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국물 한 모금에 싹 가시는 피로, ‘다찌’ 이자카야

코끝 시린 입동이 지나고 곧 소설이다. 퇴근길,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따끈한 국물 한 모금이 생각나는 저녁, 간사이 어묵탕과 사케가 잘 어울리는 ‘다찌’를 소개한다. 다찌(대표 이성천)는 지난 9월 8일 오픈한 일본 음식점이다.

취미가 직업이 되다

이성천 다찌 대표(37)는 본래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고향은 사과가 유명한 경상북도 청송. 청송 사나이가 광양을 오게 된 것은 직장 때문이었다. 힘든 타지생활과 고된 직장생활을 견디게 해준 것은 유일한 취미인 ‘요리’였다.

이성천 대표는 “요리는 취미로만 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게를 차릴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며 “요리를 하면 늘 행복했고, 누군가를 위해 음식을 만드는 일 자체가 큰 의미가 있는 일 같다고 생각한 것이 직장을 관두게 한 결정적 요인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는 참치회와 연어.

식당은 40평. 테이블은 8개로 최대 4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가게는 오후 4시 30분에 문을 열고 새벽 2시에 문을 닫는다. 위치 선정은 어떻게 했을까. 이 대표는 “7년 전만에도 다찌 인근으로 번화가를 이뤘었는데, 지금은 그런 풍경이 사라졌다”며 “다시 이 동네를 살리고 싶은 마음으로 이 곳에 문을 열었다”고 말했다.

같으면서도 다른 메뉴

이성천 대표가 추천하는 대표 메뉴는 무엇일까. 고민할 겨를도 없이 바로 ‘참치’와 ‘연어’를 자신 있게 말한다.

얼큰한 국물 맛이 일품인 나가사끼 짬뽕.


이성천 대표는 “일단, 무조건 싱싱한 것만 사용하기 때문에 맛의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며 “참치는 다양한 부위를 맛볼 수 있는 먹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손님들이 많이 찾는 메뉴인 것 같다”고 소개했다.

고운 빛깔을 뽐내는 연어는 채 썬 양파를 곁들여 타르타르소스와 씨겨자를 콕 찍어 입으로 가져간다. 입 안에서 퍼지는 연어의 부드러움과 타르타르소스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씨겨자는 환상의 궁합이다. 연어와 참치의 반반. 어디에나 있는 메뉴지만, 어디에도 없는 구성이다.

이 대표는 “대표가 아닌, 손님이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왜 사시미는 섞어서 파는 선술집이 없을까 궁금했었다”며 “다찌 인근에는 사시미를 섞어서 파는 식당이 없기 때문에 차별화를 좀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혼밥, 혼술 시대

홀로 다찌를 찾는 손님들도 종종 있다. 식사를 하면서 가볍게 한 잔을 하고 귀가하는 이들. 시대적 변화로 늘어나는 혼밥·혼술족이 편안하게 즐기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있는 것도 다찌의 가장 큰 매력 중에 하나다. 이 대표는 “어떤 손님이든 음식을 맛있게 먹고, 좋은 추억만 갖고 가면 좋겠다”며 “혼자 오는 분들에게도 다찌가 아늑하고 위로 받는 공간이면 좋겠다”고 바랐다.

가벼운 안주와 사케

사케는 ‘마루’가 보통 대중적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케 초보자들은 어떤 것을 맛볼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이 대표가 추천하는 사케는 마쯔리텐구, 간바레오또상이다. 첫 맛은 알싸하면서도 뒷맛은 은은하게 풍기는 향이 고풍스럽다. 사케와 잘 어울리는 안주는 문어 폰즈와 타코와사비다. 이 대표는 “식당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청결’ 다음으로 ‘추천할 메뉴’”라며 “어떤 것을 먹을지 잘 모를 때 다찌를 찾아달라”고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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