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 광양보건대학교 교수

김광희 광양보건대학교 교수

근로는 헌법상 국민의 권리(제32조 제1항)이면서 동시에 의무(제32조 제2항)이다. 국민의 근로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가는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법률로 근로조건의 기준을 명시하여 근로자인 국민의 인간 존엄성을 보호하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 두 가지 쟁점이 부상하였다. 하나는‘ 최저 시급 1만원’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성과연봉제 폐지’ 문제이다. 성과연봉제는 새정부에서 폐지 의사를 이미 밝혔고, 지난 6월 27일 국민연금공단이 공공기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성과연봉제 폐지를 의결했다.

오늘날 우리 삶과 밀접한 최저시급 문제는 입장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분명한 것은 올해 적용되고 있는 최저시급 6,470원은 직장인들의 점심값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커피 한 잔 값이 5,000원 정도인 걸 감안한다면 한 시간 힘들게 일한 결과가 겨우 커피 값 남짓이라는 것을 두고 최저시급의 인상에 동의하지 못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저시급을 1만원으로 인상한다면 자영업자나 임금근로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들의 부담이 늘어나고, 시급을 기준으로 책정되는 경제사회적 지표가 모두 증가하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공론화 과정을 지켜볼 일이다.

통계청에서는 정기적으로 가구당 월평균 가계수지 동향을 발표한다. 지난 5월 기준으로 발표된 내용을 통해 우리나라에서 표준이라 할 만한 가정의 살림살이를 들여다보면, 3인 가구에 월평균 302만원의 근로소득을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이 가정이 다른 경상소득원(이자수입, 주식 배당금, 연금 수입 등)이 없이 오로지 봉급에만 의존하여 살아가는 가정이라면, 3인 가족이 한 달에 생계를 위해 실제 지출할 수 있는 금액은 근로소득에서 비소비지출액(세금, 연금부담금, 건강보험료 등) 83만5천원을 감하고 남은 218만 원 정도가 전부이다. 봉급생활자가 견뎌야 하는 팍팍한 삶의 실상이 감정 없는 통계 숫자에서도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봉급은 계속적으로 근무하는 사람이 주기적으로 받는 일정한 보수라는 건조한 의미의 말이지만, 앞서 언급한 봉급생활자에게 있어 봉급이란 그와 가족이 살아내야 하는 삶의 실체이다. 봉급이 곧 그들의 밥이고, 목숨이다. 근로자 본인만 아니라 부양하는 가족 전체의 생계가 달려 있으므로 우리는 봉급을 단순히 일정한 금전의 개념으로 단순화하거나 수치로 치환할 수 없다. 최저임금제를 규정한 목적이나 최저시급 인상을 논의하는 일들은 봉급이 갖는 의미를 그만큼 엄중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봉급을 받고 일을 한다는 것은 인간의 노동이 상품화된다는 것을 함의한다. 경제학적 논리를 빌린다면, 근로자와 자본가 사이에 노동력의 매매와 교환이 이루어진다는 의미이다.

자본가는 구매한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대의 가치를 창출하고자 하는 이윤 극대화의 목표를 갖게 된다. 이때 우리가 간과할 수 사실은 노동이 상품화된다는 경제 논리가 근로자의 인격권을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노동과 근로주체의 인격을 분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제의 도입 취지나 성과연봉제의 폐지 주장의 근거가 바로 여기 있다.

같은 논리에서, 이유가 어떠하든지 간에 사업주가 임의로 근로자가 받아야 할 봉급의 일부를 삭감하거나 체불하는 일은 근로자의 인격은 물론 그가책임지고 있는 가족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로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법에서는 임금체불사업주를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근로기준법 제109조), 근로자에게 지급되어야 할 임금을 하나의‘ 채권’으로 보고, 임금채권을 사업주가 갚아야 할 채무 중‘ 최우선 변제 채권’으로 다루고 있다.

수렵채취가 경제활동의 전부이던 시기에는 봉급이라는 개념도 없었겠지만, 사회 제도가 생겨나면서부터 봉급제도는 공동체를 지탱하는 근본이 되었다. 성경에 보면, 지금으로부터 3,500여 년 전 모세가 이스라엘 민족을 이끌고 한 나라를 세우려할 때,“ 이웃을 억누르거나 이웃의 것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네가 품꾼을 쓰면, 그가 받을 품삯을 다음날 아침까지, 밤새 네가 가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는 규율로써 공동체를 유지하는 근간으로 삼았다. 모세도 봉급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이자 인간다운 삶의 필요조건이라는 점을 가르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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