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한국인 아니 한자권인 동양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사자성어 중 하나가 유비무환이라는 말일 것이다. 유비무환(有備無患). 미리 준비해 두면 걱정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또 이와는 의미가 다르긴 하나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도 글을 쓰기 전에 적어두고자 한다. 유비무환을 등한시 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결과물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사자성어와 속담이 주는 교훈은 예상되는 모든 우려들을 대비해 닥칠 일들의 경우수에 대한 대비책을 미리 준비하면 그만큼 손실의 폭을 줄일 수 있다는 말인 반면, 이를 간과하고 대비책이 허술하거나 마련하지 않았을 때 그 손실이나 끼치는 해악이 크다는 의미를 지닌다 할 것이다. 예상되는 우려들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경구(經口)이자 경고(警告)다.

타당성 용역조사에 들어가면서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은 이제 구체적인 현실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흐름을 추적하면 대선 전 이 문제를 마무리한다는 게 국립공원관리공단이나 환경부의 입장인 것으로 읽혀지면서 국립공원 저정여부는 앞으로 채 3개월이 남지 않았다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용역사에 따르면 이미 백운산 생태적 가치와 문화적 가치 등의 기준이 되는 지표조사가 거의 마무리 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고 이후 경계범위안 확정 등의 과정을 남겨두게 되면서 진척상황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전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진행된 여느 국립공원 지정 진행보다 매우 신속한 움직임이다. 무등산과 울릉도를 대상으로 한 국립공원 지정논의는 수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아직 진행형에 머물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이는 더욱 확연하다.

그러나 속도전에 앞서 먼저 생각해야할 부분이 있다. 바로 반대편에서 국립공원 지정문제를 바라보고 있는 백운산 인근지역 주민들이다. 이들은 국립공원 지정여부를 둘러싸고 실질적인 이해득실을 가장 가까이서 견디고 또는 누려야 하는 사람들인 탓이다.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용역 앞으로 3개월

인근주민들에게 든든한 우군이 돼줘야 할 때

현재까지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과정을 ‘백운산지키기 시민행동’ 등 찬성하는 쪽에서 추동해 왔다면 이제 남은 3개월은 백운산 인근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걱정과 우려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난 갈등의 핵심이었던 고로쇠와 산나무 채취 등 주민소득과 직결된 문제와 각종 규제에 따른 주민불편 해소방안은 물론 그 과정에서 발생한 불필요한 오해를 풀어야 한다. 누군가의 의도였던 그것은 이제 상관 없다. 주민분열을 막는 일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주민들의 오해를 풀고 방안을 마련하는 것 역시 백운산 국립공원 지정을 추동한 쪽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화해를 청하고 반드시 주민들의 가장 든든한 우군(友軍)이 돼줘야 한다. 신뢰를 회복하고 실질적인 주민소득보전과 입장이 국립공원 지정과정에서 반영되도록 한 목소리를 내줘야 하는 것이다.

특히 국립공원 지정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이들 주민들의 반발일 것이다. 이를 최소화 하지 않고서는 국립공원 지정을 둘러싼 갈등과 문제를 해결할 답이 없다. 그런 까닭에 백운산 인근 주민들과의 대화와 설득은 필수적이다. 이것만이 주민들의 우려와 오해를 풀 수 있다. 그리고 이 주민들을 설득하고 그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의 구심점 역시 찬성하는 쪽에서 먼저 나서야 한다.

백운산 국립공원 타당성 용역이 들어간 뒤 가장 큰 불만과 우려 역시 바로 이 부분이다. 주민과의 대화에 열의가 없거나 극히 미진한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일부 광양시 관련부서에서 꾸준히 주민과의 대화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고 있으나 좀더 적극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그것이 국립공원 지정을 둘러싸고 벌어질 많은 우려를 해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안이기 때문이다.

유비무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이제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저작권자 © 광양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