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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 일정을 마치고 북경으로 이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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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6  09:5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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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샤워를 한다. 스탠드를 켜고 진한 커피를 마신다. 잠깐 글을 쓰고 있으면 학생들 운동소리가 들려온다. 정주에서 보낸 2주는 평소 한국에서 보낸 시간과 달랐다. 인터뷰와 산책하는 시간을 빼면 모두 기숙사 소파위에서 지냈다. 후배는 내가 맥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수시로 ‘칭다오 맥주’를 냉장고에 꽉 채워두었다. 낮이면 하나둘씩 맥주를 꺼내 마셨다. 가져온 책들은 이미 가방 속으로 들어간 지 오래다. 멍 때리는 시간이 많아졌다.

북경으로 출발하기 전날, 정주역에서 고속열차표를 구입했다. 중국 대부분 역이 그렇듯 정주역도 규모가 상당했다. 휴대폰 카메라로 건물 사진을 찍기 어려웠다. 그래도 인증 샷은 남겨야 했기에 건물에서 한참 뒤로 물러나 사진을 몇 장 찍고 다시 기숙사로 향하는 지하철을 탔다. 기숙사로 가는 길. 비가 내려 긴 가로수 길에 안개가 자욱하다. 몽환적인 분위기에 다시 휴대폰을 꺼내들고 카메라모드를 실행했다. 사람들 옷차림이 달라졌다. 쌀쌀해진 날씨 때문이다. 나도 짧은 반팔 옷 대신 긴 셔츠를 꺼내 입었다.

정주 마지막 날 저녁, 지인과 밥을 먹었다. 잠시 머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기숙사에서 남은 맥주 몇 캔을 정리했다. 기숙사 관리인이 볼까봐 몰래 쌓아 두었던 빈 맥주 캔도 건물 밖 쓰레기통에 내다 버렸다. 하지만 관리인은 알고 있었을 것이다. 맥주 박스를 어깨에 짊어지고 드나드는 배달원에게 문을 열어준 사람이 그였기 때문이다. 그것도 수시로. 그래도 우리는 짐짓 모르는 척 했다.

새벽 5시 40분. 캐리어를 끌고 정주하남교육대학 교정을 가로질러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신입생 군사교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단체 구보를 하는 학생들 무리가 넓은 차로를 가득 메우고 지나간다. ‘척척척척’하는 달음박질 소리가 경쾌하다. 가로수 위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사이로 조금은 차갑지만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었다. 갈색 낙엽비가 떨어진다.

이른 아침이어서 그런지 지하철과 정주역은 한가했다. 역 3층에서 여권을 보여주고 검표를 마쳤다. 짐 검사를 위해 캐리어를 엑스레이 검색대에 올렸다. 중국에서 번거로운 일 중 하나가 지하철이나 기차역에서 무거운 짐을 검색대에 올리는 일이다. 많게는 하루에 10번 정도 짐 검사를 받는다. 안전문제라고는 하지만 중국내부 갈등이 현실에 묻어나 있다. 외부테러보다 내부 테러로 인한 분열을 우려하는 것이다. 지금처럼 북경에서 당(黨) 대회라도 열리는 날이면 검문검색이 한층 강화된다. 특히 북경행 기차는 더더욱 그렇다. 반입금지 품목이 늘어난다. 검색을 까다롭게 한다 싶으면 이제는 자연스레 ‘아, 국가에 행사나 사건이 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수시로 검색대에 가방을 올려야 하는 여행객들에게 짐 검사는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고속철도(高铁. 까오티에)에 탑승했다. 내 자리는 맨 앞줄 가운데다. 이번에도 피곤한 여행이다. 비행기도 그렇지만 중국고속열차 좌석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ABCDF 순으로 배치된다. ABC 줄과 DF줄. 3+2방식이다. 내 자리는 B다. 이등석 좁은 자리에 양쪽으로 사람이 앉았다. 이렇게 3시간을 가야 한다. 창가 쪽 사람이 화장실을 갈 때나 내가 일어나야 할 때면 모두가 불편해 진다. 휴대폰으로 예매를 하면 좌석이 랜덤으로 배정된다. 원하는 자리를 정할 수 없다. 현장에 가서야 조정하거나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인구가 많은 중국에서 기차표 구하기도 힘든데 원하는 자리까지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운에 맡길 수밖에.

까오티에라고 불리는 중국의 고속열차의 다른 이름은 CRH(China Railway High-speed)다. 시속 400Km정도의 속도를 낸다. 보통은 340Km 전후로 운행한다. 우리의 KTX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 기차를 타기위해서는 비행기 보안 검색 정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권을 제시해야 되고 신체 검색도 받는다. CRH개통 이후, 여행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 북경에서 상해 구간의 경우 개통 전 10시간에서 개통 후 4시간 거리로 바뀌었다. 중국내 항공사들의 경쟁상대는 다른 항공사가 아닌 CRH가 되고 있다. 기차예매 스마트폰 어플을 작동시키고 원하는 구간을 입력하면 1등석 좌석표시위에 항공권 비용과 시간이 비교되어 나올 정도다. CRH가 활성화 되다 보니 나타나는 현상이다.

중국 까오티에 좌석에는 E번이 없다. D다음에 F로 이어진다. 그것은 중국 사람들이 E를 싫어해서가 아니라 좌선번호만 보고도 내 자리가 창가자리인지, 아니면 복도 쪽 자리인지를 알려 주려는 일종의 배려다. 즉, A, F는 창가좌석이고 C, D는 복도 쪽 좌석이다. 혹시 단짝과 중국여행 중 D와 F번을 배정받아 떨어져 앉았다고 우울해 하지 마시라. 어떤 사람은 이것이 비행기 좌석구분처럼 국제표준방식을 따랐다고 하는데 확인해 보니 근거는 없었다.

이렇게 B좌석에서 꼬박 3시간을 같은 자세로 앉아 있었다. 팔걸이도 하나씩이다 보니 양쪽 사람들이 차지하는 바람에 나는 선생님 앞에서 혼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어쩌다 고개를 돌려 오른쪽 창밖을 볼 때면 추수를 마친 광대한 들판 모습이 빠르게 지나갔다. 계절이 바뀌고 있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그렇지 나는 여행을 할 때면 빠른 고속철도보다 일반열차를 더 좋아한다. 수년 전 겨울, 상해에서 하얼빈까지 28시간 특쾌(特快, 터콰이) 기차를 타고 여행한 적이 있었다. 기차 이동 경로에 따라 수시로 바뀌던 풍경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남쪽에서 북쪽까지, 수천 킬로를 기차에서 보냈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전 8시에 정주를 출발한 기차는 3시간 뒤 북경에 도착했다. 머리 위 짐칸에서 캐리어를 내리고 기차 밖으로 나왔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날씨는 맑았지만 회색빛이었다. 오후부터 북경일정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피곤이 몰려왔다. 잠시 머뭇거리다 풀어진 신발 끈을 조이고 인파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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