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실함이 탄생시키는 예술가의 인생사, 김현수 설치 작가를 만나다

30살, 독일로 떠나다

독일 뮌헨에서 김현수작가(왼쪽에서 세번째)

시작하기에 늦은 나이는 없다.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김현수 작가는 한국에서 줄곧 예술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인생은 마음가는대로 그려지는 붓이 아니었다. 오롯이 표현하고 싶은 것만 알리고 싶은 것만 예술로 승화시키기에는 마음이 내키기 않았다. 1984년, 그는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서른이 코앞이었다. 김현수 작가는 “다소 늦은 나이에 유학을 결심하기란 쉽지 않았다”며 “예술을 삶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유학을 떠난 김 작가는 1993년도에 독일 뮌헨 국립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졸업 후에는 뮌헨 빌라슈툭 미술관, 바이로이트 바그너 미술관, 토스카나 일 쟈르디노 미술관, 다니엘 스페리 재단, 프라이징 디오쎄잔 미술관, 에어프르트 쿤스트 할레 등 독일·이태리·스페인 등에서 개인전을 펼쳤다.

자연과 산업의 조화, 광양

한국 냄새가 그리웠다. 푸르른 하늘과 파도가 어우러져 넘실거리는 바다가 보고 싶었다.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품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곳을 찾아 다녔다. 이곳저곳을 다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함께 여수를 가는 길이었다. 무심코 바라본 창밖에서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김 작가는 “여수를 가는 길에 보았던 광양의 풍경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며 “산업과 자연이 조화로운 도시라 이 곳이라면 좋은 작품들을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고 설명했다.

외딴섬에 떨어진 듯 홀로 광양 살이를 시작했다. 길도 사람도 모두 다 새로웠다. 낯선 광양의 풍경은 그에게 외로움이 아닌 예술의 재료가 됐다.

그는 “예술의 재료가 되는 것들은 다름 아닌 슬픔, 아픔, 버거움, 행복, 기쁨, 첫 느낌 등 다양한 감정들”이라며 “예술은 절실함이 없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흐르는 것 속에서 발견한 예술

“세상을 제대로 보기 위해 거꾸로 표현했다”

김 작가는 본인의 경험과 기억을 기반으로 섬세하면서 초현실적인 형태를 예술로 표현한다. 특히, 작품 <카프리>는 바다를 180도 거꾸로 촬영한 것으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은 머리, 손, 다리, 발 등 신체 마디마디를 느린 속도로 재생해 우리의 고정된 시각을 자연을 통해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비인으로 가는 길>은 뮌헨에서 비인으로 가는 길을 촬영한 것으로 땅과 흰 구름 푸른 하늘은 뒤바뀌고 달리는 차와 목적지를 알리는 간판은 마치 장난감처럼 거꾸로 매달려 빠른 속도로 지나가 버린다. 현대인의 고정된 시각, 관념을 극적인 상황 표현으로 뒤 바뀌어 놓고자 시도하고자 한 것이다.

그는 말한다. 예술은 거짓이 아닌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이다. 김 작가는 “어쩌면 진실은 저 너머에 거꾸로 보는 세상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작품을 통해 끝이 아닌 시작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의 작품 속에는 평화와 공동체가 서려있다. 그는 “뭔가 다르게 새롭게 하기 위해서는 진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예술가는 그것이 더 필요하다”며 “한국에서도 예술가들이 예술을 통해 본질을 보여줄 수 있도록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남산골 한옥마을마당에 전시됐었던 김수현 작가의 <백련>.

김작가는 이어 “예술이 예술답기 위해서는 예술가뿐만 아니라 예술에 몸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과 시민 모두가 바뀌어야 한다”며 “예술은 곧 하나의 정신임을 명심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예술의 독은 틀이다. 그 틀을 만드는 것은 의식이다. 의식이 변해야 예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다. 김 작가의 간절한 바람이 한국 예술이 성숙해질 수 있는 발돋움이 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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