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환 순천제일대학교 교수

감사합니다. 우리사회 주변에서 이 말을 들어본지도 오래된 것처럼 느껴질 것이다. 그 이유는 그동안 국가의 정책적 토대가 사람 중심이 아닌 사물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사물 간에는 대화가 없다.

아주 오래전에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버스나 전철에서 학생의 가방을 들어주거나 어른이나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우리사회에서 일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그곳들에서 양보하는 모습은 아주 가끔 목격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양보하는 사람과 양보받는 사람 사이에서 보여지는 것들이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라는 사실이다.

시큰둥하게 자리에서 일어나는 젊은 사람과 당연하다시피 자리에 않는 노인에게서 어느 쪽도 배려와 감사의 마음 그리고 어떠한 말도 교환되지 않는다. 그곳은 당연히 내자리였다는 생각이다.

실질적으로 우리사회는 부드럽지 않다. 그것은 우리사회 대부분의 구성원들 스스로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원인 대한 분석을 위하여 우리사회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단어에 대하여 되짚어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

감사의 사전적 의미는 고마움에 대한 인사이다. 인사의 한 수단으로 땡큐, 메르시 당케, 감사라는 단어는 그 나라 사람이 아니더라도 세계 모든 나라에서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또한 감사는 언제 어디서든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든지 상대방에게 말할 수 있는 가벼운 단어이다. 감사합니다라는 그 단어가 주는 위력은 매우 크다. 왜냐하면 감사라는 단어는 우리 인간의 마음을 녹아내리게 하기 때문이다.

우리들이 심적으로 불안하거나 분노가 일고 있을 때, 또는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누군가로부터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아마도 그 이전의 가졌던 감정들이 녹아내리듯 사라지는 경험을 많은 사람들이 가졌을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들 사이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에 매우 인색하게 되었다.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에서 감사합니다라는 단어는 사라진지 오래 된 것 같다. 아마도 여기에는 두 가지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하나는 우리에게 감사할 일이 너무 없거나 다른 하나는 감사라는 단어에 대한 의미와 사용해야 하는 상황에 대하여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아니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이 자신의 나약함의 표시로 인식하거나 고마워해야할 대상 등에 대한 왜곡된 감정이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팽배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의미에서 아마도 감사라는 단어의 사용정도가 그 사회적 분위기에 대한 척도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감사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되는 사회일수록 감사와 고마움에 대한 내용이 풍부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은 사회, 즉 사회구성원들의 대화에서 감사라는 말이 잘 들리지 않는 그런 사회에서는 경직되고 인간 사이에 관계가 부드럽지 않을 것이다.

우리들은 경험적으로 외국여행이 드물었던 30여년 전 유럽이나 미국 등 서구사회를 여행한 사람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이야기 중 하나는 서양인들이 Thank you라는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아주 자연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감사합니다를 입에 달고 다닌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과거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외국을 여행하기 위해 떠나고 있지만, 그들로부터 위와 같은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없다.

이런 현상은 한편으로는 우리사회에 감사 할 일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는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감사할 일에 대하여 반응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감사할 일이 많아야 하겠지만 그 반대의 상황 속에서도 감사합니다라는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는 우리 사회구성원들의 전환된 사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