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 광양서울병원 2내과 과장

김우종 광양서울병원 2내과 과장

위암의 치료는 주로 외과의사들이 담당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혈액암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암은 완치를 위하여 수술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위암도 예외는 아니어서 위암치료에서 훌륭한 외과의사를 만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라는 말을 뒤집으면 저에게는 ‘위암으로 수술까지 하기 전에 내시경으로 해결한다’라는 말로 보입니다. 조기진단은 모든 암에서 필요합니다만 특히 위암에서는 조기진단 여부에 따라 치료방법이 아주 달라지므로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위암에는 단계가 있습니다. 전쟁에서 적군이 아군의 어느 방어선까지 뚫고 진격하는지가 국가의 존립에 결정적이듯 위암에서도 암세포가 어느 정도로 퍼졌는지가 중요합니다. 무지개떡을 보면 색깔별로 여러 겹으로 되어 있듯이 사람의 위도 층별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위암의 대부분은 소화액같이 무엇을 만들어 내는 선(샘)에서 처음 발생합니다. 그러한 선(샘)은 우리가 위 내시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위의 표면인 점막에 있고 점막아래는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 순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점막에서 발생한 암은 땅을 파고 들어가듯이 모든 층을 차례대로 침투하면서 세로로, 또는 가로로 퍼지기 시작합니다. 암에서 전이여부가 중요하다는 것도 아실 거예요. 암세포가 점막하층 아래로 내려가면 다른 장기로 퍼질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렇게 되면 수술의 범위도 커지거나 치료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위암을 시작단계에서 발견할 수 있다면 참 다행이겠지요? 암의 시작단계는 조기위암으로 볼 수 있는데 더 정확하게 말씀드리면 암세포가 아직 점막층과 점막하층에 머물러 있는 상태입니다. 점막하층까지는 내시경으로 절제해도 수술과 효과가 비슷하다는 연구결과를 통하여 위암의 치료법이 새롭게 정해졌습니다. 조기위암은 우선 내시경으로 치료하는 것이지요. 예전 같으면 위암치료를 위하여 개복을 해서 후유증도 상당하고 긴 회복기간을 감당해야 했다면 지금은 조기위암에서 내시경으로 간단하게 암조직만 도려내는 것이 보편화 되었습니다.

예상하셨듯이 내시경으로 치료가 가능한 조기위암은 우선 크기가 작아야합니다. 암의 모양이 튀어나온 것이라면 2cm, 오목하게 들어간 것은 1cm 이내여야 합니다. 그 것을 내시경으로 발견해야 하는데 암이 위의 주름사이에 숨어있거나 위염이 심해 위가 울퉁불퉁한 분들에서는 더 찾아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드넓은 들판에서 조그만 먹잇감도 놓치지 않는 매와 같은 눈을 가진 내시경의사가 중요합니다. 조직검사로 조기위암이 결정되었다면 이어서 그 부분을 도려내는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가위로 종이인형의 옷을 한번에 반듯하게 오려내야지 여러 번 가위질을 하다보면 누더기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암조직을 내시경으로 한번에 반듯하게 도려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첫 번째로 시행한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에서 암조직을 완전하게 절제하지 못한 경우에는 점점 더 어려운 길로 가게 됩니다. 남은 암조직 제거를 위하여 시술을 여러 번 반복할수록 점점 더 큰 합병증을 감수해야 합니다.

‘내시경적 점막 절제술’의 가장 큰 합병증은 출혈, 천공입니다. 위 표면을 절개하면 출혈이 상당합니다. 점막 절개 후 심한 출혈로 당초 목표로 했던 암조직도 보이지 않게 되는 아찔한 상황도 종종 있습니다. 암조직 부분을 도려내다보면 드물게 위의 전체 층이 뚫리는 천공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두가지 모두 내시경으로 먼저 해결하지만 실패하는 경우에는 결국 외과수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내시경 시술이 무사히 끝났다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점막을 제거한 부위는 인위적으로 큰 궤양이 생긴 상태이므로 그 부위로 다시 피가 나서 다시 내시경을 해서 지혈을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위험성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조기위암에서 내시경적 치료를 먼저 고려하는 것은 그 것이 외과수술에 비하여 환자에 대한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회복기간이 짧고 위의 기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수술흉터가 남지 않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의학의 발달로 인하여 평균 수명이 꾸준히 늘고 있고 내시경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위암을 접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그래서 내시경으로 조기위암을 잘 진단하는 병원과 또 조기위암을 내시경으로 잘 치료하는 병원이 가까이 있다면 참 다행한 일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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