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민신문
광양IN이장님 막걸리 한잔 하시죠
"시골에는 아이웃음보다 귀한 것 없어"- 이승식 지석마을 새내기 이장님 -
이정교 수습기자  |  shado26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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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28  09: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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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에는 280여개의 마을이 있으며, 각 마을 마다 고유의 특성과 수려한 자연경관을 갖고 있다. 시민신문은‘ 이장님 막걸리 한 잔 하시죠!’를 기획해 직접 지역내 마을을 찾아다니며각 마을의 이장님을 만나 뵙고 생생한 마을의 소식과 각 마을의 보석 같은 숨겨진 이야기,아쉽게 잊혀져가고 있는 이야기, 골목과 토담을 넘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며 기록한다. <편집자 주> 막걸리 협찬: 광양주조공사

읍에서 서천을 따라 계속 올라 가다보면 지곡교가 보인다. 고운 능선을 바라보며 서천변을 따라 달리니 우리네 ‘가락’이 떠오른다.

마을 앞 정자나무.

구성진 가락에 맞춘 춤과 구수한 노래가 끊이지 않는 아름다운 지곡마을로 향하는 길, 이 길만으로도 에너지 충전이 된다. 멀리 비봉산 일자봉의 능선이 마을을 폭 감싸고 있는 봉강면 지곡마을. 현재 이 마을에는 109가구가 있으며, 200여명의 주민들이 삶을 영위하고 있다.

지곡마을을 기점으로 다시 시작된 ‘이장님 막걸리 한잔 하시죠! 시즌2’

풍경에 취해 오다보니 어느덧 마을회관 앞이다. 자동차에 고이 실어온 막걸리를 내려놓는다. 이승식 지석마을 이장(50)이 소탈한 웃음으로 맞는다. 뽀얀 막걸리를 보며 “아이고, 우리는 술은 잘 안 묵는디”라고 말씀하셨던 어르신 어디 가셨는지…. “막걸리 맛이 기가 막히다”며 홀짝 홀짝 드신다. 어르신들 잔 채우느라 바쁜 이승식 이장에게 질문 한마디 못하고 십여 분이 그렇게 수다로 지나갔다.

소탈하게 웃고 있는 이승식 이장님.

“올해 1월에 이장을 맡아서 뭘 잘 몰라요”라고 말하는 이승식 이장과는 달리 회관에 모여 있는 어르신들은 “이장이 다 알아서 하니까 믿고만 가면 돼”라며 이 이장을 향한 무한한 신뢰를 보였다. 막걸리 잔을 들며 ‘건배’를 외치는 어르신들의 눈빛이 ‘오빠 부대’를 연상케 했다.

이승식 이장에게 지석마을에 대한 유래를 들었다.

“마을이름 유래가 옛날에 마을 뒤에 닥나무가 많았대. 그래서 여기서 종이를 만들다 보니 종이 지(紙)에 집 실(室)자 써서 지실이라 불렀다는데 어르신들은 지실보다는 ‘조실’이라고 더 많이 말했제.”

왜 ‘지실’이 아니라 ‘조실’이었을까. 한 어르신은 “아마도 ‘조실’이라는 말이 ‘지’를 사투리로 ‘조’라고 한 것 같다”였다.

덧붙이자면 지곡리·각비리·작정리·사우리·보운리·토점리가 병합돼 지곡리가 됐었던 지곡마을은 ‘지실마을’, ‘지곡마을’, ‘조실마을’ 외에도 백운저수지 축조로 수몰된 토점리는 옹기와 사기를 굽는 곳이 있어 ‘사구마을’이라고도 불렸다. 또한 당시 수몰된 작정마을은 저수지 밑 대밭에 까치가 많이 서식해서 작정마을이라고도 불렸지만, 1961년 백운저수지가 완성됐을 때 토점과 작정, 조양마을 등은 수몰됐다. 현재도 ‘각비리’는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쪽은 주로 반장 역할을 하시는 분이 마을 일을 도맡아 한다고 한다.

마을 어르신들의 유쾌한 스트레칭 시간.

취재를 하는 중 때마침 광양 체육회 강사가 봉사를 나와 어르신들께 ‘요가 스트레칭’을 가르치고 있었다. 막걸리를 한잔씩들 하신 탓인지 마을회관의 분위기는 흥이 넘쳐흘렀다. 마을 여성회 회장님의 구성진 가락에 박수만 치던 어르신들이 하나 둘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시기 시작했다. 이장님과 함께 박수를 치며 어르신들의 미소와 손짓에 빠져들었다.

회관을 나와 이승식 이장과 마을을 거닐며 취재를 이어갔다.

이승식 이장은 “남자들이 일찍 하늘로 가서 마을에는 여자만 많이 남았다”며 “대부분 마을들이 그러니까 어쩔 수 없는데 그래서 요새는 대규모 농사를 하기 힘들어. 우리 집 먹을 만큼과 자식들 줄 만큼만 벼농사, 밭농사를 하고 있지”라고 씁쓸해했다.

지곡 마을은 주로 벼농사를 하고 밤과 몇몇 과일들, 화훼 등 자신들이 쓰는 만큼 외에 소량의 농사만 이어가고 있다. 소득 수입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서로 돕는 마당에 힘들다 할 것도 없는 부분이란다. 그러다 이 이장이 송전탑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는 “저렇게 마을을 끼고 가는 송전탑 때문에 마을에 송주법에 의해 지역지원금이 나와요. 해마다 소량씩 차이도 있는데 카드로 발급돼서 그 해에 다 써야 하구”라며 “지원금은 집행방식이 여러 가지로 까다로운 부분들이 있어 애로사항이 있지만, 잘 해내야지 뭐”라고 설명했다. 푸른 자연 속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송전탑을 바라보는 이장의 눈에 안타까움이 스쳐 지나간다.

어르신들과 다 함께 건배.

이승식 이장의 최대의 고민거리는 바로 ‘환경’이다. 어떻게 해야 마을의 젊은 층이 떠나지 않고 머무를 수 있을까 늘 고민한다. 그는 “마을 초입부의 지곡교도 지금의 T자 보다 좀 더 원만하게 시공해 마을사람들이 운전할 때 편했으면 좋겠다”고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이승식 이장에게 지석마을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바로 ‘아이들’이다. 마을에 들려오는 아이들 웃음소리만큼 귀한 건 없다. 이 이장은 “마을에 그래도 초등학생들도 있고,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니 마을이 생기가 돈다”며 “우리 마을에 아이들은 유명한 인물보다 어떤 농작물보다 더 귀하다”고 웃어보였다.

마을 전경.

이장과 인사를 나누고 차로 향한다. 문득, 뒤를 돌아본다. 마을이 품은 역사가 발길을 붙잡는다. 지석 마을의 풍경이 두 눈으로 쏟아진다. 광양의 또 다른 보물을 찾고 돌아가는 길, 발걸음이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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