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은 단설유치원↔주민은 시에 매각 요구

시의 적극적 활용방안 모색이 ‘판가름’

지난 2009년 2월 28일, 제35회 졸업생을 끝으로 총 4145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공식 폐교된 옥룡중학교.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옥룡중학교는 지난 1972년 3월 9일 제1회 입학식을 시작으로 폐교되기까지 35년 동안 옥룡면민의 자랑이자 자부심으로 명실상부한 지역 인재 양성의 산실이었다.

하지만 학교가 폐교된 이후, 활용방안을 놓고 교육지원청과 주민들이 입장차가 극명하게 갈려 자칫 표류할 가능성도 없진 않다. 이는 그동안 광양교육지원청이 주장했던 교원사택이나 단설유치원은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 아닌 교육시설이기에 폐교활용방안으로 부적합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방치된 채 흉물이 될 지도 모를 폐교를 활용해 교육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광양교육치원청의 노력이 환영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더 나은, 주민생활과 밀접한 활용방안을 찾고 싶은 옥룡주민들의 모교에 대한 사랑의 발로에서 분출된 의견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에 광양시민신문은 현장편집국의 세 번째 행선지로 옥룡중 폐교활용방안을 놓고 고민하고 있는 양측의 당사자들을 만나 최선의 활용방안은 무엇인지 알아봤다. 옥룡중 활용 방안은 광양시민신문이 팔을 걷어 부쳤다. 이후 폐교 우수사례 탐방 등을 통해 공공의 선을 반드시이끌어 낼 방침이다.

옥룡중 활용 논란

▲ 옥룡중학교 폐교활용방안을 찾기 위한 광양시민신문 현장편집국에 참여한 옥룡주민들. 왼쪽부터 서치수 상평마을 이장, 박종윤 하평마을 이장, 라상채 전 운영위원장, 김회기 옥룡면장.

옥룡중학교 소유권자인 광양시교육지원청은 그동안 지역 내 모든 폐교를 광양시에 매각했다. 하지만 옥룡중 만큼은 유독 매각하지 않고 교육시설로 활용한다는 방침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광양시의 매각 요구에도 이를 이유로 거절해 오늘에 이른 것이다.

반면, 지역 주민들은 마을에 필요한 시설로 활용하길 원한다. 주민들은 그동안 여러 가지 방안을 논의한 결과, 직업훈련원과 청소년 캠프장 등 지역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시설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은 자체적인 것이어서 수면에서 표면화되진 않았다.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한다는 교육청의 입장에 일말의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육청이 교육시설로 활용한다는 당초 방침과는 달리 지난해 5월 학교부지 일부를 활용해 교원사택을 건립하겠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수면위로 급부상 했다. 당연히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설을 원했던 지역민들의 반발로 귀결된 것이다. 총동문회와 청년회 등은 발끈하고 나섰다. ‘교원을 위한 편의시설이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교육지원청은 결국 당시 계획을 무산시켰다.

이후 2년이 지난 지난해 11월광양교육청지원청은 단설유치원 설립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내밀었다. 하지만 이마져도 전채 주민의 뜻을 반영하지는 못하고 있다.

단설유치원 카드 내민 교육청

교육청이 제시한 단설유치원을 들여다보자. 교육지원청은 광양읍과 옥룡면 소규모 병설유치원을 통ㆍ폐합해 하나의 공립 유치원을 설립한다는 것이다. 인근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영유아의 학부모에게 상당한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단설유치원은 혐오시설이나 기피시설이 아닌 교육시설이기에 폐교활용방안으로 적절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자체적이기는 하지만 지난달 단설유치원 설립계획을 두고 옥룡주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옥룡면 이장단에게 설문을 보내 단설유치원 설립에 대해 찬반을 조사했다. 그 결과 지역민의 85% 이상이 단설유치원 설립에 찬성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난달 23일 옥룡중 폐교활용방안 마련 간담회에서 총동문회와 청년회, 체육회 등이 설문자체가 전체 의견이라고 볼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다른 활용방안에 대한 설명 없이 단순히 찬반만을 묻는 설문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해 보자는 주민들

그렇다면 지역 주민들이 원하는 활용방안을 무엇일까?

<현장편집국>이 지난 2일 옥룡면을 찾아 이들의 의견을 확인한 결과 찬반의 의견을 제시한 양측이 모두 큰 틀에서는 의견이 다르지 않았다.

나상채 전 옥룡중운영위원장은 “단설유치원을 무조건 반대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며 “적절한 활용방안에 대해 주민들의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하는데 기습적으로 설문을 한 뒤 그것이 전체 의견인 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 전 위원장은 또 “동문회 입장에서는 우선 시설을 광양시로 이관한 뒤 지역주민들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주장했다.

간담회 당시 단설유치원에 찬성의 입장을 보인 박종윤 이장 역시 “설문 당시 단설유치원의 찬반만을 물어 활용하는 것이 낫다는 의미로 찬성했었다”며 “활용방법에 대해 주민들과 다시 한 번 대화해 적절한 활용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눠볼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리하자면 이들은 단설유치원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성웅 시장, 활용방안 모색해라

▲ 옥룡중 폐교 전경
서용식 옥룡면 발전협의회장은 지난달 23일 교육청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활약이 돋보인다.그는 이날 교육청과 주민, 주민과 주민간 이견이 대립하자 “교육장이 시장을 만나 옥룡중 부지의 매각의사와 매각 후 활용방안이 있는지 진정성을 갖고 협의해본 후 결정하자”며 “교육청이 제시한 단설유치원 설립안과 광양시가 제시할 활용방안을 놓고 주민의 의견을 다시 묻자”는 중재를 했고 이를 모두 받아들였다.

그러나 광양시도 현재로선 뾰족한 대안을 마련치 못하고 있다.

광양교육청으로부터 이미 매입한 폐교 8곳도 여러 가지 활용방안을 계획해 추진했거나 추진 중이지만 그동안 활용에 큰 성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또다시 옥룡중을 매입하는 자체가 솔직히 부담스럽다.

시 관계자는 “폐교를 시가 매입하는 것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경우나 공공ㆍ공익적으로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때”라며 “옥룡중학교의 경우 교육청의 의견도 참고하겠지만 지역민 다수의 의견도 수렴해서 매입에 대한 결론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옥룡중 활용방안에 대해 이성웅 시장은 지난 5일 정례회를 통해 “각 실과소가 협의해 옥룡면에 추진 중인 도선국사 사상수련관이나 산림ㆍ목재 체험관 및 박물관 등과 연계할 수 있는 활용방안을 협의해 보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시는 이달 말까지 옥룡중 폐교활용방안을 마련해 교육지원청이 내놓은 단설유치원 방안과 함께 주민설명회를 통해 옥룡주민들의 뜻을 묻는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지역 내 다른 폐교와 달리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옥룡중 폐교. 그만큼 활용방안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도 크다보니 교육청은 물론 지역민도 최적의 활용방안 마련에 민감하다.

폐교는 학교이던 시절부터 지역 내 소통의 공간, 문화예술의 향유공간으로 활용되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 왔다. 지역주민에게 폐교는 그 기능을 더 이상 수행하지 않음에도 여전히 ‘학교’로 느껴진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학생일 때 공부했던 공간이며 마을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학교가 폐교로 변하면서 자신이 알고 있던 장소가 사라지는 것에 대해 지역주민은 큰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폐교활용에 대한 고민에 앞서 주어진 상황에 따라 폐교를 매입하고 지역주민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를 필요에 따라 이용하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위해서는 광양시가 직접 나서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키는 이성웅 광양시장이 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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