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간직한 노거수를 찾아서_ 48

노거수는 한 그루의 나무이기 이전에 그 마을의 상징물이자 그 마을만의 문화를 읽을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써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광양시민신문은’ 시간을 간직한 노거수를 찾아서’를 통해 현재 보호수로 지정관리 되고 있는 노거수를 연중 기획·취재해 시민들로 하여금 관심과 보호의식을 갖게 하고, 그에 담긴 의미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본정마을 길가의 400여년 된 느티나무는, 바로 옆에 자리한 우산각을 수많은 가지와 푸른 잎들로 감싸 안고 있었다. 인심 좋은 나무는 마을 주민들뿐만 아니라 더위에 지친 그 누구에게도 팔을 뻗어 그늘을 내어준다.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마을. 신발을 벗고 우산각에 올라 앉아 마을 주민에게 마을의 보호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한 주민은“ 고려 이전에 이미 마을이 형성된 것으로 추측하는 데 이웃 마을 중에서도 가장 먼저 터를 잡고 형성돼‘ 본정’이라 이름 붙여졌다는 이야기가 있다”며“ 마을이 오래된 만큼 나무들도 오래된 것이 많은데 마을에는 6그루의 보호수가 있고 아직 지정되지는 않았지만 수백년이 넘은 노거수가 많이 서식한다”고 전했다.

이 마을에는 소나무, 이팝나무, 느티나무 등 다양한 수종의 보호수가 있는데, 그 중에서도 느티나무는 네 그루나 된다‘. 지정번호 15-5-1-15’인 이 느티나무는 현재 우산각과 민가담장사이에 뿌리 내리고 있었다. 느티나무는 본래 특성상 수관 폭이 넓어 나무 아래에 그늘을 만드는데 유용해 마을 어귀에 심어 정자목으로 주로 활용했다고 한다.

고영석 본정마을 이장은 “길을 따라 조금만 더 내려가면 이 나무 말고 또 다른 느티나무가 한그루 더 있다. 과거에 이 나무들 부근에서 장이 열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며 “장에 물건을 팔러 오는 이들이나 사러오는 이들에게 느티나무의 시원한 그늘은 유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6.25 전쟁 당시에는 나무 사이에 인민군들이 무기를 숨겨두기도 했는데, 가지와 잎들이 워낙 풍성하게 우거져 그 누구도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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