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준 해달별천문대 관장

미국의 과학자 로버트고다드가 세계 최초로 발사에 성공한 액체로켓의 최대 추력은 불과 45kg 수준이었지만, 40여년이 지난 1969년 미국이 최초로 아폴로11호를 이용해 달 착륙에 성공했을 때 사용한 새턴-V 로켓은 그 추력이 3410톤에 달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큰 추력을 내는 로켓이라 할지라도 자체 힘만으론 목성까지 가기도 어렵습니다.

태양의 중력을 역행해 지구에서 목성까지 나아가야 하므로 너무나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로켓이 지구를 떠나 우주공간에 진입하려면 최소 초속 8km의 속도를 내야 하는데, 강력한 지구 중력과 대기의 저항을 뚫고 이런 힘을 내려면 초당 1톤 이상의 연료를 소모해야 합니다. 로켓은 몸체 대부분을 연료로 채우고 있지만, 이 연료론 수분에서 수 십분 밖에 비행할 수 없습니다. 천신만고 끝에 우주로 나갔어도, 이번엔 태양의 중력을 벗어나기 위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것이 ‘플라이바이(fly-by)’ 또는 ‘스윙바이(swing-by)’로 불리는 방법입니다. 지구를 떠난 우주선이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속도를 얻는 방법입니다. 1962년 러시아 출신 과학자 미셸미노비치가 처음 제안한 아이디어로, 우주선이 행성에 가까이 접근하면 행성이 우주선에 미치는 중력이 태양의 중력보다 커지게 됩니다.


이렇게 행성의 중력을 이용해 끌려가듯 속도를 얻은 뒤 그 관성을 이용해 행성으로부터 빠져 나오는 방법입니다. 얼핏 생각하면 행성으로 들어갈 때 속도와 나올 때 속도가 같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행성은 태양을 공전하고 있기 때문에 그 행성의 공전방향으로 속도의 덕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치는 이렇습니다. 시속100km로 달려오는 자동차를 향해 시속 20km로 공을 던지면, 공은 자동차와 부딪치면서 시속120km로 튕겨져 나오게 됩니다. 이건 자동차에서 본 속도이므로 실제 공의 속도는 시속220km 가까이 될 겁니다. 즉, 행성의 공전속도의 최대 2배 만큼의 속력을 얻을 수 있는 것입니다. 별도의 에너지를 들이지 않고 말입니다.

물론 우주선이 얻어낸 에너지만큼 행성은 에너지가 줄게 되어 공전속도가 줄어들 겁니다. 하지만 행성은 우주선에 비해 무지무지하게 크고 무거우므로, 그 영향은 극히 미미하여, 행성의 운동 변화를 측정할 수 조차 없을 것입니다.

최초의 플라이바이는 1959년 소련의 달 탐사선 루나3호에 의해 시행되었고, 최초의 행성 플라이바이는 1974년 화성으로 향한 마리너9호이며, 이후 장거리 우주탐사선은 거의 반드시 사용하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이 방법의 최대 장점은 연료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가속이 가능하다는 것이므로, 절약된 연료만큼 다른 장비를 더 가져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달려가는 자동차 뒤편에서 공을 던지면 자동차를 맞고 튕겨 나오는 공의 속도는 줄어들듯이 플라이바이를 행성의 진행방향 뒤에서 하면 우주선의 속도를 줄일수 있습니다. 브레이크인 셈입니다. 수성이나 금성처럼 지구보다 안쪽에 있는 행성으로 가려면 이 방법으로 속도를 줄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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