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희 교수

김광희 광양보건대학교 교수

세상 문화가 달라져도, 정보가 많아져 우리의 지식이 늘어나도 쉽게 변하지 않는 것이 사람이다. 특히 흡연에 관한한 사람은 어리석은 존재인 모양이다. 흡연 습관만큼 변화와 개선이 더딘 일이 있을까 싶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중독이라 하겠는가.

‘담배 인심’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과거 우리 사회는 흡연에 관대했다. 담배를 꺼내 주변에 한대 피우기를 권하는 것이 대인관계의 기본처럼 이해된 때가 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기억하듯 ‘담배 일발 장전’은 빼놓을 수 없는 군대 문화의 한 장면이었다. 과거의 흡연 문화에 비해 지금의 상황은 어떠한가. 건강 관련 단체에서 지속적으로 금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흡연으로 인한 건강상의 해로움을 지적하고, 담뱃갑에 보기에 흉측한 사진을 붙이고, TV에 환자가 직접 출연하여 금연 의식을 일깨우기도 한다. 국민건강증진을 위한 법률도 만들어져 운영 중이다. 과거에 비하면 금연문화가 우리 사회에 상당히 자리 잡았고, 개선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듯하지만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일상은 아직 옛 모습 그대로인 경우가 많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골초라 불러도 좋을 만한 사람이 있다. 아파트 단지 입구를 지나칠 때면 아파트 울타리 가에서 이 사람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모습을 으레 목격하곤 한다. 그가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아온 게 벌써 십년을 훌쩍 넘긴 것 같다.

아파트 생활이란 게 다 그렇듯이 그가 몇 동 몇 호에 사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운전하며 차창 넘어 그 사람을 보아왔을 뿐 서로 마주치거나 눈인사를 나눈 일도 없기 때문이다. 흡연이 이미 중독이 되어버린 듯한 그를 보면서, 건강이 얼마나 나빠졌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때로 그가 며칠 눈에 보이지 않으면 혹시 몹쓸 병에 앓아누운건 아닌지 궁금증과 연민이 교차하기도 한다.

지성인의 사회라고 하는 대학도 예외가 아니어서 흡연자 수로 보나 흡연 빈도로 보나 아직 심각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매 학기 보건소에서 학교를 방문하여 금연상담과 지도를 하고 있지만 금연에 성공하는 학생들보다 여전히 흡연을 즐기는 학생들이 많은 실정이다.

또 한 가지. 여름이 되면 우리 가족에게는 더위보다 더 견디기 힘든 일이 한 가지 늘어난다. 무더위와 열대야 때문에 창문을 열고 생활할 수밖에 없는데 아래층에서 올라오는 담배 연기를 참고 견디기 힘들다. 가족 중에 흡연자가 없어서인지 가족 모두가 담배 연기에 아주 민감하다. 이런 간접흡연의 고통이 어디 우리 집뿐이겠는가? 어린 아이와 연로하신 어른들이 함께 사는 공동 주거환경에서는 간접흡연의 문제로 갈등을 겪는 사례가 생각보다 많다. 그뿐 아니라 길을 걸으면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거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이 많아 이런 곳에서도 비흡연자들이 간접흡연의 고통을 호소하거나 심지어 화상까지 염려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하다. 얼마 전 식약처에서는 국내 유통 중인 담배 5종의 연기 속에 포름알데히드와 벤조피렌 등 담뱃갑에 표기되지 않은 1급 발암물질 4가지가 추가로 확인되었다고 발표했다(2017.4.11.KBS뉴스).

발암물질로 그 위해성이 확인되어 반드시 표시해야 하는 발암물질만 7가지가 담배 속에 들어 있고, 2급 발암물질까지 합치면 모두 12종의 발암물질이 담배 연기에서 검출되었다고 한다. 어려운 화학 성분의 이름을 모른다고 할지라도 담배에 발암물질이 들어있어 건강에 아주 해롭다는 정도는 이제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약 1천만 명의 사람들이 흡연자라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 성인(만 19세 이상) 4명 중 1명이 담배를 피운다는 말이다.

진정 아는 것이 힘이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무엇을 안다고 할 때, 그 앎이 삶의 방식과 행동과 가치관을 바꿀 정도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가? 발암물질의 목록을 줄줄 외는 학생들이 정작 담배를 끊지 못하는 상황, 자신의 갓난아이에게는 담배연기를 맡게 할 수 없다고 아파트 건물 밖에서 담배를 피워 이웃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보면서 이 시대 호모사피엔스의 부조리한 모습에 회의적인 답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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