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여파…학교업무에 직접타격

중국 정저우 하남교육대학에서 2년째 한국어과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는 박상식 교수를 만났다. 현지인 동료 교수와 함께 1, 2학년 학생 150여 명을 지도한다. 오전8시에 수업을 시작해 저녁 자습지도까지 바쁜 하루를 보낸다. 틈틈이 국제협력업무 같은 학교일도 병행한다. 한국 사람이 적은 탓에 학교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낸다. 교수 전용 관사에서 외국인 교수들과 어울리며 한국 알리기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인 교수가 중국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했다. 사전 약속을 하고 일문일답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자 : 문성필 시민기자(이하 문), 응답자 : 박상식 교수(이하 박))

문 : 학생들이 많다. 일주일에 수업을 얼마나 하나?

박 : 평균 16시간 수업을 한다. 오전 수업은 아침 8시에 시작한다. 중국은 한국과 다르게 한교시가 1시간 45분이다. 10분 휴식이 있지만 두 시간 연속 강의라 수업강도가 센 편이다.

 

문 : 실력도 천차만별일 것 같다. 학생들 수준은?

박 : 수업과 별도로 학생을 모집해 한국어 학당을 운영한다. 학생들 실력은 우리의 초등1학년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실력은 일취월장이다. 자음 모음은 금방 익힌다. 모든 외국어가 그렇듯 노력하면 실력이 금방 올라간다.

 

문 : 한국에 대해 중국 학생들이 가장 많이 질문하는 것은 무엇인가?

박 : 한국대학생활과 유학비용 같은 현실적인 것들이다. 이곳 정주교육대학은 2년간 한국어를 배우고 1년 동안 한국으로 유학을 가는 시스템이다. 유학은 선택사항이지만 보통 절반 이상은 신청한다.

 

문 : 외국어 중에서도 특히 한국어는 가르치기 어렵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이 어려운지, 그리고 나름대로의 교육방법이 있다면?

박 : 중국학생들은 우리말의 형태변화를 어려워한다. 다른 말과의 문법적 관계를 표시하거나 그 말의 뜻을 도와주는 품사인 조사(助詞)도 중국어에는 거의 없다. 형태변화도 없다. 그래서 수업지도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별한 교육 방법은 없지만 형태 변화를 익히기 위해 읽는 연습을 많이 한다. 열심히 읽다보면 입에 붙어 습관이 된다. 습관은 실력으로 나타난다.

문 : 개인 시간을 내어 야간 자습을 시킨다고 들었다. 특별히 보충수업을 하는 이유라도 있는가?

박 : 그냥두면 학업성취도가 떨어질 것 같아서다. 솔직히 말하자면 학생들이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지금 2학년이 심한데... 노는 시간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바꾸려고 시작한 거다. 야간 학습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만 한다. 금요일은 학생들이 집에 가기 때문이다. 1학년 때 잘 따라왔던 학생들이 2학년이 되면 흔한 말로 개기기 시작한다. 자습도 줄이자고 요구한다. 중국 대학생들은 하루에 보통 수업이 3~4개다. 학교수업이 오후 5시 30분에 끝나는데 이렇게 되면 빨래와 목욕 같은 개인 정비 시간이 없어진다. 그래서 자습시간을 줄여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힘들어도 설득한다. 다행히 교실 문제 때문에 야간 자습 거부문제는 자연스럽게 정리될 것 같다.(웃음)

 

문 : 사드(THAAD) 여파가 궁금하다. 피부로 느끼는가? 느낀다면 사례는 무엇인가.

박 : 과거에도 그렇고 지금도 수업 중에는 못 느낀다. 학생들도 관심 밖이다. 하지만 학교 대외업무와 관련해서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교수신분임에도 불구하고 비자연장이 쉽지 않았다. 특히 학교사업과 관련한 교육허가 같은 것들이 어려워졌다. 사드문제가 수면위로 드러났을 때 학교(정주교육대학)에서는 개인적인 동선을 파악했었다. 행선지도 요구하고 혹시 여행을 가면 꼭 보고해달라고도 했다. 지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동선을 파악한 이유는 학교 나름의 배려였다. 안위를 걱정했기 때문이다.

 

문 : 북경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지금은 교수로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현재 유학생 또는 중국유학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언해줄 부분이 있다면?

박 : 어려운 질문이다(웃음). 유학생활을 10년 정도 했다. 중국생활이 쉽지 않았다. 다른 나라 유학생들과 달리 한국학생들은 끼리끼리 어울리며 한국식당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잦았다. 나도 그랬다. 현지 친구들을 사귀고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중국친구들과 교류를 많이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동료 미국 교수들을 보면 중국 그 자체를 즐긴다. 어떤 음식을 먹을지 계획도 세운다. 중국의 좋은 면만 보려고 한다. 유학생활을 시작했다면 중국을 받아들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감도 늘고 생활에 도움이 된다.

 

문 : 생활에 애로사항은 없나?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박 : 가족과 떨어져서 생활하다 보니 힘든 점이 있다. 장기근무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하지만 가족만 생각하자면 중국보다는 한국에 있기를 원한다. 중국 공기가 좋지 않다(웃음). 현재 특별한 계획은 없다. 다만 대학 합작사업 부분에 공헌하고 싶다.

박상식 교수는 곡성출신이다. 북경사범대에서 ‘문자학’으로 석 · 박사학위를 받고 30대에 교수가 됐다. 석사과정 중에는 중국 현지 채용 삼성직원들을 상대로 한국어 강의도 진행했다. 결혼 직후 홀로 중국으로 건너왔다. 휴대폰을 이용해 가족과 통화할 수 있기 때문에 생각만큼 외롭지는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가장 보고 싶은 이들은 역시 가족이다. 수업이 없는 주말에는 학교대외업무를 위해 사람들을 만난다. 이곳 대학에서 한국인은 박교수 혼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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