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가나자와성과 정원
가나자와 문화가 싹트다

가나자와시는 우리나라 동해와 인접해 있는 이시카와 현의 현청 소재지다. 16세기 도요토미 히데요시 이후 등장한 도쿠가와 이에야스 시대에 무사 가운데 최대 부호인 마에다 가문에서 약 300년 동안 이곳을 지배하기 시작하면서 문화가 융성하기 시작했다.

가나자와에서 문화가 발달한 이유도 재미있다. 막부시대 엄청난 부를 축적했던 마에다 가문에서는 이런 자금력을 축척하거나 군사를 육성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 자체가 반역으로 여겨져 중앙의 견제를 받아 멸문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 가나자와성.

이에 마에다 가문에서는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부를 전통공예, 금박, 칠기, 염직, 도자기, 자수, 불단, 상감 등 문화에 소비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300년이라는 긴 시간을 문화적 자원에 투자하다 보니 일본에서도 최고 수준의 문화적 자산을 보유하게 된다.

운도 꽤나 좋았다. 일본 문화재가 상당 부분 소실됐던 태평양전쟁에서도 가나자와만큼은 비껴갔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가나자와는 우리나라 전주를 연상시킬 만큼 전통적인 색체가 여기저기 남아 있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

가나자와의 대표적인 볼거리는 가나자와성이다. 1583년 건축된 이래 여러 번의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재건축을 반복했다. 1881년에 큰 화재로 건물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는데 1788년 건축한 이시카와 문만 겨우 남았으며, 현재의 건물은 지난 2001년 원형을 복원한 것이다.

▲ 겐로쿠엔.

이런 가나자와 성을 나서면 일본 3대 정원 가운데 하나인 겐로쿠엔이 나온다. 가자나와를 지배하던 무사의 정원으로 아름다운 연못과 고목, 전통양식의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겐로쿠엔에서는 일본 전통의상인 기모노를 입은 관람객을 다수 찾아볼 수 있으며, 일본의 전통 혼례도 목격할 수 있다.

가나자와 성과 겐로쿠엔에서 일본의 전통을 느꼈다면 그곳을 나서는 순간 현대와 만나게 된다.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이 바로 그것이다. 지름이 113m에 달하는 거대한 현대미술관이 특히 유명한 이유는 참여에 있다. 현대적인 건축물에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한 전시회는 시민들뿐만 아니라 관광객들도 꼭 한 번쯤 들려보는 테마로 자리하고 있다.

더욱이 가나자와성, 켄로구엔 그리고 21세기 미술관이 인접해 있어 광양읍 지역의 마로산성, 유당공원 그리고 앞으로 생길 전남 미술관을 연상케 한다.

▲ 시민예술촌 전경.

커뮤니티 공간 시민예술촌

하지만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역시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이다. 이미 이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지이면서도 시민들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19년 지어진 이 공장은 1990년대 일본의 섬유업이 쇠락하자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때 가나자와시에서는 70년을 이어온 이 공장을 활용하기로 계획한다. 수 많은 시민이 이 방적공장에서 일을 했으며, 부지 역시 9만7000㎡(약 3만평)에 이르러 시민을 위한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리하며 1993년 공장건물 및 부지에 대한 매매계약에 조인하고 본격적인 활용방안을 모색한다.

▲ 가토 시민예술촌장

공장의 창고 건물의 겉모습은 그대로 두면서 내부시설은 개조해 현재와 같은 시민예술촌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에 대해 가나자와 시민예술촌 가토 촌장은 “당시에 시민들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에 시민예술촌과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면서 “가나자와 예술촌은 근대 문화를 상징하는 ‘기억의 장소’이면서 지역 문화의 양성소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민이 주역인 문화‧예술의 장

가나자와 시민예술촌은 일본 내에서도 처음으로 ‘연중무휴‧24시간’ 이용가능한 시설이다.

시설은 △퍼포밍 스퀘어 △사토야마의 집 △PIT5 아트공방 △PIT4 뮤직공방 △PIT3 오픈 스페이스 △PIT2 드라마공방 △PIT1 멀티공방 그리고 다이와마치 광장, 사무소동이 있으며, 일본식 건축물 장인을 육성하는 가나자와 장인대학도 소재하고 있다.

각 공방은 여러 클럽에서 사용시간을 나눠 공유하고 있으며, 사용료도 가나자와 시의 지원으로 매우 저렴하다.

▲ 21세기 미술관.

특히 ‘시민이 주역’이 되는 것을 시설운영의 기본으로 하고 공립시설 가운데는 처음으로 ‘시민디렉터 제도’를 도입했다.

시민디렉터는 시민예술촌에서 민간인을 위촉하는데 이들은 시민예술촌을 운영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주로 공방의 운영방침을 정하고, 발표를 목적으로 한 공방 사용신청 승인, 공방비품 점검 및 필요물품 사무국 보고, 액션플랜 사업 기획, 운영, 프로듀스 및 회계관리, 공방 서포트 스텝의 양성 지원 및 조언, 시찰자 대응 등 사무국과 사용자의 가교 역할을 한다.

시민예술촌의 이러한 디렉터는 6명이 있는데 1년의 임기를 가지며, 무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주 열리는 공연, 이를 보러오는 사람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띠는 점은 항상 시민들이 이곳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만큼 지역민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몸에 베어있으며, 처음 시민예술촌을 문을 연 이후 인원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 PIT5 아트공방

이에 따른 연극, 음악 등 문화공연도 매주 이뤄지고 있으며, 시민예술촌 소속 단체가 아니라고 해도 오픈스페이스나 아트공방 등은 이용이 가능해 자신들의 재능과 끼를 발산할 수 있는 문을 항상 열어 두고 있다.

가토 촌장은 “현직 교수 시절 학생들에게 아트공방에서 전시회를 개최할 것을 요청 한 적 있다”며 “공간이 특이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생산될 수 있어 수준 높은 전시회가 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서 연습하는 클럽 회원들은 대부분 아마추어라고 하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문화활동을 해왔기 때문에 공연의 수준도 굉장이 높은 편”이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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