비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눈을 정면으로 보면 거의 안 보이고, 약간 사시로 보면 어렴풋이 희미한 것이 보였습니다. 그것도 타원형이 아닌 둥근 형태의 뿌연모습이었습니다. 너무나 실망했습니다. 10인치 반사망원경이면 그래도 큰 편에 속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큰 망원경을 사용해야 안드로메다 은하를 제대로 볼 수 있단 말인가?

원인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조명 불빛이었습니다. 아파트 빌딩이나 상가에서 새어나오는 조명의 빛, 가로등의 빛, 자동차 전조등의 빛 등이 하늘로 올라가다 공기중의 수증기나 미세먼지에 반사돼 다시 지상으로 내려오는데, 그 반사돼 내려오는 빛의 밝기가 그 위치에서의 하늘의 배경밝기가 되는 것이었고, 그 빛보다 흐린 별, 성운, 은하는 그 빛에 묻혀 보이질 않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광해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었던 저는 호되게 대가를 치른 셈이었습니다. 저의 별보기 생활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천문학자들과 환경단체들은 광공해 문제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성과는 미미합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어두운 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시행되고 있습니다. 가로등은 아래만 비추고 하늘을 비추지 않도록 설치해야 한다거나, 조도를 낮춰 낮은 위치에 설치하도록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 환한 밤은 곤충과 새를 비롯한 동물의 생체시계에도 영향을 미쳐 포식동물의 공격에 취약해 짐으로써 생태계의 균형이 깨질 수 있습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이 밤에 지구를 찍은 아래 사진을 보면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사진을 보면 북아메리카와 유럽, 일본 및 한국은 별을 보기에 좋지 않은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도시들이 많이 모인 지역이 어느 정도나 밝은지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서호주의 사막이나 남태평양의 넓은 바다 한가운데에서는 맑은 날 밤에 믿을 수 없을 만큼 많은 별을 볼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별이 너무 많이 보이면 익히 알던 별자리까지 찾기 힘들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치안이나 신변의 안전걱정 없으며 광공해까지 없는 곳은 지구상에 많지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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