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자체보단 한옥을 활용한 콘텐츠가 도시재생 성공을 가른다
저항정신은 한옥마을을 이루고

전주옥마을이 형성되는 과정도 역사적인 의미를 갖는다.
일제시대 호남지역의 쌀의 수탈은 극에 달할 때 일본인들은 이런 목적으로 전주에 일본식 건물을 짓고 정착하기 시작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채우기 위해서다. 그리고 그들은 목적을 차츰 이뤄나갔다.

전주의 중심가 역시 일본식 건물이 하나, 둘 생기더니 전주 중심가에 군락을 이루고 1930년대 정점을 찍으면서, 전주시민의 반발을 샀다.

전주의 선비들은 이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이 시기쯤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막고자 풍남동과 교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해방된 이후에도 그 모습을 보존하고 있다가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하면서, 개발에서도 빗겨 나갔다. 이 결정으로 주민들은 재산권을 행사하는데 많은 제약이 따랐으며, 대부분 이에 반발했다. 이에 따라 몇 차례 조례 개정으로 재산권 행사를 가능하도록 규정을 바꿔가면서 차츰 한옥마을의 모습을 잃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1999년 이 지역을 ‘전주생활문화특구’로 지정하면 전기를 맞는다. 또 한번 재산권행사를 가로막는 조치라 판단해 많은 주민과의 마찰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국내 최대 한옥촌으로 체계적 관리가 가능해 졌고 월드컵이 열리던 해인 2002년부터는 본격적인 지원도 이뤄지면서 현재의 모습을 띠게 됐다.

한옥과 명소가 즐비한 곳

이렇듯 전주한옥마을은 전주 풍남동 일대에 한옥 집산지로 서울 북촌한옥마을과 더불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한옥 거리다. 9만여평의 구역 안에 700여채의 기와집이 모여 있는 국내 최대의 한옥마을이다. 한 해 평균 천만명이 다녀갈 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이런 유명세만큼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가 다양하다.
한옥마을 입구부터 심상치 않은 건물이 눈에 띤다.

전동성당. 한옥과는 너무 이질적이고 오래된 서양식의 건물이 한옥마을을 처음 찾는 관광객에게 반전을 선사한다. 이 성당은 조선시대 천주교가 박해를 받던 시절 최초의 순교자 유지충과 권상연을 비롯한 많은 이들이 순교를 당한 자리에 세워졌다고 한다.

여기에서 10여 미터만 걸어가면 태조 이성계의 초상(어진)을 모신 경기전이 나온다. 이밖에도 인근에는 전주읍성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풍남문, 고려말 태조 이성계가 황산에서 왜군을 물리치고 승전고를 울리며 자축했다는 오목대, 그리고 전주향교 등 문화유적지가 즐비하다.

다양한 체험이 있다

전주한옥마을에서의 체험 역시 다양하다.
전통문화관에서는 전통혼례, 공연, 교육체험, 전통음식체험 등을 할 수 있으며, 한옥생활관에서는 전통생활양긱을 직접 체험하며, 숙박을 살 수 있다.

또한 전통술 박물관, 전통 한지원, 한방문화센터 등도 이곳을 찾은 관광객을 맞을 채비를 하고 있다.

한옥마을 거리는 역시 유명 맛집이 즐비해 있다. 한옥에서 만나는 커피와 서양음식은 전통의 양식에 새로움을 입혀준다. 다만 이런 상가의 범람으로 이곳이 전통을 체험하는 곳인지 중심상권에 쇼핑을 하러 나온 것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하루에도 몇 만명이 찾는 대표적 관광지임에도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새로운 콘텐츠를 제공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한복데이다.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을 한복데이로 정하고, 한옥거리에 한복을 차려입고 찾는 이들에게는 무료체험, 음식할인 등은 이곳을 다시 찾는 이유가 된다.

더 나아가 시기에 따라 다양한 공연이 기획돼 즐거움을 선사한다.

떠난 이들이 만든 또 하나의 명소

많은 예술인들도 영감을 얻기 위해 전주한옥마을에 터를 잡았다. 전주시 역시 이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모양새다. 그러나 마을이 유명세를 타면서 저절로 오른 임대료를 예술인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워지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그렇게 하나, 둘 한옥마을을 떠나가면서 새로운 둥지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한옥마을 인근에 있는 서학동 예술마을이 바로 그것이다.

유명장소에 넘쳐나는 인력은 다시 모여 하나의 명소를 만드는 선순환 구조. 도심을 가꾸고자하는 지자체 등으로부터 부러움 그 자체다.

살던 주민들 역시 인근에 정착하면서 도시재생을 통해 자만벽화마을을 형성했으며, 전주를 찾은 관광객이라면 꼭 들려야하는 또 하나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한옥 자체보단 새로운 콘텐츠로 승부”

규모면에서 비교도 안 되지만 전주한옥마을을 취재한 가장 큰 이유는 광양읍 도시재생사업은 한옥에 방점을 찍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계획서에는 예산의 많은 부분이 한옥과 관련된 사업에 세워져 있다.

광양읍 도시재생 활성화 실행 계획에 따르면, 주거재생에 사용되는 예산은 46원이며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29억원이 한옥과 관련된 사업에 투입된다.

우선 한옥 3채를 매입해 한옥게스트하우스, 한옥임대주택, 한옥센터 등을 만들 예정이다. 또한 한옥 수리인력 양성과 지원센터도 운영해 한옥건축 활성화 방안을 모색한다. 여기에 광양한옥 아카이브 사업을 통해 기록을 남긴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청년임대주택 건축 역시 한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한옥에 대한 집중이 높지만 어떻게 활용할지 하는 부분은 구체화되지 않은 듯 보인다. 특히 문화창고, 열린골목 정비, 공동체정원사업 등은 전주한옥마을의 축소판이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번 취재를 통해 만난 전주한옥마을 문화해설사는 “북촌, 전주를 넘을 수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도시재생에서의 한옥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다른 도시의 예를 들며 “무분별하게 한옥마을을 만든다고 해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며 “도시재생에서 한옥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고 한옥 자체보다는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광양의 경우 “인근에 낙안읍성 같은 잘 보존된 전통지구가 있어 한옥이 갖는 의미가 크지 않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관광의 형식이 익숙함보다 새로움으로 바뀌고 있어 이미 인근 도시의 관광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하나의 관광지로서의 가능성도 가질 수 있다”며 긍정적 전망도 내비쳤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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