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전 농협중앙회 광양시지부장

경로우대가 되던 해, 나는 칠순까지 5년에 걸쳐 실천할 세 가지 목표를 계획하였다.

첫째는 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유급 없이 4년 만에 마치는 일이고, 둘째는 4대 중앙지에 글을 실어 보는 일, 마지막으로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다녀오는 일이었다.

이제 마지막 계획인 트래킹을 며칠 앞두고 나는 가슴 설레는 행복감에 빠져있다.“ 히말라야는 어떤 종교적 언어와 과학 용어로도 그 존재감을 표현하기란 불가능하고, 어떤 펜으로도, 수채화로도, 사진으로도 완전히 표현할 수 없다.”는 글을 읽고 세운 계획이다.


돌이켜보니 이 벅찬 계획은 나머지 두 계획과 함께 나에게 노년기의 무료를 잊게 하고 몰입이라는 즐거움을 갖게 하였고, 무리를 하지 않고 꾸준함을 즐기는 생활습관은 마음의 평정심과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었다.

스스로의 삶에 충실하다보니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지금, 바로 이 순간의 소중함만 보며 살아왔다는 자부심도 가져본다. 나의 개성이 강한 삶을 좋은 모습으로 이해해주는 주위의 사람들에게 늘 고맙다는 마음을 먹으며 살아오게도 되었고 주어진 나의운명에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한 소설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다고 한다.“ 거의 전적으로 아는바가 없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줄 아는 것이 삶에 작별을 고하는 가장 행복한 방법이다.”가장 생경하고 두렵기도 한 죽음이 가까워진 노년기에 여행에서 찾는 의미는 실로 소중한 바 크다.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통해 생각을 가다듬기도 하지만 미지의 세계를 경험하는 것은 거의 대부분의 경우 신비함과 경외감을 갖게 한다. 어떤 인위적인 구조물보다도 비와 바람, 기온의 변화 등 자연의 순응에 맡겨온 풍광들이 더 아름답고 위대해보임을 경험하기도 한다.

‘나와 다름’의 꾸준한 경험은 편견과 아집을 넘어 우주나 사회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자연과 하나 됨을 스스로 느끼게 한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행복은‘ 운명적 주어짐’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듯, 악기를 연주하듯 스스로가 ‘부단히 익혀야할 기술’이라는 말이 있다. 분수에 맞는 계획이 가져오는 작은 성취는 행복을 경험하게 하고, 삶에서 가장 소중한 평정심을 갖게 하며, 새로운 도전을 꿈꾸며 가슴을 뛰게 한다.

한걸음 한걸음을 옮기는 등산은 어찌 보면 작은 성취의 연속이며, 땀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무색무취의 물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는 신비감을 경험하게 해준다.

각박한 세상은 폭넓은 인간관계를 넘어 평안한 자연관계를 가져보라고 귀띔 해 주기도 한다. 올림픽에서 동메달리스트가 은메달리스트보다 더 행복해 하며 때론 금메달리스트보다 더 즐거워 한다는 조사 보고가 있다. 작은 성취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는 소박함을 나는 등산에서 찾곤 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트래킹이 주는 의미를 나는 가장 소중한 끈끈한 가족애에서 경험하고 있다. 온 가족들이 유별난 가장의 좌충우돌 삶을 존중해주고 벅찬 여정을 걱정해 주고 있다.

며늘아이는 자진하여 여행경비를 마련해주고, 여타자식들도 각종 등산장비를 빠짐없이 새로이 챙겨주고, 여타경비를 송금해 주고 있다.

출발 하루 전, 불편한 몸으로 카고백을 챙기고 있는 아내의 정성어린 모습을 보면서 한없는 고마움을 느껴본다. 나는 이제 새로운 그 무엇을 담아오기 위해 몸과 마음을 비우고 또 비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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