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라종렬 광양사랑의교회 목사

2018학년도 수능이 이번 주에 있다. 학력고사 세대였던 필자는 본의 아니게 수능이 생기는 즈음에 진학을 위해 수능을 본 경험이 있다. 당시로서는 왜 이런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대학에 가서 공부하겠다는데 이런 과정을 만들어서 고생을 시키고 그 꿈을 이루는 일을 힘들게 하는지 막연했다면 지금은 그런 과정들이 참으로 소중한 시간들인 것을 알게 되었다.


필자는 인문계열 쪽이기에 수학에 대해서는 지금도 부족하지만 다른 과목들에 대해서는 지금 시험을 본다면 조금만 공부해도 웬만큼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왜 이런 생각이 들었을까 생각해 보니 ‘수능’이라는 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말의 줄임말로서 말 그대로 대학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를 가늠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제 인생 반백년을 즈음해서 대학의 과정들을 넘어 사회생활을 경험하면서 세상도 사람도 역사도 문화도 책보다는 현실 속에서 체험적으로 체득해 가다 보니 ‘대학’이라는 전당에서 배우는 배움을 뛰어넘는 지식과 지혜가 본의 아니게 채워진 것이다. 그렇다고 단순하게 암기해야 하는 그런 지식에는 아직도 한계가 있지만 지혜와 삶의 혜안들을 익히고 풀어가는 일에는 이제 ‘대학’의 수준을 넘어선 것이리라. 하여 지금 시험을 봐도 뭔가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지금 수험생들에게는 여전히 이러한 수능의 과목들을 왜 배워야 하는지 막연하게 불만도 있겠고, 시험과목에 포함되어 있기에 무작정 공부하는 경우도 있겠고, 나름대로 그 방향과 목적 그리고 이유에 대해서 나름대로 정리한 상태로 부지런히 준비하고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어떤 이는 한국의 학생들은 80%이상 실제 삶에서 아무 쓸모없는 것들을 배우고 있고 또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필자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전문적인 일을 하면서 많이 후회도 되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바로 기초학문의 부족함이다. 가장 절실한 부분은 글쓰기와 책읽기다. 적어도 청소년 시기에 읽고 고민하고 채웠어야 할 부분들을 뒤늦게 채우다 보니 많은 것들을 놓치게 된다. 또한 역사와 기초과학에 대한 이해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단순 암기만 하는 것으로 생각되었던 역사가 한국사와 동양 그리고 세계사의 흐름들을 대략적으로 서로 연결해서 이해하고 정리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사이에서는 전문 분야의 아이디어와 창조적 사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외국어 영역이나 수학적 사고도 마찬가지이고, 사회영역에 대한 부분들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수학에 대한 고차원적인 공식과 여타의 학문이 실제 생활에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학문의 모든 분야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된 이후에는 그래서 그러한 기초적인 분야의 이해를 토대로 그 다음 단계의 사고와 지식이 쌓여져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에는 열심히 배우지 못한 것이 얼마나 후회가 되던지..


특별한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벌써 청소년 시기에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대학을 선택하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발견하게 된다. 이 재능이 결국 자신의 직업으로 삶의 내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이지만 적어도 기초학문을 배우는 고등학교 과정까지는 어찌 되었건 부지런히 배워야 하는데 지금은 이 시기의 아이들이 공부만 하기엔 외부에서 입력되는 것이 너무 많다. 하여 기초학문의 수양에 집중하지 못하게하는 일이 많은 것이다.


대학은 말 그대로 진리를 탐구한다. 모든 학문들이 추구하는 바이다. 그 진리라는 것이 결국 탐구하는 것이 세상의 근원과, 지금 우리가 당면한 생사화복과 여타의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어떻게 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알 수 없는 막연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또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탐구라 할 수 있다. 사람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그것이 수학, 과학, 문학, 역사, 철학등 인문과 여타의 많은 분야에 걸쳐서 연구되고 살아가면서는 개개인은 이러한 것들을 복합적으로 쌓아서 살아가거나 어느 한 분야만 바라보고 살아가게 된다. 그것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뭉쳐져서 어떤 것은 모든 기초학문을 무시하는 분야도 있긴 하지만 결국 오래가진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수시원서를 이미 접수한 큰 딸, 이제 이번 주에 수능을 본다고 한다. 어디서 보는지 물어보는 것 말고는 딱히 물어볼 말이 없다. 수시 접수를 해서도 그렇지만 지금 수험생에게는 당일 봐야 하는 시험 외에는 어떤 이야기도 잘 안들어와서도 그렇고, 정말 해 줘야 할 이야기는 그동안 살아오면서 보여주고 들려주어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무쪼록 왜 공부해야 하는지 그리고 진학을 하면서 결국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앞으로 또 경험해 가게 되리라. 이번 주에 수능을 보는 수험생들이 부디 단 하루만에 보는 그 시험으로 자신의 수학능력이 온전히 평가 받는 전부가 아니며, 수능의 성적이 자신의 능력 전체를 가늠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겸손히 또는 지혜롭게 받아들이길 바라고, 부디 준비한 만큼 실력들을 발휘할 수 있길 바란다. 그래서 인생은 일평생 배우며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잘 깨달아 갈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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