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담아'오두막 빵굼터' 로 진상면 감꽃마을 베이커리 운영

귀촌일지의 적격자, 진상

▲ 이한호·온진숙 부부

부부가 진상을 처음 만난 건 지난 2012년 9월. 온통 주황색으로 물든 진상을 보자마자 머릿속으로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다. “여보, 우리 여기로 이사 오는 거 어때?” 남편의 말에 아내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강원도에 살던 부부는 오로지 끌림 하나로 곧장 진상면 섬거리로 삶의 터전을 옮겼다. 천년동안 빛이 들지 않는 한 마을에 다시 빛이 드는 건 오랜 시간이 아니라 한 순간이라는 말처럼 부부에게 진상은 그런 한 순간이었다.

진상도 부부를 맞이해 활기가 더해졌다. 허전했던 공터는 마법처럼 주황색 지붕을 가진 빵집이 됐다. 이른 새벽이면 고소한 냄새가 온 마을을 깨웠다. 주황색 지붕으로 산새가 살포시 앉으면 감꽃마을 베이커리의 하루가 시작됐다.

이한호(68)·온진숙(64) 부부가 만드는 빵은 특별했다. 갓 구워져 나온 팥빵을 반으로 가른다.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보드랍고 달큰한 팥앙금이 입 안을 감싼다. 이게 바로 지난 30년의 내공이다. 익숙하지만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맛. 천연재료를 사용하고 우유로 반죽을 한다. 여기에 화룡점정인 ‘정성’이라는 부부만의 비법이 더해지면 감꽃마을의 빵이 완성된다.

▲ 마늘향이 가득한 바삭한 마늘빵.

다진 쇠고기와 적양파, 양송이 버섯 등 갖은 채소가 골고루 들어간 미트소스 파스타도 익숙하지만 다른 맛이다. 부부의 손이 더해지면 같은 요리도 다른 요리가 된다. 미리 예약하는 손님을 위한 작은 특권도 있었다. 메뉴판에는 없는 백숙과 피자는 무조건 예약을 해야 맛볼 수 있었다.

자작나무로 직접 제작한 특별한 메뉴판도 잊을 수가 없다. 이한호 씨가 직접 제작해서 더욱 의미가 깊다. 맛도 맛이지만 단골들이 가는 재미도 쏠쏠했던 공간. 지난해 가을, 부부는 감꽃마을을 떠나 이제는 고흥군 대서면에 ‘오두막 빵굼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한호 씨는 “아주 친하고 좋은 분에게 감꽃마을을 맡기고 왔으니 든든하다”며 “지금 이맘때면 진상은 온통 감이 열려 풍경이 장관이죠. 단골들도 뵙고 싶고 진상의 향기가 그립지만 이제는 좋은 추억이다”고 말했다.

빵굼터에서 열린 행복 음악회

▲ 음악회로 마음주민들과 가진 소중한 시간.

지난 주말 빵굼터가 소란스럽다. 감꽃마을 단골손님들과 지역주민들이 모아놓고 음악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고즈넉한 오후, 가을바람과 아주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부부의 귀촌법 제1조 1항. 손님들에게 여유를 선물하라. 부부는 법을 아주 잘 지키는 모범 귀촌인이다. 온진숙 씨는 “고흥에 꼭 놀러오면 좋겠다”며 “맛있는 피자와 마늘빵은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으니 언제든지 찾아달라”고 전했다.

이제는 소중한 추억으로

▲ 보기만해도 침이 꼴깍 넘어가는 팥빵.

4년 전, 부부를 취재했을 때는 귀촌의 ‘낭만’을 부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는 감꽃마을을 운영하면서 풀독에 올라 병원신세를 지는가 하면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정전이 되는 바람에 뜻밖에 어둠을 맞이하는 등 산전수전을 겪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일들은 부부를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부부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진정한 귀촌인이 되기 위한 과정인 것 같다”며 “광양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또 다른 도전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당시 시집을 보냈다던 무남독녀 딸은 이제 어여쁜 아이를 가진 엄마가 됐다.
이한호 씨는 “손자손녀 보는 낙도 더해져서 하루하루가 행복하다”며 “오두막 빵굼터는 언제든지 열려있으니 감꽃마을의 빵냄새가 그리운 이들은 언제든지 달려오시라”고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 빵굼터에서 열린 작은 음악회.

이제는 진상면 ‘감꽃마을’이 아닌 고흥군 대서면에 ‘오두막 빵굼터’로 새로운 터전을 잡은 부부. 추억은 저편이지만 부부의 향기는 여전히 광양에 머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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