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영 광양시민신문 독자위원장

정은영 광양시민신문 독자위원장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 광양읍 마로산성에 오른다. 역사적 의미도 있지만 산성 터에서 바라보는 읍내와 초남 바다의 풍광이 가슴을 시원하게 쓰러 내려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개를 돌려 백운산을 바라보면 눈대중으로 세어도 송전탑 80여기가 거미줄처럼 산을 가로지르고 있다. 숨이 막힐 정도다.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최근 대규모 목재폐기물화력발전소가 광양시 황금산단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지역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사업자가 정한 발전소의 명칭은 ‘목질계 바이오매스발전소’다. 반대하는 시민들은 ‘쓰레기화력발전소’라 말한다. 초남산단, 익산산단에 이어 조성되는 황금산단은 광양읍에서 6킬로 안에 들어 있다. 황금산단을 기준으로 10킬로 이내에는 다압 등 일부를 제외한 광양시 전역과 순천의 신대지구를 포함한 연향지구, 여수의 율촌지역이 포함된다.

광양만권은 이미 ‘화력발전소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화력발전소의 밀집지역이다. 그에 따른 대기오염을 비롯한 각종 환경오염이 전국에서 최고조에 이르고 있는 지역이다. 이런 상황에서 광양읍 인근에 또 화력발전소를 계획하고 있는 것이다. 율촌산단과 여수산단에도 신. 증설이 계획되어져 있다. 반대의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으며 지난주 예정된 주민공청회는 사업자 측의 일방적 진행을 문제 삼아 시민단체에 의해 무산되었다.

불신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경우도 있다. 지난달 광주지검 순청지청은 국내 수입.유통이 금지된 왕겨펠릿을 국내산으로 둔갑시키고 미세먼지와 산성비를 유발하는 성분의 함유량 데이터와 시험성적서를 조작한 수입업자, 세관공무원 등 55명을 기소했다. 검은 돈이 오갔다. 또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지난주 대기오염물질 불법배출업체 13개 업체를 적발했다. 그 불법을 행한 방법도 다양하다. 시민들은 지금도 광양만은 충분히 중병에 걸린 환자와 같다고 말한다.

인근 사례를 살펴보면 고흥군은 원자력발전소와 화력발전소 건설 계획을 연거푸 백지화한 선례가 있다. 광양에 예정된 목재폐기물화력발전소 유형의 발전소 건설계획을 최근 고흥 군민들의 반대로 포기했다. 고흥군에서 발전소의 필요성을 설득하려 발간한 자료에는 “일자리 창출, 마을 경제적 지원, 지방세 확보, 환경오염 미비” 등을 세세히 설명한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고흥 사람들은 단호히 거부했다. “생태는 한번 무너지면 복원할 수 없다. 삶의 터전을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이에 반해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은 오염원 밀집에 하나 더 얹는 식으로 또 다른 오염원을 끼워 넣으려 한다. 광양시는 경제적 논리로 현 상황에 눈치를 보고 있다.

시가 앞장서서 목재폐기물 발전소 건립을 반대하고 나선 경우도 있다. 구미시는 구미그린에너지가 구미국가산업단지에 목질계 바이오매스를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 건립하려는 계획을 산자부가 허가하자 “클린 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구미시의 노력과 추진의지를 짓밟는 행위로 발전소 건립 허가를 즉각 철회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 했다. 지역의 정치권도 즉각 취소하라며 가세했다. 광양만권의 지자체와 정치권에서도 분명한 입장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잠깐 눈여겨 볼 대목이 있다. 지역의 정인화의원은 2016년 『수산자원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발전사업자에게 온배수 배출량을 고려해 수산자원조성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법안 내용은 “남해안의 경우 연안 전체가 어류, 패류, 해조류 양식장임을 감안할 때 갯녹음 발생 등 직간접 피해가 상당하고 남해안 온배수는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광양복합발전소 등지에서 배출되고 있다” 지적하고 있다. 법안은 수산자원조성, 해양생태계 회복에 필요한 투자재원 확충 필요성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역설적이게 법안 내용에 의하면 우리 지역 주변 발전소들로 인하여 현재도 충분히 해양생태가 망가져 있음을 담고 있다. 더 이상 화력발전소건립을 허용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민들의 푸념이다. “고마해라. 마이 묵었다 아이가”

전국은 지금 환경오염 논란이 일고 있는 바이오매스와 폐기물에너지원 의존 발전소 건설과 반대의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이 인허가나 건설, 운영이 쉬운 폐목재나 폐기물을 사용한 화력발전소 건설에 집중적으로 뛰어들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환경단체는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 비해 다이옥신 등 맹독성 유해물질이 배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화력발전소와 다를 것이 없다”고 말한다.

멀지 않아 화력발전소와 시민 중 하나는 광양을 떠나야 할 판이다. 지금도 광양만권에는 송전탑과 화력발전소가 시민 삶을 위협할 정도로 충분히 많다. 하와이 사람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계속되는 발전소계획에 시민들은 답은 아마도. “니가 가라. 하와이.” 멈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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