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 한결 한의원 정용연 한의사

“마음의 상처까지 치료해주는 한의사 되는 것이 꿈”

▲ 정용연 한결한의원 원장

영광출신, 광양에 온 이유

정용연 한의사는 전남 영광에서 태어났다. 2012년 11월에 광양과 인연을 맺었다. 처음 만난 광양에서 ‘봉사’라는 것을 하려니 방법을 몰랐다. 지난 7월 한 단체에 가입을 했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어울림을 배워나가는 첫 걸음마를 뗀 것이다.

그가 광양에 온 것은 치여 사는 삶에서 벗어나 여유를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마침 대학교 선배가 하던 지금의 한의원을 양수 받기로 하고 ‘한결 한의원’으로 이름을 바꿔 다시 태어났다.

정 씨는 동신대 한의학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어릴 적 꿈은 한의사가 아니었다. 공무원 집안이라 분위기에 따라 스스로 공무원이 되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라를 위해 일하는 군인이 되고 싶었으나 안타깝게도 사관학교에 입학을 하지 못했다. 원서를 앞에 두고 공대 쪽으로 갈까 고민 중에 IMF가 터졌다. 장기적인 미래를 펼쳐봤을 때, 한의사라는 직업도 좋을 것 같았다. 얼떨결에 한의학과를 지원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한의사가 돼 있었다. 인생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다. 그래서 더욱 가치가 있는 법이다. 정 씨는 “한의학과 공부를 하면서 힘든 점도 많았지만,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웃어보였다.

환자들의 상처를 들여다보다

“어이구, 많이 아팠을텐데….”
볕 좋은 날, 한의원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은 그늘이 한 가득이다. 다친 무릎을 툭하고 건들면 오락가락하는 장마전선처럼 장대비가 우장창 떨어질 것만 같다.

한결 한의원에는 참 다양한 사람들이 온다.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있는 어르신들부터 피로에 쌓인 직장인들, 그리고 인근 중·고등학교 여자축구 선수들까지.

정용연 한의사는 모든 환자들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유독 마음이 가는 환자들이 있다. 바로 ‘여자축구 선수’들이다.

푸르른 봄날처럼 자라날 나이,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에 설렘이 이는 10대. 한창 꿈을 꾸고 실컷 뛰어 놀 나이인 어여쁜 아이들은 무릎은 성한 곳 없이 온통 멍자국이 가득하다.

정 씨는 한의원을 찾는 선수들의 퍼런 멍자국을 볼 때면 마음이 아파온다. 꿈의 대가는 절대 성치 않다. 노력의 또 다른 모습은 절대 예쁘지 않다. 그는 “치료를 받으러 오는 선수들을 볼 때마다 몸이 이 정돈데 마음은 오죽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예쁘게 꾸미고 싶을 나이일 텐데, 아무리 하고 싶어 하는 거라지만 다치고 올 때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결심했다. 한의원을 찾는 축구 선수들에게 정성껏 치료를 해주는 것이다. 그는 “이 선수들이 더 안전하고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며 “훗날 멋진 선수가 되길 바라는 응원의 차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 정용연 한결한의원 원장

상처의 가장 큰 약은 ‘공감’과 ‘소통’

면 단위에 계신 어르신들은 읍내로 나오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앞으로 정 씨의 목표는 ‘의료 봉사’. 광양 구석구석을 다니며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침 치료를 하고 상담을 하는 것이다. 그는 “특히, 어르신들의 퇴행성 관절염 등은 장기적 치료가 필요하다”며 “한의원으로 찾는 어르신들 중 돈을 보태서 택시타고 오는 분들이 계신다. 그 분들을 보면서 의료봉사의 결심을 굳혔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 도중에 우울증에 걸리는 환자들도 더러 있다”며 “환자들의 입장을 공감해주고 이해해주는 것이 최고의 약이다”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이제는 쌍둥이 아빠
태명은 ‘까똑’

사람일은 정말 모른다. 지금의 아내가 그렇다. 광양에 와서 든 야구 동호회 선배의 소개로 만난 아내, 서로 대화를 나누다 스무 살 때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여학생 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당시 정씨는 재수를 하고 있었고, 지금의 아내는 15살인 중학교 2학년이었다.

정 씨는 “재수를 할 때다. 집에 누워있는데 동생이 2천원을 빼앗겼다고 울면서 집으로 들어왔다. 추리닝 바람에 다짜고짜 잡으러 나갔다”며 “동생 돈을 빼앗은 여고생들을 겁을 주고 있는데, 전 날 돈을 빼앗긴 중학생들 중 한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 중학생들 중 한 명이 지금의 아내가 됐다.

돈을 빼앗긴 동생을 위해 호탕하게 고등학생들을 혼내던 정 씨, 아내의 눈에 정씨는 하늘에서 날아온 슈퍼맨처럼 느껴지지는 않았을까.

운명은 우연의 또 다른 모습이다. 스쳐지나갈 줄만 알았던 사람이 지금의 아내가 됐다. 그런 아내는 지금 쌍둥이를 임신했다. 그는 오는 11월 쌍둥이 아빠가 된다.

태명은 까불이와 똑똑이의 줄임말인 ‘까똑’이다. 그는 “아내의 활발함과 똑똑함을 닮길 바라는 마음에서 까똑이라고 정했다”며 “태어날 아이들이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교류하고 공감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인생을 잘 살아야하는 것보다 왜 잘 살아야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사회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본인의 몫이다. 그는 “훗날 태어날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또한 내 몫을 하자는 것이다”며 “한결 한의원을 찾는 환자들에게도 최선을 다해 내 몫을 해낼 것이다”고 말했다. 환자들을 낫게 하는 침은 따로 있었다. 바로 정씨의 ‘마음’이다. 세상에서 가장 센 ‘침’은 정성이다. 인터뷰 내내 한결같은 표정으로 말하는 그는 쑥스러운 듯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했다. 정 씨는 “한결같은 의사가 되는 것, 아내에게는 성실한 가장이 되는 것이 꿈이다”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내 아내, 사랑한다” 고 말하며 백만 불 짜리 눈웃음으로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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