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호룡 황안과 원장

우리 몸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기에 조금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효도의 시작이라고 유교의 경전 효경은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애써 수고하지 않아도 우리 몸 안에는 파수꾼들이 있어서 외부의 온갖 병원균들과 유해물질들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날마다 우리 육체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생존을 위한 살벌한 싸움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데 이것을 한마디로 면역이라고 부릅니다.

만일 감기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첫 3일간은 선천면역시스템이 작동하여 바이러스에 저항하다가 3일 이후에는 적응면역시스템이 활발하게 작용하여 기필코 승리로 이끕니다. 즉 적군이 휴전선에 나타나면 우리 국군은 두 가지 매뉴얼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맨 처음 수색대의 눈에 띄면 수지상세포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와 1;1로 맞서 싸우면서 상대 몸의 일부를 취하고 이조각을 덩치가 큰 대식세포에 전달해 주고 이어서 군사령부에 해당하는 두 곳(T부대와 B부대)에 전달해 줍니다.

그러면 전달받은 조각을 분해하고 전사(복사)하여 정확한 정보를 얻게 되며 대식세포들이 다량으로 감염부위로 이동하여 첫 2-3일을 버텨 싸우는 동안 두 곳의 사령부에서는 일사분란하게 전투준비를 합니다. T부대는 Thymus(흉선)에 본부를 두고 있는데 이곳에서 항원조각모양과 표면의 일부가 정확히 일치하는 살해백혈구(살해 T cell)들을 급하게 양성하여 감염부위로 대량 투입시킵니다.

또한 B부대(임파절)에서는 이번에 침입한 병원균에 가장 적합한 형태의 항체를 대량 생산하여 감염부위로 이동시킵니다.

병원균을 모두 섬멸하면 조절T세포(일명 suppressor T cell)가 나서서 드디어 전쟁종식을 선언합니다. 그러면 그동안 전쟁터에 동원되었던 모든 백혈구들에게 자살명령이 전달되고 이번 전쟁의 원인균을 기억하는 기억백혈구(memory B & Tcell)들을 제외한 모든 백혈구가 자살하여 죽습니다.

병원균을 기억하는 백혈구는 수년 혹은 평생 동안 생존하면서 똑같은 병원균이 침입하여오면 하루 이내에 모든 병원균을 물리쳐 이깁니다. 예를 들면 콜레라나 장티푸스균을 기억하는 백혈구 덕분에 이 병원균들이 재침입하더라도 아무 증상 없이 그냥 넘어가는 것입니다.

유행성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 종류는 약 200종이 넘으며 이것들은 자주 변이를 일으켜서 인체를 공격합니다. 그러나 우리 인체는 이를 대비하여 약 200종의 Helper T cell이 항상 준비되어 있고 또 그 표면에 유전자변이를 일으켜서 바이러스의 변이에 맞대응하고 있습니다.

병원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였는데도 동원된 거의 모든 백혈구들을 자살하도록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만일 전투에 동원된 백혈구들이 계속해서 생존하게 되면 우리 몸 이곳저곳에 염증을 유발하여서 우리에게 해가되어 지속적인 고통을 안겨주기 때문입니다. 대(인체)를 위하여 소를 희생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병원균의 침입이 없는 평온한 날에는 우리의 경찰차가 순찰하면서 눈에 띄는 범인을 색출하는 것과 같이 혈관 속을 돌아다니면서 경찰역할을 하는 백혈구가 있습니다.

그 이름은 NK cell(자연살해세포)인데 바이러스에 감염된 표적세포 또는 암세포를 발견하는 즉시 살해하여 버립니다. 대식세포 역시도 평소에 혈액을 따라 순찰하면서 암 유발물질과 같은 수상한 물질이나 병원균을 잡아먹습니다. 우리가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이처럼 인체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상상도 못할 일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진행 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생명은 온 우주와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존재입니다. 그러나 이 생명이 존재하고 있는 한 우리는 매일의 일터에서 상대방과의 갈등뿐만 아니라 자기와의 싸움으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여 우리의 마음의 세계에서도 끊임없는 내적싸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우리는 여러 가지 심리적 방어를 하면서 대처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자신에게 닥쳐온 현 상황을 부인하기도 하고 또 불편한 감정을 애써 억눌러서 마음 한 구석에 밀쳐놓는 억압 그리고 자신의 탓이 아니라 다른 사람 탓으로 돌리는 투사, 자기변호의 그럴듯한 이유를 만드는 합리화, 불안한 현 상황의 해결책으로 자신이 애써 이루어놓은 발달단계에서 그 이전의 단계로 후퇴하는 퇴행 등이 그것입니다. 이러한 심리기제를 동원하여 스트레스를 회피하려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심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쌓인다 하여 회피하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어지간하면 유머로 대처하고 상대에게 공감하며 동일화하려는 노력 그리고 이타적 봉사활동과 같은 건설적 대안이 더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때로는 힘들겠지만 윤동주시인과 같은 처절한 자기와의 싸움을 통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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