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환 독립영화 감독과 공동제작자 김원중씨의 다큐멘터리

스무 살 때였다. ‘풍경’이 ‘영화’로 다가왔다. 양수환 감독은 대학을 서울로 가면서 자라오던 광양을 떠났다. 서울은 모든 것이 새로웠다. 다양한 이야기로 넘쳐났다. 새내기 시절, 단편영화와 함께 지냈다. 영화를 만드는 선배들과 함께 웃고 떠드는 모든 순간이 즐거웠다.

양수환 감독이 만들어내는 작품의 모든 영감은 ‘주위’에서부터 비롯된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소재가 되고 그것이 곧 영화가 된다. 우리 모두는 어쩌면 결말을 모르는 한 편의 ‘영화’일지도 모른다.

▲ 양수환 감독은 늦가을에 떠나 한겨울에 끝난 몹시 춥고 배고팠지만 행복했었다고 말한다.

광양출신, 양수환 감독이 들려주는 이야기

춥고 배가 고팠다. ‘고생’의 다른 말은 ‘추억’이라 누가 그랬는가. 저렴한 생활 자전거와 손수 만든 자전거 가방, 필름 카메라와 작은 캠코더 하나 들고 떠난 여행이었다.

가보고 싶은 지역, 만나고 싶은 사람들 목록을 만들었다. 돈을 아끼고자 주로 텐트에서 자고 터미널에서 노숙을 했다.

양수환 감독은 “처음에는 다큐를 만들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촬영을 시작했다”며 “여행에서 돌아온 지 1년이 지나니까 어느새 다큐멘터리가 완성되었다”며 감개무량해했다.

그는 이어 “여행을 한 시간은 3개월이지만, 골방에서 칩거하며 편집을 한 시간까지 합치면 체감상으로는 1년 정도 여행을 한 기분이다”며 “당시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일본어나 중국어를 번역하고 편집하는 과정에서 다시 체험하게 되니까요. 계속 반복해서 보다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고 여행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지더라”고 덧붙였다.

<다른 세계> 작품은 그렇게 태어났다.

<다른 세계>는 친구의 자전거 여행에 합류하게 되면서 3개월 동안 아시아 3개국 (대만·오키나와·한국)을 여행한 자전적인 다큐멘터리 영화다.

양수환 감독은 “이 작품은 국가 폭력으로부터 괴롭힘 당하거나 당하고 있는 지역들을 방문하면서 느끼게 된 개인적인 생각들과, 한 사람으로써 ‘우리는 이 사회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해 고백하듯 이야기 한 작품이다”며 “저의 무지와 무관심에 대한 부끄러움도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우리는 자주 혹은 가끔씩 부당한 상황에 내몰리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 닥쳤을 때 사람들은 끊임없이 폭력에 저항하기도 하고 빛을 발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 모두가 바로 삶의 모습인 것이다. <다른 세계>는 때때로 불편부당한 상황에 부딪혀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면서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한다. 살아가는 데 답이 존재할까. 세상은 정처 없는 질문만 내던져질 뿐이다. 우리는 지금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기어도 없고, 삐걱 거리는 자전거 ‘엎친데 덮친 격’

공동제작자인 김원중 씨에게는 ‘소중한 자전거’가 있다. 인도네시아 서쪽 끝에 있는 시골 마을에서는 보통 자전거를 고물상에서 구한다. 여기저기서 구해온 부품으로 자전거 한대를 뚝딱 만들어 내는 거다. 그 역시 고물상에서 구한 부품으로 자전거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김원중 씨는 “고물상에서 구하다보니 자전거에 기어도 없고, 브레이크도 하나 밖에 없었죠. 게다가 삐걱거리구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조금 삐걱 거리면 어떠한가. 그래도 바퀴는 잘만 굴러간다.

양 감독은 “완벽한 자전거는 아니었지만, 그랬기 때문에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며 “세상에서 하나뿐인 자전거가 아니냐. 자전거 바퀴에 현지 친구들이 한글자 한글자 이름을 새겨줘서 여행하는 내내 그 친구들이 생각났다”고 웃어보였다.

독립 영화의 가장 큰 매력

“진부한 말이지만 기업의 자본으로부터 독립돼 있는 것이 아닐까요. 역시 진부한 말이지만 상업영화나 독립영화의 구분 자체가 모호하다고 생각한다” 양 감독의 말이다.

영화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 예술이기도, 산업이 되기도 한다. 결국 복합체인거다. 그것이 안타깝기도 아쉽기도 하다.

함께라서 힘이 된다. 김원중씨와 양수환 감독.

양 감독은 “언젠가부터 영화라는 매체 자체가 예술적 측면보다 산업적 측면이 강해진 것 같다”며 “공장에서 영화를 찍어내듯, 분업화된 전문 인력들이 기획부터 제작, 배급과 유통까지 전담하고 있다. 그러한 환경에서는 작품에 대한 만족도나 성취감보다 투입된 예산과 스타 배우, 그리고 흥행 성적이 더 중요하게 여겨지죠”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양 감독은 계속 고민하는 사람이고 싶다. 표현의 영역을 넓혀 감각이나 감정의 폭을 변화시키고 싶다.

그는 “고민하고 성찰한 각자의 사유를 다양한 장르의 예술로 표현해 내고자 애쓰는 주변 동료들의 작품을 좋아한다”며 “우리가 극장이나 텔레비전에서 보는 것들은 아주 일부일 뿐,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싶다”고 설명했다.

양수환 감독은 말한다. 연대와 성찰은 ‘의무’가 아니라 우리가 누려야 할 ‘권리’라고. 진실은 표면이 아닌 그 너머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영화에 담지 못한 다양한 현장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하는 양 감독의 작품에는 늘 ‘사람냄새’가 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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