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울고 웃고, 언제나 주민들과 함께!

서천의 흐르는 물길을 따라 많은 시민들이 산책을 즐긴다. 그 너머에 서산 봉우리가 초겨울 쌀쌀한 바람을 든든히 막아주고 있다. 읍내 한가운데 이런 좋은 풍경을 가진 곳이 또 있을까. 막걸리와 떠나는 신나는 모험! 읍에 위치한 광양의 봄 덕진아파트로 향했다.

▲ 장대범 이장

경로당에 도착해 막걸리를 내려놓으니 장대범 이장이 반갑게 맞이한다. 사람 좋은 미소를 한가득 머금은 장 이장은 올해 7월에 이장직에 당선된 약 4개월 된 초보 이장이다.

77년생, 올해 나이 41살인 장 이장은 두 딸아이의 아빠다. 늘 주민들을 위해 먼저 고민하고 문제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장 이장은 열정 넘치는 한 집안의 가장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4살 장하영 양과 3살 장주영 양은 장 이장이 노력해온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삶의 결실과도 같은 존재다.

막걸리를 한참 주거니 받거니 하며 들은 장대범 이장의 인생이야기는 파란만장했다. 장 이장은 광양 토박이다. 당시에는 가난해 취약지구 평가받던 봉강면 하조부락에서 태어나 일찍 어머니를 잃었다. 장 이장의 나이 고작 8살 때의 일이다.

장 이장은 “시에서 임대받은 산에 밤농사를 짓고 살았어요. 집안형편이 어려워 흰쌀밥을 먹는 게 소원이었던 때도 있었죠”라며 요즘 같은 시대에 다소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학을 96학번으로 입학했는데 학비와 생활비를 벌기 위해 휴학과 재입학을 반복하다보니 거의 20여 년 만에 졸업하게 됐어요.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죠. 재작년에 코스모스로 졸업할 때는 정말 감회가 새롭더군요”

현재 장대범 이장은 읍내에 조그마한 악기사를 운영하며 지역 내 피아노 조율사로 일을 하고 있다. 장 이장은 영웅지역아동센터 운영위원장 겸 체육 선생님으로 아이들에게 체육을 가르치는가 하면, 성황초등학교 밴드부를 지도하고 있기도 하다. 게다가 유니세프와 세이브더칠드런 등에 후원하고 있으며 실로암마을과 디딤돌 등에 자원봉사도 잊지 않고 있다.

장 이장은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기초생활수급자였어요. 내가 그렇게 어렵게 살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삶을 살려고 늘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 어린이승강장은 비가림시설로 더욱 편한 승하차 공간이 됐다.

‘덕진의 민원해결사! 덕진의 변호인!’을 자처하고 나선 장대범 이장은 짧은 기간 동안 민원을 다수 해결해 주민들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진정한 일꾼이다. 장 이장은 아파트 동 앞에 간이수도를 재설치 하는가 하면 끊임없는 민원제기로 아파트 인근 사고유발지역에 반사경 설치와 아이들 승강장에 비가림 시설 설치 등을 해냈다.

물론 장 이장이 아파트 규정에 정해져 있는 시간에 방송을 하는 것으로 소수의 주민들이 가끔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외에 별다른 힘든 일은 없다고 말하는 그는 그야말로 긍정의 아이콘이었다.

장대범 이장은 “아파트에 처음 입주했을 때 문화축제가 없는 게 많이 아쉬웠어요. 공동체 생활에 아파트에 가장 단점은 이웃을 서로 잘 모른다는 점이라 생각해서 서로 이해하고,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문화축제를 꼭 해볼 계획입니다”라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또한 “덕진아파트가 내년 2월쯤 계약이 만료 되서 임대아파트에서 분양아파트로 바뀌어요. 주민들에게 많은 경제적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분양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겁니다”라고 덧붙였다.

왜 그렇게 매사에 열심히 하냐는 질문에 장대범 이장은 “저는 광양이 참 좋습니다. 친구들은 ‘서울로 가야된다, 서울로 와라’ 이런 이야기들 많이 하지만 제게 광양은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내 고향이에요”라고 말했다.

▲ 장대범 이장과 어르신들의 즐거운 막걸리 한잔

그때 장 이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홍양순 노인회장이 “하믄!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고! 세 박자가 딱 맞아 떨어지제!”라고 불쑥 외쳤다. 이에 다시 장대범 이장이 “사람도 좋고! 네 박자가 맞아 떨어지네요!”라고 어르신들과 한참을 웃는다.

현재 덕진아파트는 분양을 잘 받기 위해 동대표, 부녀회, 반장단 등 많은 사람들이 물심양면 노력하고 있다. 모두 다 만족하는 분양을 받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함께 웃고 울고, 또 함께 손잡고 나아간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고 장대범 이장은 생각한다.

장 이장의 바람대로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노는 담장이 필요치 않는 마을. 청소년과 청년들이 마음껏 꿈과 비전을 펼칠 수 있는 마을, 노년에 함께 삶을 즐길 수 있는 그런 공동체. 그야말로 살아 숨 쉬는 공동체가 꼭 이루어지길 바란다.

그때까지 저 너머 서산 봉우리는 날선 바람을 든든하게 막아주고, 서천은 유유히 흐르며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 광양의 봄 덕진아파트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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