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태 광양문화원 부원장

이종태 광양문화원 부원장

나이가 들면서 나 혼자만의 ‘행복 찾기’ 재미가 쏠쏠하다. 남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스스로 갖는 만족감이 더 크다고 생각하니 오지기도 한때가 많다. 소박하고 정직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마음 편안함을 느끼고 눈여겨보며 주고받는 대화 속에 시간 감을 잊고 산다.

4시 파장 무렵 5일 시장을 찾으면 아주머니들이 다 팔아도 2만원어치도 안될 농산물을 펼쳐 놓고 기른 고생에 팔리지 않은 근심까지 더해져 고단한 표정으로 석양을 맞고들 있다. 나는 “동생들 고생이 많구만” 하며 인근에서 파는 호떡이나 풀빵을 사서 나누어 주곤 한다. 모처럼 주름진 얼굴에 미소를 보이며 “오빠, 나오셨어요!” 하며 반겨준다.

때론 반가움에 취해 철따라 가지며 상추, 열무, 꽈리고추, 옥수수, 감, 밤 등 십여 가지 이상을 사고야 말아, 몸이 불편한 아내에게서 심한 불평을 들을 때도 많지만 적은 돈으로 풋풋하고 정직한 얼굴 위에 겹쳐지는 행복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행복하다. 농약 주지 않고 손수 기른 작물이라며 정성이 깃든 농작물을 돈도 받지 않고 애써 쥐어주는 소박한 인심에서 삶의 덤까지도 받고 산다.

나는 일주일에 두세 번 서산이나 백운산 제철 둘레길을 찾아 두시간정도 산행을 한다. 대부분의 다른 사람 보다 10%정도 빨리, 가슴을 펴고, 허리를 곧게 세우고, 활기차게 걸으며 남녀노소 불문하고 “반갑습니다.” 하고 축복의 마음을 담은 진심어린 인사를 먼저 건넨다. 사랑과 축복은 메아리가 되어 돌아온다.

밝고 쾌활한 모습은 서로에게 삶의 활력을 준다. 나의 선입감일까? 간혹 선수를 빼앗아 나보다 먼저 인사를 하는 사람이나 즐겁게 인사를 나누는 사람들일수록 건강하고 행복해 보인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젊은 여자들로부터 “어르신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라고 화답을 받으면 돈을 주고 무슨 일을 해서 이런 충일감을 가질까? 하고 생각 하며 멀리 푸른 하늘을 보며 미소를 짓곤 한다. 산행 매니아의 한사람이라고 자부하면서, 들어주는 사람들에게 산행전후 연골 보호운동이나 스틱사용법, 복식호흡 요령, 산행의 소중함 등을 설명 하곤 한다.

고운 쪽빛을 들이는데도 십여 번에 가까운 반복이 필요하듯 꾸준한 좋은 습관은 우리 몸에 항상성을 심어주고 마음의 평정심을 잡아준다. 나는 이름 모르는 들꽃들과 소멸되어가는 그루터기를 보면서 자연의 순환과 세상의 이치를 배워가며 삶의 의미를 찾고 산다.

격식 있는 식당에 들릴 때면 대부분 사람들은 봉사하는 아가씨나 주방장에게 팁을 주며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나는 조금은 색다른 즐거움을 갖고 있다. 얼마 전, 한 식당에서 주방문틈으로 더운 날씨에 가스 불 가까이서 땀을 흘리며 요리에 정신이 없는 아가씨를 보았다. 그 모습이 하도 아름다워 나는 주방으로 들어가 이렇게 말하며 지전 한 장을 쥐어주었다.

“문틈으로 보이는 건강하게 열심히 일하는 아가씨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무례하게도 용기를 내어 주방에 들어 왔소. 내 평생 여자에게 처음(나의 전술적 용어) 주어보는 돈이니 받아 주시오.” 약간 당황한 아가씨의 얼굴은 가스 불처럼 붉어졌다. 홀에서 봉사하는 아가씨야 일상 경험하는 일이겠지만, 동료들에게 자랑하기에 정신이 없는 이 아가씨는 생전 처음 경험하는 것처럼 즐거워보였다.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한사람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다는 생각에 그날 하루가 무척 즐거웠다.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세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배워지는 것은, 행복한 삶은 적은 것의 소중함, 평범한 우리들의 예쁜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눈여겨보며 타인과의 적극적인 관계를 맺어가는 것이 아닐까?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기뻐하고, 슬퍼하고, 감사하고, 분개하며, 그저 밥 먹고 단추 채우며 살면서도 감동에 익숙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에서 몇 자 적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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