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호랑이 한 마리가 잡혀서 우리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야성이 사라지지 않은 호랑이는 무섭게 으르렁대면서 쇠창살을 물어 뜯으면서 자유에 대한 기억을 현실로 이루기 위한 탈출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좀처럼 창살을 비집고 나갈 수 없었습니다.

그런 호랑이를 조련사는 여유롭게 바라보면서 곧 자신에게 길들여 질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그러면서 계속 그렇게 무섭게 으르렁 거리면 먹이를 주지 않을 거라고 경고했습니다.

호랑이는 배가 고파졌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즈음에 호랑이는 조련사에게 먹을 것을 달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조련사는 만일 고양이처럼 야옹거리면 고기를 주겠다고 했습니다. 호랑이는 자신이 고양이가 아니고 호랑이이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해서 거절했습니다. 하지만 굶은 지 이틀이 지난 후에 호랑이는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조련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하고 고양이처럼 야옹거리자 굶주림을 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련사는 이에 만족하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배가 고파진 호랑이가 이번에도 조련사에게 먹이를 구하자, 조련사는 다른 제안을 했습니다. 이번에는 당나귀처럼 히힝거리면 먹이를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호랑이는 더 충격을 먹었습니다. 백수의 왕으로서의 체신 때문에 조련사의 제안을 거부하고 며칠을 먹지 않고 버텼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배가 고파지자 결국 호랑이는 당나귀처럼 히힝거렸습니다. 그날이 호랑이가 우리에 갇힌지 열흘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데 호랑이가 당나귀처럼 히힝대는 소리를 들은 조련사는 호랑이가 원하는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건초를 한 더미 던져주는 것이었습니다. 이유인즉은 이제 그는 더 이상 호랑이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어느새 숲의 자유에 대한 기억을 잊어버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 이 이야기는 시리아 작가인 자카리아 타메르의 <열 번째 날의 호랑이>라는 단편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주전 6세기에 팔레스틴 땅은 위로 기울어가는 앗수르와 신흥강국인 바벨론 아래로 애굽이라고 하는 나라까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어느편에 붙어야 살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속에 사활을 건 외교가 진행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미 북왕국은 721년에 앗수르에 의해 멸망당했기에 자신들도 북왕국처럼 앗수르에 흡수되거나 분해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지만 강대국이던 앗수르가 기울어지자 남유다는 그 틈에서 친애굽과 친바벨론론으로 파가 나뉘어서 국가 존립을 위한 외교적 줄다리기가 진행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누구를 지지하든 그들은 강대국들의 존폐운명과 함께할 수 밖에 없었기에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때 선지자들을 통해서 남유다 이스라엘에게 전파되는 소식들은 친애굽과 친바벨론이든 어느 편에 서는 일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와야 살 수 있다고 전합니다. 물론 이것을 단순한 종교적인 귀의로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나님께 돌아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삶에서 어떻게 드러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지금 우리에게 큰 교훈을 줍니다. 선지자들이 하나님께 돌아오라고 하면서 그들이 회복해야 할 가치는 공평과 정의를 회복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소외된 자들의 인권이 회복되어지고, 불의하고 불평등한 사회의 구조들이 개혁되어지고, 사람의 도리를 온전히 행하며, 힘과 폭력과 물질의 불균형으로 어그러진 사회의 풍조들이 바로잡아져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이 참인간의 길이며 거룩한 나라의 거룩한 백성이 회복해야 할 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북한 붕괴 이후의 주도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합하고 있는 오늘 우리는 그런 틈바구니 속에 갇혀 있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도 아니고, 누구의 편을 들고 안들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사활이 달린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아주 오래 전 기울어져 가는 민족의 운명 앞에 실패한 선지자의 메시지를 다시 새겨봅니다. 지금 외교적으로 풀어가고 있는 이들의 지혜로움 못지 않게 국민이 회복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입니다.

세계사에 유래 없는 민주주의에 대한 무혈혁명을 통해서 우리의 국격이 상승된 것을 봅니다. 비록 아픈 역사를 안고 있었지만 지난 수년간의 우여곡절에서도 마침내 꽃피운 민주주의의 가치와 이를 통해서 바뀐 정부에 대한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과 존경은 외교에 있어서 큰 우위를 점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양육강식의 논리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 같지만 도덕적이고 민주적인 정치와 가치가 실현되고, 국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고 더불어 향상된 국민의 수준은 상황은 어떤 열강도 우리를 함부로 할 수 없는 가장 강력한 힘을 갖게된다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진 스스로의 가치를 잠시 겪는 어려움으로 조급하게 처신하여 지혜롭게 인내하지 못한다면 우리도 열 번째 날의 호랑이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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