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서관에서 톡톡 터지는 아이들 웃음

독서가 별 건가 뭐. 책은 또 대단한 건가 뭐. 친구의 표정을 읽으면 그것이 독서요, 함께 웃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책이 된다.

까르르 아이들 웃음소리가 한 페이지가 되는 곳. 이 곳에서는 모두가 작가고 모두가 독자다. 아침저녁으로 소슬한 가을바람이 부는 9월의 마지막 자락, 광양읍 용강리에 위치한 송보 7차 아파트 작은 도서관의 오후 4시를 취재했다.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는다.

투명하고 청량한 소리를 가진 구슬을 만지며 노는 남자 아이들도 있다. 도서관을 떠올리면 일단 ‘쉿’ 무조건 ‘조용’해야만 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작은 도서관은 다르다.

책을 크게 읽고, 친구와 자연스럽게 수다를 나누는 것이 도서관의 풍경이 된다. 풍경이 없는 이야기는 이야기가 아니다. 학원이 아닌 도서관으로 달려오는 아이들. 아이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바쁜 와중에 부랴부랴 달려오는 자원봉사자와 재능기부 선생님들.

작은 도서관이지만 큰일을 하는 이들의 일상에는 어떤 특별함이 있을까.

작은 도서관에서 즐기는 백 가지 행복함

“딱히 특별한 건 없는데요”
김세원 관장의 한 마디. 문득, 영화배우 원빈의 아버지가 원빈을 보고 내뱉은 말이 떠오른다. “저게 잘생긴 얼굴인가, 하하”

송보 7차 도서관은 지난 2016년 좋은이웃 밝은동네 시상식에서 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최근에는 아파트공동체 모범 운영사례로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도서관 단골 학생인 정새나(10)양은 “도서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것이 너무 재미가 있다”며 “책을 읽으면 배우는 게 많아서 좋다. 학원은 가기 싫은 때도 있지만, 도서관은 가고 싶은 날만 있어서 좋다”고 환하게 웃었다.

사촌동생 정동주(8)군도 사촌 누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다. 정동주 군은 “형들하고 누나들하고 인사하고 노는 것도 재미있고, 만화책을 보는 것도 좋다”며“새나 누나를 따라 매일 오고 싶다”고 쑥스러워했다.

김세원 관장은 “아이들이 재미있어 해주니까 자원봉사를 한다는 게 힘들지가 않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행복할 수 있도록 새로운 경험을 심어주고 싶다”고 말했다.

매주 다양한 프로그램을 열리는 작은 도서관.

책만 읽는 곳 아닌 소통하는 공간으로 탈바꿈

오늘 식탁에 오를 국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간’이다. 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이 살아 숨 쉬려면 ‘이웃 간’이 잘 맞아야 한다. 이웃간 소통은 작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이용해 주민들이 서로 화합을 하고 정을 나누는 아름다운 주거환경을 만들기 때문이다.

임차인대표회의의 허형채 회장은 “작은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통해 주민들이 밝고 건강하게 공동체 생활을 영위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작은 도서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22개. 잘 운영되는 도서관의 기를 받아 송보7차는 더 욕심을 내보기로 했다. 지난 8월부터는 이달부터 이웃과 공동체를 이루고 마을 안에서 배움과 돌봄, 일자리가 연계되는 평생학습 마을공동체를 육성하는 ‘배움 행복마을 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정새나 학생이 찍은 허형채 임차인 대표.

전라남도 공모사업인 ‘배움 행복마을 학교’사업은 지역 자원을 기반으로 주민 스스로 마을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마을 내에서 학교를 만들어 평생학습을 제공하는 아파트공동체이다. 올해 기쁨배움터에서는 우쿨렐레와 앙금플라워, 아빠와 함께 하는 요리팡팡, 책놀이 지도사, 웰빙 요가교실, 온가족 Movie Day 등 새로 개설한 8개 프로그램 등의 인기는 두 말하면 잔소리다.

바람 좋은 날, 아이들 웃음소리가 풍경이 되는 책 속으로 먼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떠나는 시간은 ‘지금’, 돌아오는 시간은 ‘내킬때’ 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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