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종 광양서울병원 2내과 진료부장

김우종 광양서울병원 2내과 진료부장

지구 온난화와 쯔쯔가무시병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이에 대한 재미있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보건복지부의 감염병 발생보고에 따르면 제3군 법정감염병인 쯔쯔가무시병 발생건수는 8,130건 (2014년) -> 9,513건 (2015년) -> 11,911건 (2016년)으로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한편 기상청의 기후데이타를 보면 우리나라 여름(6-9월)의 평균기온 23.6℃ (2014년) -> 23.7℃ (2015년) -> 24.8℃ (2016년)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쯔쯔가무시병이 기온상승에 영향을 받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본부의 털진드기 감시체계 보고서에서는 '트랩지수(일정 면적당 채집 건수)'가 8월 평균 기온이 높을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짐을 보여주었습니다. 쯔쯔가무시병의 매개체인 털진드기는 여름에 산란을 하는데 기온이 높을수록 산란 및 유충의 숫자도 증가합니다. 유충은 성충이 되기 위하여 척추동물의 체액을 필요로 해서 사람을 물고 그 과정에서 쯔쯔가무시병의 원인균인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이 사람에게 전파되는 빈도도 증가하게 됩니다. 이쯤 되면 ‘지구온난화의 피해 중 하나는 쯔쯔가무시병의 증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털진드기의 활동범위는 초지에서 40%, 밭 35%, 논 13% 순입니다. 주로 농부가 위험군이기는 하지만 일반인들도 쯔쯔가무시병의 감염가능성을 높이는 기회가 있으니 추석기간의 벌초 및 성묘입니다. 쯔쯔가무시병 환자 수는 추석이 지나고 2주를 전후해서 상당히 증가합니다. 털진드기에 물려 쯔쯔가무시병 발병시까지 잠복기를 고려하면 최초 감염은 추석기간이라고 짐작 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추석은 쯔쯔가무시병에게도 대명절’이라는 농담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올해도 이맘 때 우리 지역의 가장 중요한 감염질환은 쯔쯔가무시병일 것입니다. 쯔쯔가무시병을 잘 알아야 효과적인 예방과 치료가 가능합니다. 일단 털진드기에게 물리면서 오리엔티아 쯔쯔가무시균이 사람 몸에 들어오게 되면 1-3주간의 잠복기를 갖습니다. 이후 발열, 오한, 근육통이 생기고 그로부터 5일이 지나면 피부발진이 두드러집니다. 이 때쯤이면 최초로 진드기에 물린 자국인 가피를 찾을 수 있습니다만 가피 없이 피부발진만 존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쯔쯔가무시병은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간질성 폐렴, 심막염, 뇌수막염, 급성 호흡곤란 증후군, 범발성 혈관내 응고증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와 같은 합병증이 동반된 중중 쯔쯔가무시병의 경우 사망률이 30%에 이르기도 합니다. 쯔쯔가무시병을 진단하기 위하여 혈액으로 쯔쯔가무시병 항체검사를 시행하기도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결과 확인시까지 시간이 필요하므로 야외활동력이 있고 전형적인 임상소견이 있으면 치료를 곧바로 시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치료제는 독시사이클린이라는 항생제가 주로 쓰입니다. 발열, 오한으로 고생하셨던 환자분도 약을 쓰면 하루 이틀 만에 좋아지며 치료기간은 통상 7일입니다. 임신부의 경우에는 독시사이클린을 쓸 수 없어서 대신 아지스로마이신, 클라리스로마이신등의 약으로 대체 할 수 있습니다.

쯔쯔가무시병에는 예방접종이 없습니다. 쯔쯔가무시병에 걸린 후에는 A형간염처럼 평생 면역이 생기면 좋겠지만 쯔쯔가무시병 균 중에서 동종에만 면역이 생기고 이종에는 생기지 않습니다. (쯔쯔가무시병 균주는 여러 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쯔쯔가무시병에 한번 걸리신 분들은 또 걸릴 수 있으므로 주의하셔야 합니다.

가을철 풀밭은 평온해 보여도 각종 감염병의 위험이 도사리는 곳입니다. 야외에 나가면 피부는 노출이 없도록 다 가려야 하며 야외활동을 하고 돌아와서는 옷을 갈아입고 말끔히 씻어야 합니다. 증상이 있다면 혹시 진드기에 물린 자국이 있는지 두피, 겨드랑과 서혜부 등 온 몸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쯔쯔가무시병을 조기진단하는 데에는 본인의 노력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 좋은 가을 여러분 모두 즐겁고 안전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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