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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획취재> 북경 지하철, 못 갈 곳이 없다.
문성필 시민기자  |  webmaster@gycitiz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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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7  10:4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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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대도시를 여행할 때 나의 교통수단은 대부분 지하철이다. 늦은 시간 교통이 풀릴 때 아니면 택시를 거의 타지 않는다. 이는 북경이나 상해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출퇴근 교통이 무척이나 혼잡스럽기 때문이다. 사람이 몰리긴 하지만 약속시간에 늦지 않으려면 지하철이 정답이다.

중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인 2000년대 초반, 북경은 지하철 노선이 얼마 되지 않았다. 지하철 2호선이 주 노선이었는데 티켓은 종이였다. 승객들은 매표소에서 질이 좋지 않은 종이 승차권을 구입해 탑승했다. 과거 우리의 회수권(종이로 인쇄된 버스승차권)과 비슷하다. 가로로 길게 제작된 종이 테이프였다. 질이 좋지 않아 탑승체크를 위해 검표원이 사용한 볼펜의 잉크를 손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중국을 관광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때라 2호선만 타면 자금성을 비롯해 천안문광장, 왕푸징, 수수시장 등 주요관광지를 손쉽게 찾아갈 수 있었다. 지금처럼 짐 검색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그 당시 북경을 둘러보는데 중국여행 가이드 책들이 추천하는 교통수단은 버스와 지하철이었다. 택시, 인력삼륜차, 자전거 등도 있었지만 시단대비 효율은 지하철이 월등했다. 노선은 1, 2호선 단 두 개일지라도 대부분의 관광 명소를 연결하고 있는데다 교통 혼잡도 피할 수 있고 시간도 절약할 수 있었다. 지하철역 입구는 푸른색 바탕에 흰색의 ‘D’마크 표지판이 걸려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면 매표소와 개찰구가 나왔다. 자동화가 이뤄지지 않아서 승차권 발부나 검표는 역무원이 대신했다. 열차 내에서 안내방송은 중국어와 영어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요금은 2위안(300원)으로 전구간이 동일했다.

2014년 7월 8일, 북경시 교통지휘센터와 지하철 운영공사 등 관련 기관들은 북경 지하철과 대중버스 요금 인상에 대해 의견을 제출했다. 단일표값 제도를 거리에 따른 방식으로 변경하고, 장거리 출퇴근 승객들을 위해서 별도의 할인제도를 마련하자는 내용이었다. 1971년 1월 15일 첫 지하철노선이 개통된 이후 누적된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결국 기관들의 의견이 반영되어 2014년 12월 28일부터 거리별 요금제도가 시행되었다.

현재 중국지하철 기본요금은 3위안. 과거와 비교해 1위안(170원) 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거리에 따라 금액이 올라가는 거리별 요금제로 바뀌어 서민들이 체감하는 비용은 그 보다 훨씬 높다. 아무리 국가의 힘이 절대적인 정치체제라지만 대중교통 요금 조정이 서민경제와 밀접한지라 중국정부에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북경의 지하철은 세계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3년 우리의 대구 지하철 사고, 2004년 러시아 지하철 폭탄사건, 북경인근에서 발생한 ‘미홍공원 압사사고’를 계기로 당시 왕치산(王岐山) 베이징시장(전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은 안전 지하철을 천명하고 37억 위안(685억원)을 투자했다.

방화시설을 개선하고, 화재 시 비상경보체제, 소방방제, 화재 및 전원공급 등 모든 시스템을 정비했다. 특히 인화성물질에 대한 집중점검을 통해 지하철 내의 가판대, 자판기, 각종 광고물을 정리했다. 각 역의 모니터 시스템과 자동 스프링클러, X-RAY 투시기의 도입과 설치가 이 시기 이루어졌다.

현재 북경 지하철의 운행거리는 465km다. 계획에 따라 공사가 진행된다면 2020년까지 북경지하철 철로거리는 1000여 km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북경 지하철 공식 노선은 16개다. 여기에 팔통(八通), 창평(昌平), 기장(機場)선 등 북경외곽지역으로 빠지는 연장노선 다섯 개를 포함하면 전체 노선은 21개로 늘어난다.

북경관광국 자료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탑승객도 빠른 속도로 증가하여 일평균 1100만명 이상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특히 출퇴근 시간에는 북경 지하철역사중에서 54개 역이 정상적인 승객흐름을 초과하고 있으며 일부역의 경우 줄서는 사람의 수가 1000명을 넘어서 탑승 시까지 30분 이상이 걸리기도 한다고 관광국은 밝히고 있다.

까다로운 짐 검사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즐기는 이들에게 북경의 지하철만큼 편리한 교통수단도 없다. 과거 버스로만 접근할 수 있었던 북경의 관광지 대부분이 지금은 지하철로 이동이 가능하다. 서울, 일본, 뉴욕, 유럽 등도 지하철이 편리하기는 마찬가지인데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북경도 지하철을 이용하면 손쉬운 자유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북경수도공항에 내려 공항선을 이용해 10호선 삼원교(三元橋)나 2호선 동직문(東直門)까지 이동 한다. 이들 순환선을 이용해 자금성 근처에서 도착 당일 여행을 시작한다. 이후 여행은 계획대로.’ 숙소가 지하철역 근처가 아니라면 버스와 지하철이나 택시와 지하철의 조합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계절이 가을을 지나 겨울로 접어들었다. 이시기 북경에 들른다면 얼굴을 감쌀 정도의 무척 두터운 외투가 필요하다. 기온도 낮고 바람이 강해서 체감온도가 금방 떨어진다. 내복과 장갑도 챙겨야 한다. 여행가방은 무거워지겠지만 춥다고 포기할 여행이 아니다.

북경사범대에서 유학하는 후배와 만나기 위해 오도구(五道口)로 향했다. 지하철 13호선을 이용해야 한다. 환승역은 2호선 서직문(西直門). 그런데 환승구간이 너무 멀다. 올 때 마다 피하고 싶은 곳인데 퇴근시간이라 택시와 버스로는 시간을 맞추기 힘들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버스터미널이 서직문역에 있어서 사람들이 이리저리 뒤엉켰다. 바닥에 그려진 노란색 선을 따라 묵묵히 걷는다.

내 옆에서 힘겹게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오르는 검은색 점퍼의 중년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내게 ‘이리 가면 13호선을 탈 수 있느냐’라고 물어온다. 방언이 심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플랫폼에 도착해 그와 나란히 섰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비친 모습을 보니 누가 한국인이고 중국인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서직문에서 오도구까지는 세 정거장을 가야한다. 검은색 점퍼는 오도구 직전인 지춘로(知春路)역에서 내렸다. 캐리어가 무거워보였다. 그가 향하는 목적지가 편히 쉴 수 있는 집이길 바라면서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이어폰을 꺼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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